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사례까지... 봄이면 채취 중 사고 빈번한 한국 식재료
2025-04-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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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 중 길 잃는 사고 자주 벌어지는 한국 나물

제주도 고사리 채취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고사리를 꺾으러 나섰다가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고사리는 영양가가 높아 ‘산에서 나는 소고기’로 불리는 식재료지만 채취 과정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사리 산지로 유명한 제주에선 매년 봄이면 많은 이가 고사리를 채취하러 나서지만 안전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1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30분쯤 제주시 노형동 월산정수장 입구 교차로 인근 풀숲에서 고사리를 캐던 50대 남성 A씨가 뱀에게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는 A씨에게 응급처치를 실시한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다행히 A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사리 채취 중 길을 잃는 사고도 빈번하다. 지난해 4월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한 들판에서 60대 A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A씨는 고사리를 꺾으러 나갔다가 실종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가 흰색 포터 트럭을 몰고 거슨세미오름 인근으로 이동한 사실을 확인했다. A씨의 트럭을 찾은 데 이어 수색을 벌이던 경찰과 소방당국은 결국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고사리를 채취하다 길을 잃었다는 신고는 총 190건에 달했다. 소방안전본부는 봄철 고사리 채취와 오름·올레길 탐방이 많아지는 시기에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한다.
고사리를 채취할 때는 몇 가지 주의점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먼저 혼자서 채취하러 가지 말고 반드시 일행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길을 잃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배터리를 완충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또한 호루라기 같은 연락 장비를 준비하는 것도 유용하다. 길을 잃었다면 무리하게 이동하지 말고 119에 신고한 뒤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 제주 중산간 지역의 곶자왈이나 오름 주변에서 고사리가 많이 자라는데, 이런 장소는 수풀이 우거져 방향을 잃기 쉽다. 따라서 주변 지형을 미리 파악하고, 눈에 띄는 기준점을 설정해 이동 경로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풀숲이나 덤불이 우거진 곳에서 고사리를 캘 때는 뱀과 같은 야생동물에 물리거나 다칠 위험이 있으니 장갑이나 장화를 착용하고, 주변 환경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고사리는 어떤 식재료일까. 고사리는 고사리과에 속하는 다년생 양치식물이다. 전 세계 온대와 난대 지역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나물로 즐겨 먹었으며, 특히 제사 음식에 빠지지 않는 재료다. 고사리는 단백질과 무기질, 칼슘, 칼륨이 풍부해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칼슘은 뼈 건강에 도움을 주고,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촉진해 혈압 조절과 부기 해소에 효과적이다. 또한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 예방에도 좋다. 제주에서는 고사리를 나물로 볶아 먹거나 고사리 육개장, 고사릿국 같은 향토음식으로 활용한다.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는 별미도 인기다. 생고사리에는 비타민 B1을 분해하는 티아미나아제 성분이 있어 반드시 삶아서 독성을 제거한 뒤 먹어야 한다. 100도에서 20분 이상 소금물에 삶으면 이 성분이 파괴된다.
제주도가 고사리 산지로 유명한 이유는 섬의 자연환경과 기후 때문이다. 제주도는 한라산 자락과 중산간 지역에 고사리가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췄다. 해발 200m에서 600m 사이의 오름과 곶자왈에서 고사리가 많이 자라며, 4월에서 5월 사이 비가 자주 내리는 ‘고사리 장마’ 시기에는 고사리가 더욱 풍성하게 자란다. 제주 고사리는 크고 굵으면서도 연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과거에는 ‘궐채’라는 이름으로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그 맛과 품질이 인정받았다. 현재도 제주 고사리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도민뿐 아니라 관광객들까지 채취에 나설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빈번한 만큼 고사리를 채취할 때는 반드시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