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밤새 기침하다 숨을 못 쉬어" 일본 육아맘들 벌벌 떨게 만든 '이 병'

2025-04-1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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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유아 사이 백일해 대유행… 백신 공백 노린 감염병 역습

일본에는 최근 영유아를 둔 엄마들이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밤이되면 아이가 발작하듯 기침을 하며 숨을 못 쉬는 듯한 소리를 내거나, 안색이 푸른빛으로 변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급히 병원을 찾아 의사에게 듣게된 병명은 바로 백일해. "그냥 감기려니 했는데… 설마 백일해일 줄은 몰랐어요." 아이는 현재 입원 치료 중이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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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 영유아 사이에 백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만 중앙역병지휘센터(CECC)는 4월 1일 기준, 일본에서만 2025년 들어 3,500건 이상의 백일해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특히 생후 6개월 미만 아기들이 주된 감염군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 하락과 감염병 대응 공백을 이번 유행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백일해는 박테리아(보르데텔라 퍼투시스)에 의해 생기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증상이 처음엔 감기와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기 쉽지만, 며칠 지나면 기침이 극도로 심해지며 발작처럼 이어진다. 특히 ‘기침하다 숨을 들이쉴 때 나는 휘파람 같은 소리’가 특징인데, 이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whooping cough’로 불린다.

이 질환은 특히 면역이 약한 영유아에게 위험하다. 생후 3개월 이전 아기들은 백일해 예방접종을 시작하기 전이기 때문에 감염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로 일본 내 입원 환자 중 다수가 생후 6개월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일해는 폐렴, 경련, 뇌병증, 심하면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일본에서 백일해가 유행하고 있는 걸까?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 접종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백신 공백’이 생겼다. 어린이 예방접종 일정이 지연되거나 누락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졌고, 이 틈을 타 잠잠했던 감염병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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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해는 감염성이 매우 높다. 재채기나 기침으로도 쉽게 전파되며, 가족 구성원 중 한 명만 감염돼도 온 집안이 퍼질 수 있다. 문제는 성인 감염자는 경미한 감기 정도의 증상만 나타날 수 있어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아기에게 옮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NIID)도 성인과 청소년 사이에서 ‘조용한 백일해 전파’가 유행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생후 3개월부터 총 4회에 걸쳐 맞는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P) 혼합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기에게 백신을 맞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임신 중인 여성에게 임신 27~36주 사이에 백일해 백신을 맞히면 태반을 통해 항체가 전달돼 출생 후 수개월 동안 아기를 보호할 수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CDC 모두 강력히 권장하는 방법이다.

한편, 이번 일본 내 유행 사례를 보고 대만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긴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규모 유행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어린이 예방접종률 하락과 해외 감염원 유입 가능성을 고려해 보건당국은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소아과 전문의들도 “기침이 길어지거나, 아기가 숨을 헐떡이고 얼굴이 창백해질 경우 즉시 병원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특히 백일해는 초기에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전파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 의심되면 빠른 진단이 필수다.

home 노정영 기자 njy222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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