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 혼란의 도가니... "최우량 기업 기본 분석조차 불가능"

2025-04-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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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태가 쉽게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다.

월가의 심장이 멈춘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자산시장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전 세계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교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를 잠재우지 못했다. 월가는 물론 전 세계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에 휩싸이며 미국 시장에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관세 부과와 철회가 반복되고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된 관세율, 그리고 중국과의 갈등 격화는 미국 정책에 대한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정책 혼란이 미국 경제의 예측 가능성을 해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결정이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며 기업들의 투자 계획을 마비시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9일(현지시각) 관세 유예를 발표했다. 그 여파로 뉴욕 증시는 이날 기록적인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불과 하루 만인 10일 다시 급락하며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하루 만에 800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S&P 500과 나스닥도 각각 3%와 4% 가까이 떨어졌다. AP통신은 이번 증시 변동성이 팬데믹 초기나 2008년 금융위기 수준에 맞먹는다고 전했다.

달러화 가치는 미국 자산 매도세가 이어지며 사흘 연속 하락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스위스프랑은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AFP통신은 투자자들이 달러를 버리고 안전통화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 가격도 온스당 2300달러를 돌파하며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도 경기침체 우려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55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블룸버그는 유가 하락이 글로벌 수요 둔화에 대한 시장의 공포를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이틀간 뉴욕 증시의 변동성은 역사적 수준에 달했다. LA타임스는 이번 시장 혼란이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심각한 변동성 지표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빠르게 갉아먹고 있다면서 향후 3개월간 시장 불안을 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빌 스미드 스미드 캐피털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이 사태가 쉽게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지금은 강력한 약세장의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킴 포러스트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도 “신흥 시장에서는 정책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제 최우량 기업의 기본적인 분석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LSEG 리퍼 데이터를 인용해 3~9일 일주일 동안 미국 고수익·고위험 채권 펀드에서 96억 달러, 레버리지론 펀드에서 65억 달러가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이는 모두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 유출이다.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을 버리고 현금이나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대거 이동한 결과로 보인다. 고위험 채권은 발행 기업의 재정 상태가 취약해 경제 위기에 쉽게 흔들린다.

관세전쟁은 공급망 붕괴와 국경 간 무역 감소를 초래하며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을 키웠다. 뉴욕타임스는 이로 인해 미국 소비자 물가가 연말까지 2%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침체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퀘 응우옌 리서치 어필리에이츠 최고투자책임자는 “무역전쟁은 필연적으로 경기침체를 부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공황이 오기 전까지 물러서지 않을 테니, 현재 주가는 그 위험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미 패튼 TCW 그룹 글로벌 금리 책임자는 “최악의 상황이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며 “위험 자산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싫어한다. 그게 지금 트럼프 정부가 만들어내는 환경”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주식, 채권, 원자재 가격 전망을 내놓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발 무역전쟁은 글로벌 경제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주요 증시가 뉴욕 증시 급락 여파로 동반 하락했다. 독일 DAX 지수는 2.5%, 일본 니케이 지수는 3%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위기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글로벌 시장 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미국 GDP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8%로 낮췄다. 이 같은 전망은 관세전쟁이 기업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에서 비롯됐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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