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비트코인 장중 7만 5000달러 붕괴... 7만 달러 이하 전망도

미국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4%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격히 흔들렸다.

이 여파로 암호화폐(가상자산·코인) 비트코인(BTC) 가격이 9일(한국 시각) 오전 한때 7만 5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일주일 사이 두 번째로 발생한 급락이다.

위험자산 전반에 걸친 매도세가 확산되며 주요 지수인 S&P 5000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코인게이프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번 주에만 11% 하락했으며, 이더리움(ETH)을 중심으로 한 알트코인 시장은 25% 이상 급락하며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조치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을 다시 격화시키며 전 세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들도 가상화폐와 주식, 채권 등 전반적인 자산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블랙록(BlackRock)의 비트코인 ETF인 iShares Bitcoin Trust(IBIT)는 하루 만에 3296 BTC를 매도했다. 이는 해당 ETF 설정 이후 세 번째로 큰 규모의 순유출이다. 전체 미국 비트코인 ETF에서 하루 동안 빠져나간 자금은 3억 2600만 달러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불 트랩(bull trap)'으로 해석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8만 400달러까지 반등한 이후, 트럼프의 관세 조치가 현실화되면서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코인글래스(Coinglass) 자료에 따르면 최근 암호화폐 시장 청산 규모는 3억 9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초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하면서 시작된 무역전쟁은 가상화폐 시장에 지속적인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 연초 대비 비트코인은 18% 이상 하락했으며, 일부 분석가들은 7만 달러 이하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경제학자 피터 시프(Peter Schiff)는 트럼프가 장기 금리를 낮추기 위해 주식시장을 의도적으로 붕괴시키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라 주장했으나, 이 전략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4.75%를 넘어서며 지난 2월 1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동시에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는 현재 상황은 매우 위험한 조합이라는 분석이다.

국제 금융시장 내 불안이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5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매크로 투자자이자 리얼비전(Real Vision) 창립자인 라울 팔(Raoul Pal)은 이번 사태를 2018년 12월 상황과 유사하다며, 당시 제롬 파월(Jerome Powell)이 금리 정책 전환을 시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유사한 조치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주 내 주식시장 15% 반등, 1~2개월 내 25% 상승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멕스(BitMEX) CEO 아서 헤이즈(Arthur Hayes) 역시 미 연준의 개입 시점이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될 경우 중국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글에서 "연준은 이제 움직여야 한다.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주가 하락과 동시에 국채 수익률이 오르는 현재 상황은 과거와 달리 매우 부정적인 징후라고 평가했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초기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에도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며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자금이 몰렸으며, 암호화폐 시장은 변동성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