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잠수함'으로 불린 투수…어제(9일) 전해진 야구인의 부고
2025-04-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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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 대표했던 투수
프로야구 초창기 OB 베어스를 대표했던 투수이자, 이후 수많은 유망주를 길러낸 지도자로도 명성을 떨쳤던 박상열 전 코치가 지난 9일 오전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박 전 코치는 동대문상고(현 청원정보산업고)를 졸업한 뒤 실업 야구 무대에서 기량을 쌓았고,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원년 멤버로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입단 첫 해 팀의 창단 우승에 기여하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박상열은 흔치 않은 사이드암 투수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투구폼과 경기 운영 능력을 통해 활약했다. 직구 평균 구속이 빠르지 않았음에도, 그는 정교한 제구력과 완급 조절로 타자들을 압도하며 '느린 공으로도 이길 수 있다'는 말의 상징적인 존재로 남았다. 특히 1983년 시즌에는 10승 9패, 평균자책점 2.49, 완봉승 7회를 기록하며 OB의 선발 로테이션 한 축을 담당했다. 이듬해에도 12승 7패, 평균자책점 2.57로 팀의 핵심 투수로 자리잡았다. 프로 통산 성적은 38승. 그는 1988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로 변신했다. 실업야구 시절 스승이었던 김성근 전 감독을 따라 1989년 태평양 돌핀스 코치로 부임하며 지도자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김 감독과 함께 쌍방울 레이더스,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 등 여러 구단에서 호흡을 맞췄고, 특히 SK 와이번스에서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코치로 재직하며 팀의 전성기를 함께했다. 이 기간 동안 SK는 세 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으며, 박 전 코치도 뒷줄을 든든히 받쳐주는 존재로 평가받았다.
박상열은 기술적으로 특출난 투수였던 것은 물론, 선수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중요시했던 지도자였다. 선수들에게는 '큰소리치지 않는 코치' '묵묵히 옆을 지켜주는 선배'로 기억됐다. 빠른 볼을 던지지 않아도 타자를 요리할 수 있다는 신념은 그가 평생 지녔던 야구 철학이자 삶의 태도였다.
그가 남긴 야구에 대한 태도와 지도력은 지금도 많은 후배 선수와 코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팀의 중심을 단단히 지탱했던 투수였고, 선수보다 선수의 마음을 더 먼저 읽었던 지도자였다.
고인의 유가족으로는 배우자 진혜덕 씨와 아들 진영 씨, 딸 혜성 씨, 며느리 김진희 씨, 사위 김민수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호이며, 발인은 11일 오전 8시 20분,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