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징그러워…서양에선 혐오의 대상이지만, 한국에선 약재로 먹는 동물

2025-04-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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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특정 질환에 효과적인 귀한 약재로 인식돼

한 약업사 선반에 다양한 약재가 빼곡히 쌓여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한 약업사 선반에 다양한 약재가 빼곡히 쌓여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서양에서는 위험하고 혐오스러운 존재로 여기며 먹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약재로 사용하면서 먹는 동물이 있다. 바로 절지동물인 지네다.

한국의 한의학과 전통 민간요법에서 지네는 오랫동안 약재로 사용된 동물이다. 예로부터 지네를 특정 질환에 효과적인 천연 약재로 인식해왔다. 특히 염증, 통증, 피부질환, 중풍 등의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귀한 약재로 사용돼 왔다.

지네의 몸은 길쭉하고 등·배는 편평하다. 몸길이는 약 7∼15㎝ 정도다. 지네의 등면은 흑녹색이며 머리 부분과 배 부분은 황갈색이다. 지네의 다리는 최소 15쌍(30개), 최대 177~191쌍(354~382개) 정도가 있으며 다리끝은 흑색인 것이 많다. 삼림의 낙엽이나 흙 속, 썩은 나무의 아래에서 살면서 소형의 거미나 곤충을 잡아먹는다.

한국에서 지네를 약재로 먹는 이유는 지네의 독이 가진 약리 작용을 활용한다는 전통적인 인식에 기인한다. 지네는 맹독성 절지동물이다. 타액과 이빨에서 나오는 신경독은 원래 포식과 방어를 위해 존재하지만 이를 적절히 건조, 가공하면 오히려 해독과 항염 작용을 유도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한의학에서는 지네를 오공(蜈蚣)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풍을 제거하고 경련을 멈추며, 독을 풀어주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지네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지네 자료 사진 / 연합뉴스

한의학에서 지네는 중풍 후유증, 안면신경마비(구안와사), 만성 관절염, 피부병(습진), 고질적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풍(風)이 신체에 들어오면 통증과 마비를 유발한다는 동양 의학 이론에 기반하며 지네는 그런 풍을 몰아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약재로 쓰였다. 지네의 독성을 소량 사용함으로써, '독을 다스리는 데 독을 쓴다'라는 원리에 따라 활용해왔다.

반면 서양에서는 생김새가 징그러운 지네와 같은 절지동물은 혐오 생물로 분류되며 약리적 가치보다는 독성 생물로 인식돼 왔다. 또 의학적 치료제로 사용된 역사도 사실상 없다. 문화적으로도 지네에 대한 인식이 치료보다는 혐오, 위험, 회피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지역에서는 지네와 같은 독충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 이를 약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거의 없었다.

한국에서 지네를 채집해 대나무 등에 머리와 꼬리 쪽을 잡아매어 건조하거나 끓는 물에 머리를 넣었다가 햇볕에 말린다. 머리와 다리를 제거하고 썰어서 약재로 사용한다. 보통 말린 지네를 가루 내어 환약 등으로 복용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지네에 대한 효능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알레르기 반응이나 독성 문제로 인해 현대 의학적으로는 권장되지 않고 있다. 지네를 약으로 복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전문가의 상담과 적절한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지네를 함부로 채집하거나 섭취하는 행위도 생태계 파괴 및 보건위생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튜브, 한동하채널-HANDONGHA Channel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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