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0.1%만 아는 맛…임금님만 먹던 '초희귀' 한국 산나물

2025-04-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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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임금님도 반한 눈 속에서 자라는 신비의 나물
건강에 최고! 우리가 모르는 산갓의 놀라운 비밀

우리 조상들이 귀하게 여겼지만 현대인에게는 생소한 봄철 산나물이 있다. 조선시대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던 '산갓'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눈을 뚫고 자라나는 강인한 생명력과 독특한 매운 향으로 궁중에서 사랑받았던 이 나물은 오늘날 전 국민의 0.1%만이 그 진정한 맛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희귀한 식재료로 여겨지는 산갓(는쟁이냉이) / 유튜브 '청산별곡TV'
희귀한 식재료로 여겨지는 산갓(는쟁이냉이) / 유튜브 '청산별곡TV'

임금님의 입맛을 사로잡은 '산갓'

산갓은 '는쟁이냉이'라고도 불리며, 2월 초봄 눈 아래에서 자라는 희귀 산나물이다. 눈 속에서도 얼어죽지 않을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계곡의 얼음이 녹기 전에 얼음 속에서 채취하는 고급나물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 화천 해발 1000미터 고산지대의 습한 곳에서 자라며, 서식지가 제한되어 있어 그 희소성이 매우 높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조선시대 입춘 때 산갓을 포함한 '오신반(五辛飯)'을 임금님께 진상했다. 이는 겨우내 부족했던 비타민C를 보충하는 합리적인 식문화였다.

산갓의 가장 큰 특징은 와사비를 연상시키는 매콤한 맛이다. 생으로 먹을 경우 톡 쏘는 매운맛이 입안을 자극하지만, 와사비보다 더 은은한 향을 지녀 미식가들 사이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수확 시기가 짧고 재배가 까다로워 '초희귀' 식재료로 분류된다.

산갓(는쟁이냉이) / 유튜브 '들뫼곳간'
산갓(는쟁이냉이) / 유튜브 '들뫼곳간'

문헌에 기록된 산갓의 역사적 가치

예로부터 양반가를 중심으로 극소수만이 즐겨먹었다는 이 나물은 깊은 산 골짜기에 자생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신비의 나물이기도 하다. 나물꾼들은 이 귀한 산갓을 찾기 위해 해발 700m 고지를 오르는 수고도 감내한다.

조선시대 여성 실용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규합총서》에는 산갓을 활용한 '산갓김치' 레시피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무와 미나리를 함께 섞어 간장과 고추로 양념한 이 전통 발효식품은 봄철 입맛을 돋우는 최고의 반찬으로 여겨졌다.

현대에 와서는 '산갓물김치'로 재탄생했는데, 히말라야 돌소금을 사용해 더욱 깊은 감칠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영양학적으로도 산갓은 비타민C와 무기질이 풍부해 겨울철 영양 결핍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며, 한의학에서는 혈액 순환 개선과 감기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산갓의 놀라운 효능

산갓은 맛뿐만 아니라 다양한 건강상 이점으로도 주목받는다. 우선 사포닌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항암 및 항균 효과가 탁월하다. 특히 다양한 암세포 억제와 전염성 병원균 퇴치에 효과적이며, 피부 지방종 치료에도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기관지염이나 편도선염 같은 염증성 질환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소화기능 개선 효과도 뛰어나다. 생으로 먹을 경우 톡 쏘는 매운맛이 위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불량과 속쓰림을 완화한다. 《삼원연수참찬서》에 따르면 생꿀과 섞어 먹으면 입맛을 돋우고 소화를 원활하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심혈관 건강 보호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비타민 A와 C, 식이섬유가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혈관 내 플라크 형성을 방지한다. 아세틸콜린 성분은 혈액순환 개선에 기여해 심장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한의학에서는 산갓의 해열 및 해독 작용을 높이 평가한다. 몸의 열을 내리는 효능이 뛰어나고, 몸속 독소 제거와 부기 완화에 사용된다. 특히 뿌리를 달인 물은 임파선 결핵이나 유행성 뇌염 같은 염증성 질환 치료에 활용되어 왔다.

영양 보충 측면에서도 산갓은 봄철 비타민C 결핍을 해소하는 최적의 식재료다. 이러한 영양학적 가치 때문에 조선 시대 궁중에서는 오신채(五辛菜)의 주재료로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 또한 무기질과 단백질도 다량 함유되어 있어 영양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산갓 섭취 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과다 섭취할 경우 열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임산부는 복용을 피하는 게 좋다.

최근에는 한식 퓨전 레스토랑에서 산갓을 활용한 스시 토핑이나 소스로 재탄생시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고급 요리 재료로서 산갓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이다.

일부 농가에서는 인공 재배를 시도하고 있지만, 야생 산갓의 향과 질감을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기에 '진품' 산갓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유튜브, 청산별곡TV

나물부터 김치, 장아찌까지...다양한 산갓 요리법

1. 산갓물김치

조선 시대 궁중에서 진상되던 전통 음식으로, 톡 쏘는 매운맛과 상큼한 국물이 특징이다. 《규합총서》에는 무와 미나리와 함께 담그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주요 재료로는 산갓, 무, 쪽파, 미나리, 고춧가루, 마늘, 생강, 찹쌀죽 등이 사용된다. 조리 과정은 산갓을 80°C 물에 우려내고 무를 나박썰기하여 소금에 절인 후, 야채주머니에 양념재료를 넣고 무즙과 배즙으로 국물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절인 무와 산갓을 섞어 냉장고에서 숙성시키면 완성된다.

2. 산갓장아찌

산갓의 매운맛을 살린 저장식품으로, 파프리카와 사과를 갈아 넣어 색감과 단맛을 더한다. 산갓, 파프리카, 사과, 배, 천일염, 매실효소발효액 등이 주요 재료다.

산갓을 뜨거운 물에 여러 번 헹구어 쓴맛을 제거한 후, 야채와 과일을 갈아 양념장을 만들고 산갓을 절여 병에 담가 보관한다.

3. 산갓 나물

데친 산갓을 참기름과 소금으로 무쳐 만든 간단한 반찬으로, 봄철 입맛을 돋우는 기본 요리다. 산갓을 살짝 데친 후 물기를 제거하고, 참기름과 소금으로 양념하여 버무리면 완성된다.

한편 산갓 요리를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팁을 기억해야 한다. 우선 재료 선택 시 줄기 대신 뿌리잎(근생엽)을 사용해야 매운맛이 강하고 보관성이 좋다. 또한 산갓을 우릴 때는 80°C 이상의 물을 사용하면 쓴맛이 제거되며, 너무 오래 데치면 식감이 떨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산갓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우리 식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원이다. 봄이 깊어가는 4월, 아직 맛보지 못한 이들에게 산갓의 독특한 맛은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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