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용 꽃이었는데... 한국에서 최근 맛있는 나물로 급부상한 식재료
2025-04-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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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즐겁게 해주다가 이젠 입까지 즐겁게 해주는 한국 나물

여름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는 삼잎국화가 화단을 넘어 식탁 위로 성큼 다가왔다. 관상용 꽃으로만 사랑받던 이 식물이 이제 나물로 주목받으며 식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세 갈래로 갈라진 잎과 국화처럼 피어나는 꽃은 보는 재미를 주지만, 어린 순을 나물로 만들어 입에 넣으면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맛으로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북아메리카에서 건너온 이 귀화식물은 한국에서 점점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농부도 있을 정도다. 떠오르는 나물 삼잎국화에 대해 알아봤다.
삼잎국화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키가 2m까지 훌쩍 자라 ‘키다리나물’이란 별칭이 있다. 잎은 삼각형처럼 세 갈래로 갈라져 있고, 여름이면 노란 꽃이 줄줄이 피어나며 주변을 밝힌다. 줄기는 단단하고 곧게 뻗으며, 뿌리는 땅속 깊이 박혀 쉽게 뽑히지 않는다. 꽃은 국화와 닮았지만 모양이 보다 소박하고, 잎은 두툼해서 씹으면 특유의 아삭함이 있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다. 강가나 습지, 산기슭 같은 물기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한국엔 20세기 초 원예식물로 들어왔고, 이후 야생으로 퍼져 전국 곳곳에서 자생한다. 번식력이 워낙 좋아 한 번 뿌리를 내리면 베어도 다시 자라난다.
서식지는 한국 전역에 걸쳐 있다. 강원도 산골짜기부터 제주도 들판까지 물가 근처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도 자생한다. 특히 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겨울엔 뿌리로 월동했다가 봄이면 새순을 내밀고 7~9월엔 꽃을 피운다. 생명력이 강해 병충해에도 잘 견디고, 뿌리로 번식하며 세력을 넓힌다. 이런 특성 덕에 농가에선 소규모로 나물용 재배를 시작하기도 했다. 과거엔 방치되던 식물이지만, 최근엔 관상용을 넘어 식용으로 주목받으며 재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부 농가가 이미 재배를 시작했다. 그렇더라도 아직 대중적인 나물은 아니다.
어떻게 먹을까. 봄에 어린잎을 따서 데쳐 무치거나 된장국에 넣어 먹는다. 강원도나 충청도 농촌에선 ‘삼잎나물’이나 ‘꽃나물’로 부르며 옛부터 먹어왔다. 다만 시금치, 쑥 같은 익숙한 나물에 비하면 인지도가 낮다. 향이 강하지 않아 호불호가 적지만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없고 요리법도 널리 알려지지 않ᄋᆞᆻ다. 그래도 철분과 칼슘이 풍부해 빈혈 예방이나 뼈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며 조금씩 식탁에 오르고 있다. 한방에선 뿌리와 잎을 소화불량이나 감기 치료에 썼다는 기록도 있다.
중국의 경우 남부 지역에서 삼잎국화를 주로 먹는다. 어린잎을 볶거나 국에 넣는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주류 식재료는 아니고, 지역 특색 요리로 소비된다. 북아메리카 원산지답게 미국 동부 원주민들은 예전부터 나물이나 약용으로 썼다. 체로키 인디언들은 잎을 데쳐 먹거나 말려 차로 마셨다. 관상용으로 더 유명했던 삼잎국화의 대중화 시도가 이뤄진 건 최근 몇 년 사이의 변화다.
요리법은 간단하다. 어린 순을 데쳐 간장, 마늘, 참기름으로 무친다. 줄기를 먼저 넣고 15초 뒤 잎을 넣어 30초만 데치면 아삭함이 살아있다. 볶은 들깨를 넉넉히 넣으면 고소함이 배가 된다. 전으로 부치거나 김밥에 넣어 먹어도 맛있다. 중국 남부에선 마늘과 고추를 곁들여 기름에 볶아 매콤하게 즐긴다. 미국 원주민들은 생으로 샐러드에 넣거나 차로 우려 마셨다. 맛은 시금치와 비슷하지만 풀 향이 조금 더 강하다. 익히면 향이 부드러워지고, 아삭한 식감 뒤에 은은한 단맛이 느껴진다. 나물로 무치면 고소하고 밥과 잘 어울린다.
가축에게 먹여선 안 된다. 사람에겐 큰 문제가 없지만 가축에겐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취할 땐 뿌리째 뽑지 말고 잎과 줄기만 따야 한다. 뿌리를 건드리면 다음 해 싹이 안 날 수 있다. 도로변이나 공장 근처 개체는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
삼잎국화는 꽃으로 눈을 즐겁게 하다가 이제 나물로 입을 즐겁게 한다. 한국에선 아직 낯선 나물이지만 재배가 쉽고 번식력이 강해 앞으로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나 미국처럼 요리법이 다양해지면 식탁에서 자리를 잡을지도 모른다. 봄이면 새순이 나풀나풀 올라오고, 여름엔 노란 꽃이 만발하는 삼잎국화가 관상용에서 식용으로 멋지게 변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