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300선 붕괴… 환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
2025-04-0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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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선 역성장 가능성까지 경고

9일 코스피가 미국 상호관세 발효와 미중 갈등 격화 우려로 1년 반 만에 23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40.53포인트(1.74%) 내린 2293.70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06포인트(2.29%) 하락한 643.39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9일(627.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을 기록했다. 장중 1487.6원까지 치솟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9조 5459억원, 5조 5818억원이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정규마켓 거래대금은 2조 7662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는 전장 대비 4.24포인트(0.18%) 내린 2329.99로 출발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과의 우선 협상 소식에 오전에는 2320선 근처에서 버텼다. 하지만 상호관세 발효 시점인 오후 1시를 기점으로 23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장중 2280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4.61포인트(0.70%) 내린 653.84로 시작해 장중 637.55까지 하락하며 640선을 내줬다. 환율은 오전 중 1476.9원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1시께 다시 1487원 선까지 반등하며 1480원대를 유지했다. 코스피 종가가 2300선을 밑돈 건 2023년 10월 31일(2293.61)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다.
미국 상호관세 발효로 글로벌 관세 전쟁 우려가 커지며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현물 1조5억원을 순매도하며 9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고, 코스피200선물에서 5932억원을 추가로 팔아 현선물 합계 1조 6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기관도 704억원을 팔며 하락을 부추겼고, 개인은 9395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에선 외국인이 969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837억원, 194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날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외국인 자금 이탈을 자극했다. 원화는 엔화 대비로도 약세를 보여,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1020.91원으로 2022년 3월 17일(1022.27원)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주인 삼성전자(-0.93%), SK하이닉스(-2.65%), LG에너지솔루션(-1.26%)이 약세를 보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언급으로 셀트리온(-5.27%), 녹십자(-4.41%), SK바이오사이언스(-3.89%) 등 제약주가 큰 낙폭을 겪었다. 코스닥에서도 알테오젠(-3.61%), HLB(-5.56%), 삼천당제약(-12.23%) 등 제약주와 에스엠(-2.62%), JYP Ent.(-4.17%) 등 엔터주가 하락했다. 반면 미중 협력 기대감이 있는 HD한국조선해양(1.88%), 한화오션(1.33%)과 네이처셀(7.65%), 에이비엘바이오(3.14%) 등은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종이목재(-4.85%), 오락문화(-4.45%), 의료정밀기기(-3.73%)가 크게 떨어졌고, 전기가스(0.60%)만 올랐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갈등이 격화하며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수출 부진이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주요국 간 무역 갈등 장기화로 수출 여건이 악화하면 생산 축소와 투자 지연이 이어질 수 있고, 내수 회복도 더뎌질 수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1.5%로 0.5%p 낮춰 전망했고, OECD와 한국은행도 각각 1.5%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세계 무역 갈등 심화 시 1.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지만, 현재 상황은 그보다 더 나쁘다는 평가다. 투자은행 평균 전망은 1.4%,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0.9%, JP모건은 0.7%다. 일각에선 역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10조원 추경 편성을 추진 중이나 대선 정국으로 논의가 지연될 수 있다. 최상목 부총리는 “타이밍이 중요한 추경”이라며 대응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