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베타…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훔쳐 갈 정도로 아름다운 토종 물고기

2025-04-1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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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출로 한국 토종어류로서 정체성 모호해져

아름다운 외형 덕분에 '한국의 베타'로 불리는 토종 민물고기가 한국 수생태계에서 멸종 위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 토종 민물고기 버들붕어 / 유튜브 '백그라운드TV'
한국 토종 민물고기 버들붕어 / 유튜브 '백그라운드TV'

토종 민물고기 버들붕어는 한국의 하천과 저수지, 농수로 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작은 물고기다. 몸길이는 대체로 4~7cm 정도이며 큰 개체는 10cm까지 자라기도 한다. 몸체는 타원형에 가깝고 양옆으로 납작하며 전체적으로 은백색을 띤다. 햇빛에 비치면 연노란색에서 황금빛으로 보이기도 해 '비단붕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암컷은 산란기가 되면 복부가 불룩해지고 수컷은 몸빛이 더욱 짙고 선명해진다. 특히 산란기 수컷의 몸에는 수컷 특유의 뾰족한 번식 돌기가 생기는데 이로 인해 '한국의 베타'라고도 불린다. 이 번식 돌기는 베타처럼 공격성과는 관련이 없지만 번식기의 특징적인 변화로 주목받는다.

유튜브 '백그라운드TV'
유튜브 '백그라운드TV'

특히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버들붕어의 화려한 외형에 반해 일본으로 가져가는 일도 있었다. 일부 일본인들은 버들붕어를 일본으로 가져가 관상용으로 사육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 내 일부 지역에서는 버들붕어가 번식하기도 했다. 이는 버들붕어가 단지 한국 생태계에서만 의미 있는 종이 아니라 외부에서도 주목받을 만큼 독특한 어종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비록 일본의 반출이 직접적으로 한국 수생태계에 당장의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간접적인 영향은 존재했다. 일본으로 버들붕어가 유출되면서 한국 내 개체에 대한 체계적 보존 연구가 상대적으로 미흡해졌고 일부 개체는 일본에서 개량을 거치며 원산지에 대한 혼선이 생기기도 했다. 이는 한국 고유 어종으로서의 정체성과 생태적 기원을 모호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으며 생물 주권 측면에서도 부정적 유산으로 평가된다.

버들붕어는 매우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다. 주로 5월에서 7월 사이 수온이 상승하면 산란을 시작하는데 수초나 돌 틈에 수백 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2~3일 만에 부화하며 치어는 일주일 안에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런 빠른 번식 주기는 버들붕어가 생태계에서 널리 퍼져 있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또 수질 오염에도 비교적 강해 도심 하천이나 수질이 불안정한 지역에서도 살아남는 강한 생존력을 보인다.

아름다운 외형 때문에 식용 가치보다는 관상어로서의 가치가 크다. 작고 화려한 몸 색깔 덕분에 수족관에서 키우기 적합하며 베타와 마찬가지로 소형 어항에서 단독 사육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다만 베타는 공기 중 산소를 직접 들이마실 수 있는 미로 기관을 갖고 있어 좁은 수면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반면, 버들붕어는 일반적인 아가미 호흡을 하므로 충분한 산소 공급이 필요하다. 또한 베타는 수컷 간 공격성이 극심하지만 버들붕어는 비교적 평화로운 성격으로 여러 마리를 함께 사육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두 물고기는 생김새의 화려함은 유사하지만 생활 방식과 습성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유튜브 '백그라운드TV'
유튜브 '백그라운드TV'

버들붕어는 이름 때문에 붕어와도 자주 혼동된다. 외형상으로는 붕어보다 몸이 작고 더 납작하며 비늘이 작고 더 촘촘하게 배열돼 있다. 붕어는 대체로 몸길이가 20~30cm 이상으로 크고 체형도 버들붕어보다 둥글고 육중한 편이다. 붕어는 식용으로 널리 사용되며 낚시 대상으로도 인기가 많지만 버들붕어는 식용보다는 생태 연구나 관상용에 더 적합하다. 성체 버들붕어는 비늘이 유난히 반짝이고 지느러미가 투명하면서도 고운 선을 지니고 있어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꽃붕어'라는 이름은 산란기 수컷의 화려한 몸 색에서 유래했고 '비단붕어'라는 명칭은 햇빛 아래 반짝이는 비늘 색깔에서 비롯됐다. 이처럼 다양한 명칭은 버들붕어가 오랫동안 한국 전통 민물고기로서 사람들과 가까운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외래종의 유입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유입된 배스와 블루길은 버들붕어의 주요 천적으로, 서식지를 침범하고 버들붕어 치어를 포식하며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가뭄, 홍수 등이 하천 생태계를 불안정하게 만들면서 버들붕어의 생존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산란기 수온의 급격한 변동은 알의 부화율을 낮추고 서식지의 건조화는 치어 생존율 저하로 이어진다. 이런 까닭에 과거 전국의 대부분 하천과 논두렁, 소류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버들붕어는 현재 일부 지역에서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버들붕어는 현재 공식적으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자생 개체가 거의 보이지 않으며 보호가 필요한 생물로 인식되고 있다. 환경부나 지방 자치단체에서 버들붕어를 포함한 토종 민물고기 보호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공 증식 및 방류, 서식지 복원 등의 방식으로 개체 수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버들붕어는 단순한 민물고기를 넘어 한국의 자연 생태계와 사람들의 정서 속에 뿌리내린 중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버들붕어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먹이사슬의 일원으로 기능한다. 수서곤충, 조류, 육식성 어류의 주요 먹잇감이 되며 이를 통해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하천 내 유기물 순환에 기여한다. 작지만 생태적 역할이 뚜렷한 어종으로, 버들붕어의 존재는 하천 생태계의 건강성과 직결된다.

전통문화 속에서도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는 버들붕어를 행운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 첫돌을 맞은 아이에게 물고기 모양의 장난감이나 그림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고, 이는 생명력에 대한 기원을 담고 있다. 작은 민물고기가 한국인의 정서와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관상적 가치뿐만 아니라 토종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작고 화려한 이 물고기가 앞으로도 우리 하천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도록 관심과 보호가 절실하다.

유튜브, 백그라운드TV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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