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테무에서 파는 2만원짜리 시계의 관세가 '260만원'으로...

2025-04-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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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사례까지 터지며 미국 소비자들 '멘붕'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4% 고율 관세가 9일(현지시각)부터 발효하자 테무, 쉬인 등 중국 쇼핑 플랫폼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125%로 올리며 더 강한 압박을 예고해 이들 플랫폼의 상황은 한층 심각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테무와 쉬인은 800달러(약 117만원) 미만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 혜택을 활용해 미국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대폭 인상하고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하면서 이들 사이트의 저가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중국산 수입품에 34% 상호관세를 발표했고, 중국이 이에 맞서 같은 수준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자 50% 관세를 추가했다. 여기에 과거 트럼프 1기 때 부과된 10%와 지난 2월 4일, 3월 4일 각각 추가한 10% 관세가 합쳐져 총 104% 관세가 이날부터 적용됐다.

백악관은 상호관세 개정안을 통해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들어오는 소액 소포 관세율을 기존 30%에서 90%로 3배 인상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5월 2일부터 6월 1일 사이 들어오는 우편물 건당 수수료는 25달러에서 75달러로, 6월 1일 이후엔 50달러에서 150달러로 각각 올랐다. 상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 관세를 125%로 추가 인상하며 "중국이 미국을 계속 착취하도록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세 폭등은 소비자들에게도 충격을 줬다. 이날 한 미국 소비자는 테무에서 16달러(약 2만 3000원)에 판매되는 시계를 주문하려다 관세 비용이 1789달러(약 260만원)로 책정된 걸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금액은 판매가의 약 111배에 이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따져보면, 단순히 104%나 125% 관세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 미국 소비자는 테무에서 16달러(약 2만 3000원)에 판매되는 시계를 주문하려다 관세 비용이 1789달러(약 260만원)로 책정된 걸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미국 소비자는 테무에서 16달러(약 2만 3000원)에 판매되는 시계를 주문하려다 관세 비용이 1789달러(약 260만원)로 책정된 걸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세관 당국은 중국산 소액 소포에 대해 품목별 관세 외에도 행정 수수료, 운송비, 세금 계산 방식의 복합적 요인을 적용한다. 이 경우 16달러 시계에 125% 관세를 적용하면 기본 관세는 20달러가 추가돼 총 36달러가 된다. 하지만 소액 소포에 붙는 90% 추가 관세(14.4달러)와 건당 150달러 수수료가 더해지면서 비용이 급격히 뛴다. 여기에 세관이 물품 가치를 재평가하거나 예상 배송비를 포함해 계산하면 실제 청구액이 수백 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 소비자가 본 1789달러는 이런 계산 오류나 과다 평가가 반영된 극단적 사례로 보인다. 당국은 이를 "시스템 적용 초기 혼란"이라며 일부 과다 청구 사례를 수정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세율 인상과 수수료 증가로 물건값이 원가의 수십 배로 뛸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테무와 쉬인에 초비상이 걸렸다. 무료 배송과 초저가 상품으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온 테무는 배송비와 관세 부담이 커지며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 5달러짜리 티셔츠나 10달러짜리 원피스가 주력인 쉬인 역시 관세와 수수료가 붙으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금액이 원가의 몇 배로 불어난다. 두 플랫폼은 이미 미국 내 물류 창고를 늘리고 현지 생산을 검토 중이지만 단기간에 공급망을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

중국 수출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홍콩 매체에 따르면 미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물량이 하루 40~50개에서 3~6개로 급감했다. 공장 주문이 중단되고, 적재되지 않은 화물은 폐기되며, 이미 운송 중인 화물은 원가를 다시 계산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 중국 수출업체 직원은 매체 인터뷰에서 "컨테이너 한 개당 손실이 과거 두 개 운송으로 벌던 이익보다 크다"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 중이고, 내년 중반쯤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유럽과 일본으로 사업을 돌리며 탈미국 전략을 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도 대응하고 있다. 국무원은 이날 발표에서 미국과의 경제·무역 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중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2018년 19%에서 지난해 14%로 줄었다. 대두 같은 핵심 수입품도 미국 대신 브라질로 수입처를 바꿨다. 하지만 미국 시장을 완전히 대체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125% 관세는 이런 중국의 전략을 더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미국 내에선 이번 관세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가 크다. 저가 상품에 의존하던 소비자들은 이미 대체재를 찾거나 구매를 줄이고 있다. 한 소비자는 "테무에서 물건 사는 게 이젠 의미 없다"며 "관세 때문에 가격이 터무니없어졌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글로벌 시장도 혼란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주식시장은 지난 며칠간 급락했지만 이날 관세 유예와 중국 추가 관세 소식에 반등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무역 흐름 감소와 기업 비용 증가가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산 저가 플랫폼의 몰락은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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