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가시덤불 헤치고 채취한다… 밥상에 오르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나물'

2025-04-10 20:45

add remove print link

약효가 뛰어나 예로부터 귀한 식재료로 여겨진 '나물'

봄이면 날카로운 가시를 두른 키 큰 나무에서 연둣빛 새순이 솟아난다. 이 새순은 산나물 중에서도 깊은 향과 쌉싸름한 맛으로 손꼽힌다. 두릅과 닮았지만 향이 더 진하고, 약효도 뛰어나 예부터 귀한 식재료로 여겨졌다. ‘엄나무순’에 대해 알아보자.

엄나무순 자료 사진. / 유튜브 '해남농부 남재TV'
엄나무순 자료 사진. / 유튜브 '해남농부 남재TV'

엄나무순은 엄나무(Kalopanax septemlobus)라는 나무의 새순을 말한다. 이 나무는 가시오갈피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25m까지 자라며 줄기와 가지에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흔히 ‘개두릅’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두릅나무와 비슷한 모양과 맛 때문이다. 엄나무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엄중한 기운을 품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새순은 부드럽고 연한 식감으로 봄철 식탁을 채운다.

이 나무는 한국, 일본, 중국 동북부, 러시아 극동 지역 같은 동아시아 산림 지대에 서식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등 산지가 많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엄나무는 햇빛이 적당히 들고, 토양이 비옥한 곳을 좋아한다. 깊은 숲이나 계곡 근처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다.

엄나무는 삼국시대부터 약재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엄나무 뿌리와 껍질은 해독, 소염, 진통 효과가 있어 신경통, 관절염, 당뇨병 치료에 활용됐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에는 엄나무잎을 말려 차로 마시거나, 뿌리를 달여 약으로 썼다는 기록도 있다. 옛사람들은 엄나무를 ‘산삼 나무’라 부르며, 그 약효를 높이 샀다. 오늘날까지도 엄나무순은 건강식으로 널리 소비된다.

엄나무 자료 사진. / Binimin-shutterstock.com
엄나무 자료 사진. / Binimin-shutterstock.com

엄나무순은 4월 중순~5월 초순쯤 채취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순이 단단한 나뭇가지로 자라면서 맛과 향이 떨어진다.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옛날에는 이 나무를 귀신을 쫓는 신목으로 여겨 대문 앞에 걸어 뒀다고 한다.

과연 맛은 어떨까. 엄나무순은 쌉싸름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있고, 두릅보다 진한 향이 특징이다. 엄나무순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건강식으로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일본과 중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나물 요리가 있어 낯설지 않게 받아들인다. 서양권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건강식 트렌드에 힘입어 샐러드나 스무디 재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엄나무순은 나물뿐만 아니라 장아찌로도 즐겨 먹는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먼저, 엄나무순 300g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냄비에 양조간장 250ml, 식초 250ml, 설탕 250ml, 물 250ml, 소주 75ml를 넣고 끓인 뒤 식힌다.

이 양념장을 준비한 엄나무순에 붓고, 재료가 떠오르지 않게 돌로 누른다. 이제 용기를 덮어 냉장고에 3주 정도 보관하면 완성이다. 약간의 소주를 넣으면 변질을 막아 더 오래 먹을 수 있다. 쌉싸름한 맛이 간장과 어우러져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유튜브 '해남농부 남재TV'

된장무침도 인기 메뉴다. 엄나무순 200g을 씻어 끓는 물에 30초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다. 여기에 국간장 1큰술, 다진 마늘 0.5큰술, 참기름 약간, 깨소금 약간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홍고추 1개를 썰어 넣으면 색감과 매운맛이 더해진다. 된장의 구수한 맛과 엄나무순의 쌉싸름함이 조화를 이뤄 나물 반찬으로 손색없다.

엄나무순을 채취할 때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너무 자란 순은 질기고 맛이 떨어지니 연한 것을 고른다. 또한 나무에 가시가 있어 맨손으로 만지면 다칠 수 있다. 가급적 장갑을 끼는 게 좋다.

엄나무순은 봄나물 중 하나로, 건강과 맛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식재료다. 그 쌉싸름한 맛 뒤에는 오랜 역사와 효능, 그리고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엄나무순 자료 사진. / 유튜브 '해남농부 남재TV'
엄나무순 자료 사진. / 유튜브 '해남농부 남재TV'
home 조정현 기자 view0408@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