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생물처럼 특이한 생김새.. 소금 대용으로 쓰이는 희한한 한국 나물

2025-04-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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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로도 먹고 소금 대용으로도 쓰인다는 특이한 한국 식재료

퉁퉁마디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퉁퉁마디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갯벌 위를 붉게 물들이며 퉁퉁한 몸으로 바람을 맞는 식물이 있다. 이름부터 독특하다. 퉁퉁마디. 소금기 머금은 땅에서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언뜻 보면 외계에서 온 것처럼 생김새가 특이하지만, 먹을 수도 있고 심지어 소금 대용으로도 쓰이는 나물이다. 한국의 갯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식물은 최근 건강식으로 주목받으며 재배까지 되고 있다. 중국, 영국, 프랑스에서도 식탁에 오르는 퉁퉁마디의 매력을 파헤쳐보자.

퉁퉁마디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퉁퉁마디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퉁퉁마디는 명아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줄기가 퉁퉁하고 볼록볼록 이어져 있어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 키는 30~40cm까지 자라며, 잎은 거의 보이지 않고 줄기만 두드러진다. 봄과 여름엔 초록색이지만 가을이 되면 붉게 변해 갯벌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8~9월엔 마디 사이에 작은 꽃이 피고, 곧 검은 씨앗이 맺힌다. 짠 바닷물 속에서도 수분을 지키려고 줄기에 물을 가득 품은 모습이 특징이다. ‘함초’라는 별명도 있다. 짠 풀이라는 뜻이다.

퉁퉁마디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퉁퉁마디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서식지는 주로 갯벌이다. 한국에선 서해안과 남해안, 강화도, 신안, 순천만 같은 곳에서 쉽게 만난다. 염분이 많은 땅을 좋아해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벌 상부에 군집을 이룬다. 일본과 중국 동부 해안, 유럽의 북해 연안에서도 자생한다. 소금기가 강한 환경에서도 잘 버티는 생존력 덕에 폐염전이나 간척지에서도 자란다. 가을이면 붉은 퉁퉁마디 군락이 갯벌을 뒤덮어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 일본 홋카이도 아바시리 국립공원에선 이 식물을 특별 관리할 정도다.

한국에선 퉁퉁마디를 예전부터 먹어왔다. 주로 갯벌 근처 주민들이 어린 순을 나물로 무치거나 국을 끓였다. 요즘엔 미네랄이 많고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며 관심이 커졌다. 강화도, 부안, 신안 같은 지역에선 2000년대 들어 재배 단지가 생겼다. 자연에서 채취하는 건 줄었고, 양식으로 키워 시장에 내놓는다. 특히 소금 대용으로 쓰이는 나물로 인기다.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함초소금으로 판다. 짠맛이 강해 요리에 조금만 뿌려도 간이 된다. 콜레스테롤을 낮춘다는 효능도 알려져 한의학에선 약재로 쓰이기도 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퉁퉁마디를 먹는다. 과거에 소금이 귀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고급 식재료로 취급한다. 영국 남부 해안에선 생으로 샐러드에 넣거나 살짝 데쳐 해산물 요리에 곁들인다. 프랑스에선 버터에 볶아 스테이크 반찬으로 낸다. 유럽에선 짠맛을 살려 피클로 담그기도 한다. 중국 동부 지역에선 나물로 무치거나 국에 넣어 먹는다. 각 나라마다 조리법은 다르지만 건강식으로 주목받는 건 비슷하다.

요리법은 다양하다. 한국에선 어린 순을 데쳐 간장, 마늘, 참기름으로 무친다.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30초 정도 데친 뒤 찬물에 헹구면 된다. 너무 오래 데치면 퉁퉁한 식감이 사라진다. 국을 끓일 땐 멸치 육수에 퉁퉁마디를 넣고 된장으로 간한다. 전을 부칠 땐 갈아서 밀가루 반죽에 섞는다. 소금 대용으로 쓸 땐 말려 가루로 만들어 뿌린다. 영국에선 생으로 샐러드에 넣거나 찜 요리에 곁들인다. 프랑스식으론 버터에 볶아 고소함을 더한다. 맛은 짭짤하고 담백하다. 생으로 먹으면 바다 냄새가 나고, 데치면 짠맛이 빠지며 부드러워진다. 씹을수록 쌉쌀한 풀 향이 살짝 돈다.

먹을 땐 주의가 필요하다. 염분이 많아 생으로 과식하면 목이 마를 수 있다. 데쳐서 짠맛을 빼고 먹는 게 낫다. 알레르기 체질이라면 소량 먹어보고 확인해야 한다. 건강식이라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가 어려울 수 있다. 채취할 땐 갯벌 깊이 들어가지 않는 게 중요하다. 발이 빠질 위험이 크다.

퉁퉁마디는 환경적으로도 가치가 크다. 탄소를 저장하는 블루카본으로 주목받는다. 갯벌이 줄며 퉁퉁마디도 위협받았지만 최근 복원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퉁퉁마디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퉁퉁마디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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