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악성 외래종...맛은 일품인데 한국 토종어류 닥치는대로 싹쓸이 중인 생선
2025-04-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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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소양강 일대서 세력 넓혀가고 있는 막강한 침입자
세계 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지정한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에 꼽힌 생태교란종이 한국 토종어류를 멸종 위기로 몰아가는 가운데 그 대처 방법으로 뛰어난 식용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강원도 춘천시 소양강 일대에서 브라운 송어가 점차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외래종인 브라운 송어는 원래 유럽 대륙과 아시아 서부 지역이 원산지로, 냉수성 어종 중 하나다. 냉수성 어종이란 수온이 낮은 환경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로, 일반적으로 15도 이하의 찬물을 선호하는 특성을 가진다. 주로 수온이 낮고 유속이 빠른 하천과 강에서 서식하는데, 이 같은 조건이 갖춰진 소양강 유역은 브라운 송어가 번식하고 확산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현재 이 일대에서는 토종 어종을 밀어내며 빠르게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
브라운 송어가 유해 어종으로 지정된 가장 큰 이유는 매우 강한 포식성과 생존력 때문이다. 브라운 송어는 한마디로 포악하다. 식성이 매우 강해 자기보다 작은 물고기뿐 아니라 곤충, 양서류, 심지어 조그만 포유류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공격성이 강하고 적응력도 뛰어나서 한 번 서식지를 장악하면 다른 어종이 살아남기 어렵다. 번식력도 매우 높아, 알을 한 번에 수천 개씩 낳고 자연에서 생존율도 높다. 이런 특성 때문에 브라운 송어는 생태계에서 급격한 변화를 야기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브라운 송어는 주로 강의 중상류, 냉수 환경에서 서식한다. 수온이 15도 이하로 유지되는 맑은 물을 선호하며 자갈 바닥이 있는 하천에서 산란한다. 유속이 빠르고 산소가 풍부한 곳일수록 브라운 송어의 생존율이 높아진다. 또 야행성 습성이 있어 낮에는 은신처에 머물고 밤에 활발히 먹이활동을 한다. 이런 생태적 특성은 기존 한국 토종어류의 생활권과 충돌한다.

브라운 송어의 국내 유입 경로는 1960~70년대 정부 차원의 양식 시험 사업과 관련이 있다. 식용 및 스포츠 낚시용 어종으로 도입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자연 방류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생태계 교란에 대한 경각심이 낮았고 경제적 이익을 우선한 방류가 진행되면서 지금의 문제로 이어졌다.
브라운 송어의 확산으로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종은 얼룩동사리, 버들치, 쉬리, 감돌고기 같은 토종 민물고기들이다. 이들은 브라운 송어보다 체구가 작고 서식 범위도 비슷하기 때문에 포식의 대상이 되기 쉽다. 특히 버들치는 계류에서 서식하며 수생곤충을 주 먹이로 삼는데 브라운 송어와 먹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감돌고기 역시 제한된 구역에서만 발견되는 귀중한 어종인데 서식지 파괴와 함께 브라운 송어의 포식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브라운 송어의 유입은 한국 생태계에 양면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선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토종 어종의 개체 수 감소, 먹이사슬 교란, 생태계의 균형 붕괴가 있다.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저하와 더불어 토종어류에 의존하던 수생 곤충이나 수서 조류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결국 전반적인 하천 생태계 건강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반면 긍정적인 측면도 일부 존재한다. 브라운 송어는 식용 가치가 높고 낚시 대상 어종으로서의 인기가 있어 지역 경제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루어낚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브라운 송어를 잡기 위한 스포츠성 낚시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생태관광 산업도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브라운 송어 낚시를 관광 자원화해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경제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브라운 송어는 식용으로도 매우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육질이 단단하고 지방이 적당히 분포해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낸다. 붉은 살코기가 연어와 비슷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적다. 다른 외래 유해 어종인 배스나 블루길이 비린내가 강하고 조리법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 반해 브라운 송어는 회, 구이, 찜, 튀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할 수 있어 거부감이 덜하다. 이 점은 브라운 송어가 생태계에서 골칫거리가 되는 동시에 식탁에서 환영받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만 식용으로 활용할 경우에는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 일부 자연 개체에서 중금속 축적이나 기생충 감염이 보고된 바 있어 요리 전 충분한 손질과 익히는 조리법이 권장된다.
브라운 송어는 같은 냉수성 어종인 무지개송어와 자주 비교되기도 한다. 두 어종 모두 맛이 좋기로 유명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브라운 송어는 육질이 쫄깃하고 풍미가 깊으며 구이와 찜에서 고소함이 잘 살아난다. 반면 무지개송어는 브라운 송어보다 살결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며 회나 초밥 등 생식용으로 더 선호된다.
색감에서도 무지개송어는 이름처럼 은은한 무지갯빛이 도는 반면 브라운 송어는 갈색 계통의 반점이 조밀하게 분포돼 있어 외형적으로도 차이를 보인다. 둘 다 소비자 만족도가 높지만 맛의 깊이와 활용 방식에서 브라운 송어가 좀 더 진한 풍미를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높은 식용 가치 덕분에 브라운 송어의 요리법도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회로 먹는 것이다. 살이 탱글탱글하고 기름기가 적당히 배어 있어 고추냉이와 간장만으로도 훌륭한 요리가 된다. 그릴에 소금만 뿌려 구워 먹는 소금구이는 담백한 맛이 살아나고 채소와 함께 찜으로 조리하면 육즙이 살아 있어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또 튀김옷을 입혀 바싹하게 튀겨 먹는 방식도 인기다. 최근에는 브라운 송어를 활용한 훈제 요리나 파스타, 리소토 등 고급화 메뉴로도 확장되고 있다.
브라운 송어가 배스나 블루길보다 거부감이 덜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외형적으로 브라운 송어는 은색 비늘에 작은 반점이 박혀 있어 미관상 거부감이 적다. 맛의 측면에서도 비린내가 덜하고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또한 브라운 송어는 송어, 연어 등과 같은 계열로 인식되며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어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낚시인들 사이에서도 손맛이 좋고 손질이 쉬워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브라운 송어를 한국 생태계에서 효과적으로 퇴치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생태계 차원에서는 브라운 송어의 산란장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번식기에는 포획을 강화해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낚시인들에게는 브라운 송어 낚시를 장려하고 포획 후 재방류를 금지하는 등의 규제를 시행할 수 있다.
브라운 송어의 식용 가치를 널리 알리고 지역 특산 요리나 상품으로 활용함으로써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도 효과적인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브라운 송어로 인해 위협받는 토종어류에 대한 보호 구역 지정과 복원 사업을 병행해야 생태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생태 교란종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노력을 펼치고 있다. 환경부는 브라운 송어를 포함한 외래 유해 생물종을 지정하고 이들에 대한 수입 및 방류를 규제하고 있다. 특정 하천이나 호수에서 교란 종 집중 퇴치 사업을 진행하며 생태조사를 통한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2020년 이후에는 생태계교란 생물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해 지역별로 맞춤형 제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환경부는 일반 시민의 인식 제고를 위해 교란 종 교육과 홍보도 병행하고 있으며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낚시대회 등과 연계한 포획 캠페인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노력은 브라운 송어 확산을 늦추고 토종 생물종 보호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