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버리는데…한국에선 '귀한 별미' 대접받는 수산물 정체
2025-04-0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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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귀한 겨울 별미로 통한 생선과 부산물
겉보기엔 소박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별미 중의 별미로 꼽히는 수산물이 있다. 바로 ‘청어알’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찜, 무침, 볶음 등으로 다양하게 조리되어 사랑받는 식재료지만, 중국에서는 대부분 버려지는 ‘불필요한 부산물’로 여겨져 문화적 대비를 보여준다.

중국에서는 청어 자체가 참치, 연어 등에 비해 고급 어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알이나 곤(내장)은 식용 가치가 낮다고 판단돼 수산시장이나 어획 현장에서 폐기되는 일이 다반사다. 그 배경에는 청어 특유의 강한 향과 기름기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청어알이나 곤은 대체로 사람보다 동물 사료용으로 소비되거나, 처리되지 못하고 그대로 폐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한국에서는 청어알은 예로부터 귀한 겨울 별미로 통했다. 특히 강원도, 인천, 전남 등지에서는 청어가 제철을 맞이하는 겨울철, 알이 꽉 찬 청어가 들어오면 그 알만 따로 모아 밥반찬이나 술안주로 즐겼다. 도톰한 크기에 톡톡 터지는 식감, 담백하고 고소한 맛은 청어알만의 매력이다.
청어알은 단순한 별미를 넘어 건강 기능 식품으로도 주목받는다. 고단백·저지방 식재료로, 오메가-3 지방산과 비타민 D, 칼슘, 철분 등 영양소가 풍부해 성장기 아이들이나 중장년층 건강 식단에 잘 어울린다. 특히 DHA와 EPA 성분은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겨울 청어알을 먹으면 기운이 돈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청어알은 기력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여겨져 왔다.
청어알을 활용한 대표 요리로는 청어알찜이 있다. 생청어알을 손질해 간장, 청주, 생강,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을 넣고 찜솥에 은근하게 익히면 비린내 없이 고소한 찜이 완성된다. 여기에 대파나 양파를 곁들이면 감칠맛이 배가된다. 또 하나의 별미는 ‘청어알 무침’. 데친 청어알에 초장이나 들기름, 다진 마늘, 통깨, 미나리 등을 넣고 가볍게 무치면 밥반찬으로 그만이다. 최근에는 청어알을 간단히 볶아 먹는 가정식 레시피도 인기다. 살짝 데친 청어알을 프라이팬에 들기름과 함께 볶고, 기호에 따라 간장을 살짝 뿌려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이와 함께 청어곤도 한국에서는 별미로 즐긴다. 곤은 청어의 정소(수컷의 생식샘)로,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시라코’처럼 간장 베이스로 조리되기도 하지만, 한국처럼 다양한 요리에 광범위하게 활용되지는 않는다.
청어는 예로부터 동해안을 중심으로 겨울철이면 ‘청어떼가 돌아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풍성한 수확량을 자랑했다. 청어알과 곤은 그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계절 한정 식재료로 여겨졌고, 오래전부터 어촌에서는 이를 따로 모아 귀하게 대접하곤 했다.
오늘날에도 청어알은 수산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편은 아니다. 그만큼 물량이 한정적이고, 손질이나 유통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철을 아는 이들은 일부러 청어 취급 전문 수산시장이나 단골 횟집을 찾아 겨울 청어알 요리를 찾는다. 특히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제철에 먹는 청어알 무침 한 점이 웬만한 고급 요리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처럼 ‘쓸모없다’며 버려지는 식재료가 다른 문화권에선 귀하게 여겨지고, 영양까지 더한 별미로 탈바꿈하는 사례는 의외로 많다. 청어알은 그 대표적인 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때로는 조연으로, 때로는 주연으로 등장해 입맛을 돋우는 이 식재료는, 한식이 가진 풍미의 폭과 다양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