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기겁하며 바로 버리는데... 중국선 최고급 식재료인 물고기
2025-04-18 11:37
add remove print link
뱀장어와 뱀을 절반씩 섞은 것처럼 생겼다는 한국 물고기

논두렁 사이를 파고들며 뱀처럼 꿈틀거리는 기묘한 물고기가 있다. 뱀장어와 뱀을 절반씩 섞어 놓은 듯한 기묘한 생김새가 특징인 이 녀석의 이름은 드렁허리다. 드렁허리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오랜 세월 사람들과 얽혀왔다. 하지만 이웃 나라들 사이에서도 드렁허리를 대하는 태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한국에선 징그럽게 생겼다면서 거의 식재료로 쓰지 않는다. 반면 중국에선 최고급 요리의 재료로 대접받는다.
드렁허리는 드렁허리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다. 뱀장어처럼 기다란 몸을 가졌다. 몸길이는 보통 30~60cm지만 큰 녀석은 1m까지 자라기도 한다. 역시 뱀장어처럼 비늘이 없고 매끈한 점액질로 몸통이 덮였다. 황갈색 바탕에 검은 얼룩무늬가 불규칙하게 퍼져 있다. 배 쪽은 주황빛이나 연한 황색을 띤다. 뱀장어와 달리 가슴지느러미나 배지느러미가 없고,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도 흔적만 남아 있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외형 때문에 언뜻 뱀으로 착각하기 쉽다. 실제로 일부 지역 농민은 물뱀이라고 부르며 꺼림칙한 존재로 여긴다. 드렁허리는 공기호흡이 가능해 논이나 하천에서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고 숨을 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낮에는 진흙 속이나 돌 틈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활동을 시작해 작은 물고기, 수서곤충, 지렁이 같은 먹잇감을 사냥한다.
드렁허리의 서식지는 꽤 넓다. 한국 전역의 논, 호수, 하천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의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열대·아열대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수질 오염에 강한 편이라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살아남는다. 심지어 논이 마르면 미꾸라지처럼 진흙 속에 파묻혀 동면하며 봄을 기다리기도 한다. 산란기는 6~7월이다. 논두렁에 구멍을 파고 알을 낳는다. 이런 습성 때문에 이름도 ‘논두렁을 허문다’는 뜻에서 ‘드렁허리’로 굳어졌다는 설이 있다. 농부들에겐 논두렁 물을 새게 만드는 골칫거리지만 생태학적으로 보면 적응력이 뛰어난 생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선 드렁허리를 거의 먹지 않는다. 낚시꾼들이 가끔 낚아도 뱀 같은 생김새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고 물가에 던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과거 문헌인 ‘난호어목지’에선 독이 있다는 오해가 적혀 있다. 뱀이 변한 것이라는 민간 설도 있었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 탓에 식탁에 오르지 못했다는 분석이 있다. ‘동의보감’에선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기록하며, 습비((濕痺)나 허손(虛損) 같은 질병을 다스리는 약용으로 썼다고 나온다. 습비는 몸에 습기가 몰려 기혈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질병이다. 관절통, 부종, 팔다리 저림이나 마비, 소화불량 등의 질병이 습비에 속한다. 허손은 한의학에서 몸의 정기(精氣)나 기혈(氣血)이 부족해 허약해진 상태를 전반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예전엔 정력 보강이나 관절 건강을 위해 드렁허리를 먹거나 술에 담가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요리법이 따로 발달하지 않아 대중적인 식재료로 자리잡지 못했다. 현대에 와선 서식 환경 악화로 개체 수도 줄어 희귀해진 탓도 크다.
그래도 꾸준하게 찾는 사람은 있는 듯하다. 많지 않은 데다 양식하지 않은 어종인 까닭인지 가격은 매우 비싸다. 자연산 1kg이 10만원 안팎에 팔린다. 자연산 민물장어보다 비싸다.
반면 중국에선 드렁허리가 완전히 다른 대접을 받는다. 중국에서 드렁허리는 ‘황산’(黃鱔)으로 불리며 고급 식재료로 취급된다. 뱀장어보다 맛이 좋다는 말을 들으며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보양식으로 사랑받는다. 중국 요리에서 드렁허리는 다양하게 활용된다. 대표적인 건 ‘황산볶음’이다. 드렁허리를 잘게 썰어 마늘, 생강, 고추와 함께 기름에 볶아낸다. 매콤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또 다른 인기 메뉴는 ‘황산탕’이다. 드렁허리를 푹 끓여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찜 요리나 튀김으로도 먹는다. 껍질에 지느러미가 거의 없는 점을 이용해 통째로 조리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남부 지역에선 여름철 보신용으로 특히 인기다. 맛은 뱀장어와 비슷하지만 더 부드럽고 쫄깃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국 같은 동남아 국가에서도 비슷하게 고급 요리로 즐긴다.
드렁허리의 효능도 중국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세포막이나 뇌세포를 구성하는 DHA와 레시틴이 많아 류마티스 관절염 완화나 기력 회복에 좋다고 알려졌다. 중국에선 친환경 농법으로 벼와 함께 드렁허리를 키워 수출까지 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반면 한국에선 이런 경제적 가치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먹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드렁허리는 유극악구충이라는 기생충의 숙주다. 날로 먹으면 감염 위험이 있으니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