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대부분은 기겁하는데... 중국인들은 맛있게 먹는 식재료

2025-04-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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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도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는 이색 식재료

오리 머리 요리를 판매하는 대림동의 한 식당. / '강채우 (river_fill)' 유튜브 영상 캡처
오리 머리 요리를 판매하는 대림동의 한 식당. / '강채우 (river_fill)' 유튜브 영상 캡처

시장 한구석에서 노릇노릇 구워진 오리 머리가 꼬치에 꽂혀 진열된 모습을 보면 누군가는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고 누군가는 질겁하며 고개를 돌린다. 조류의 머리를 통째로 요리해 먹는 식문화는 세계 곳곳에서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중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닭이나 오리 머리가 식탁 위 별미로 자리 잡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요리가 낯설고 심지어 거부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주 노동자들의 유입으로 이런 요리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에서는 닭, 오리, 거위 머리가 길거리 포장마차부터 고급 식당까지 다양한 무대에서 등장한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시장을 찾은 외국인들은 종종 놀란다. 닭이나 오리가 머리와 발까지 온전히 달린 채 진열된 모습을 보면 당황하기 일쑤다.

중국에서 조류 머리 요리가 발달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검소한 식문화를 들 수 있다. 과거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닭이나 오리의 머리는 놓치기 아까운 단백질 공급원이었고, 독특한 맛과 질감은 훌륭한 식재료가 됐다. 또한, 중국 요리 특유의 다양한 조리법과 향신료 활용은 닭이나 오리 머리의 잡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풍미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닭 머리의 쫄깃한 껍질과 부드러운 뇌, 오리 머리의 뼈 사이사이 숨겨진 살들은 독특한 식감과 풍미를 선사하며 미식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닭 머리 요리 중 하나는 러우지터우(卤鸡头)다. 닭 머리를 간장, 설탕, 팔각, 계피 등 다양한 향신료를 넣은 육수에 오랜 시간 졸여 만든 요리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하고, 향긋한 향신료의 풍미가 닭 머리에 깊숙이 배어들어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쫄깃한 껍질을 뜯어 먹고, 뇌의 부드러움을 음미하는 재미가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매콤한 양념에 볶거나 튀겨 먹기도 한다. 오리 머리 요리로는 야터우(鸭头)가 유명하다. 특히 사천 지역의 마라 야터우(麻辣鸭头)는 얼얼하고 매운맛이 특징이다. 맥주와 함께 즐기기에 좋은 안주로 손꼽힌다. 오리 머리를 반으로 갈라 혀, 뺨, 뇌 등을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리의 여러 특수 부위로 만든 음식. / '극단연애' 유튜브 영상 캡처
오리의 여러 특수 부위로 만든 음식. / '극단연애' 유튜브 영상 캡처

중국 외에도 동남아시아에서 조류 머리 요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닭 머리를 ‘헬멧’이라 부르며 길거리 음식으로 즐긴다. 머리를 소금, 후추로 밑간해 밀가루를 묻힌 뒤 기름에 튀기거나 숯불에 굽는다. 바삭한 껍질을 간장이나 식초 소스에 찍어 먹는다. 베트남에서는 닭 머리를 수프에 넣는다. 생강, 레몬그라스와 함께 끓여 맑은 육수를 내고 쌀국수나 허브를 곁들인다. 태국 북부 지역에서는 닭 머리를 매운 샐러드(얌)로 만들거나 구워 먹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삼발 소스에 찍거나 꼬치구이로 내놓는다. 이들 지역에서도 식재료를 아끼는 전통과 풍부한 향신료 사용이 요리를 발달시켰다.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서는 닭 머리를 스튜나 수프에 넣고, 남미의 페루에서는 튀기거나 국물 요리에 활용한다. 경제적 이유와 전통적 식재료 활용이 공통된 배경이다.

조류 머리엔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 미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렴한 가격에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오랫동안 다른 나라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에서는 이런 요리가 낯설다. 한국인들은 삼계탕이나 백숙처럼 닭을 통째로 요리할 때도 머리를 제거한다. 오리탕에도 머리는 넣지 않는다.

왜 한국에서는 이 요리가 발달하지 않았을까. 한국에서 조류 머리 요리가 발달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우선 한국 음식 문화는 식재료의 깔끔한 손질과 위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조류의 머리 부분은 털, 뼈, 뇌 등 비교적 복잡한 구조로 돼 있어 손질에 어려움이 있고 위생적인 문제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다. 또한 한국 요리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닭이나 오리 머리는 특유의 잡내가 있을 수 있어 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조리법이 발달하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닭 머리나 오리 머리에 특별한 미식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고, 다른 부위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요리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한국에도 닭발이나 돼지머리 등 동물의 특정 부위를 즐겨 먹는 문화가 존재하지만 이는 뼈와 껍질 위주로 이뤄져 뇌, 눈 등 머리 전체를 섭취하는 중국의 식문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국인들에게 조류 머리 요리는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인해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일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조류 머리 요리를 접할 기회가 늘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의 유입이 주요 원인이다. 서울 구로, 영등포, 대림동 같은 다문화 지역의 경우 이주 노동자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많아졌다. 이들 지역에서 중국식 닭 머리 꼬치나 오리 머리 졸임, 더 나아가 오리 목이나 오리 혀 등으로 만든 요리를 파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주 노동자들이 고향의 맛을 재현하며 한국인들에게도 새로운 식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소수에 국한된 현상이지만, 글로벌화와 인구 이동으로 이런 요리가 점차 익숙해질 가능성이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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