소금을 넣지 않아도 짭짤한 맛이 나는 신기한 한국 나물
2025-04-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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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서만 자라는 특이한 한국 식재료
염생식물(鹽生植物)이란 게 있다. 염분이 많은 토양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을 말한다. '소금기 많은 땅에서 사는 식물'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주로 바닷가, 갯벌, 염전 주변, 내륙의 염습지 등 특수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식물이다. 일반적인 식물은 염분이 많은 환경에서 제대로 자라지 못하지만, 염생식물은 세포 내에 염분을 축적하거나 특정 기관을 통해 염분을 배출하는 등 독특한 생리적 메커니즘을 갖고 있어 높은 염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가을이면 붉게 물든 식물이 해안가를 장식한다. 짠 소금기에도 끄떡없이 자라는 이 식물의 이름은 칠면초다. 봄여름엔 나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칠면초에 대해 알아본다.
칠면초는 비름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한국과 일본의 바닷가에서 주로 군집을 이루며 자란다. 높이는 15cm에서 50cm 정도까지 자란다. 처음에는 녹색이던 잎이 시간이 지나면 자색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8월에서 9월 사이 녹색 꽃이 잎겨드랑이에 무리지어 피고, 9월에서 10월에는 열매가 익는다. 열매는 포과로 작은 포에 싸여 있으며, 씨방에는 종자가 하나씩 들어 있다. 칠면초는 염분이 많은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염생식물로, 갯벌이나 염습지 같은 환경에 적응력이 뛰어나다.
한국에서는 주로 서해안과 남해안 갯벌 지역에서 칠면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인천, 전남, 경남 지역의 해안 갯벌에서 많이 발견된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다. 동아시아의 해안 생태계에서 갯벌 생태계를 지탱하는 데 기여한다.
칠면초는 먹을 수 있는 식물이다. 어린잎을 주로 나물로 요리해 먹는다. 어린잎을 살짝 데친 뒤 간장이나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반찬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 맛은 약간 짭짤하다. 부드럽고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갯벌에서 자라기 때문에 바다의 짠맛이 살짝 배어 있어 별다른 양념 없이도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칠면초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영양 면에서도 훌륭하다. 특히 칼슘과 철분 함량이 높아 빈혈 예방과 뼈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갯벌이 많은 서해안이나 남해안 지역 주민은 칠면초를 반찬으로 자주 먹지만 내륙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칠면초를 나물이나 샐러드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해안 지역에서는 칠면초를 데쳐서 간장과 다시마 육수를 살짝 곁들여 먹는다. 유럽이나 북미 같은 다른 나라에서는 칠면초를 식용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다만 염생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칠면초를 건강식으로 연구하거나 재배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칠면초를 요리할 때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갯벌에서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흙과 염분이 많이 묻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흐르는 물에 여러 번 깨끗이 씻어 불순물을 제거해야 한다. 또한 생으로 먹기보다는 살짝 데치는 것이 좋다. 데치면 질긴 식감이 부드러워지고 염분도 어느 정도 빠져서 먹기 편하다. 너무 오래 데치면 아삭한 식감이 사라지니 1, 2분 정도만 살짝 데치는 것이 적당하다. 데친 칠면초는 바로 찬물에 헹궈 열기를 식히면 색감도 선명해지고 식감도 더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