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관상용 꽃인 줄 알았는데...뿌리가 국민 반찬이라는 '반전 식물'
2025-04-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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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는 한국 밥상의 단골로 자리 잡은 지 오래
보랏빛 꽃잎이 오묘한 곡선을 그리는 도라지꽃은 정원이나 들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야생화다. 꽃잎이 별처럼 퍼지는 모습이 인상적인 이 꽃은 시각적으로도 매우 매력적이어서 관상용으로 널리 사랑받는다. 도라지꽃의 꽃말은 ‘성실’과 ‘영원한 사랑’. 맑고 청초한 이미지 덕분에 실내외 조경이나 꽃꽂이 소재로도 자주 활용되며, 그 자태만 보면 누가 이 식물이 식탁에 오르는 ‘국민 반찬’의 재료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아름다운 꽃 아래, 땅속 깊이 숨어 있는 뿌리는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대표적인 식재료다. 바로 도라지다. 겉은 소박하지만 속은 깊고 단단한 그 뿌리는, 한국 밥상의 단골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도라지는 나물, 생채, 장아찌, 전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되며, 그중에서도 ‘도라지생채’는 대표적인 반찬으로 널리 사랑받는다.
잘 손질된 도라지는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쌉싸름한 맛, 그리고 은은한 향을 품고 있다. 소금에 절여 아린 맛을 뺀 뒤, 고춧가루, 식초, 다진 마늘, 참기름 등으로 무쳐내면 새콤하고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입맛을 되살리는 명반찬이 된다. 고기 요리와 곁들이면 느끼함을 잡아주는 데 탁월하며, 도시락 반찬이나 제철 나물로도 그 쓰임새가 풍부하다.
도라지는 단순히 맛만 좋은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약재로도 귀하게 쓰여온 만큼 건강 효능도 뛰어나다. 한방에서는 도라지를 ‘길경(桔梗)’이라 부르며 폐와 기관지를 보호하는 약재로 활용해왔다. 사포닌 성분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 항산화 작용,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되며, 기침과 가래를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어 목 건강을 위한 차나 청으로도 즐겨 마신다. 실제로 도라지를 말려 달인 차는 감기 예방이나 기관지 보호를 위한 자연 요법으로도 손꼽힌다.
도라지꽃 자체도 식물학적으로 꽤 흥미롭다. 여름철 7~8월에 피는 이 꽃은 별 모양을 하고 있으며, 보랏빛 또는 흰색으로 피어난다. 특히 꽃잎은 부드럽게 갈라지며 별처럼 오각의 형태를 이루는데, 꽃봉오리 상태에서는 마치 작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풍선꽃(Balloon flower)’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개화 후에는 벌과 나비 등 곤충을 유인해 수분을 돕는 역할을 하며, 그 독특한 형태와 색감 덕분에 화단이나 조경용으로 인기가 많다.

최근에는 도라지의 기능성과 보관성을 높이기 위해 절임 도라지, 도라지청, 도라지정과 등 다양한 가공식품으로의 활용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면역력 강화와 호흡기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도라지는 건강식품 시장에서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국내에선 기침·가래를 완화하는 자연 요법으로 도라지차 수요가 늘었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도라지즙이나 도라지캔디 같은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국내 소비를 넘어 해외 수출 품목으로도 주목받는 추세다. 미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는 한국산 프리미엄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포닌이 풍부한 도라지 제품이 K-푸드의 대표 아이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전통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포장 디자인과 함께, 도라지는 ‘먹는 약초’ ‘자연이 준 건강한 선물’이라는 이미지로 글로벌 시장에서 점차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도라지는 단순한 나물을 넘어, 꽃과 뿌리 모두에서 사람의 마음과 입맛을 사로잡는 독특한 식물이다. 꽃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고, 뿌리는 건강과 맛을 채워준다. 누군가는 그저 아름다운 야생화로만 스쳐 지났을 도라지꽃. 그러나 그 아래 숨겨진 뿌리는 오랫동안 한국인의 식문화와 함께 해온 ‘진짜 주인공’이었다. 도라지꽃이 그려낸 반전의 아름다움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진짜 가치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도라지, 알고 먹으면 더 좋은 건강 효능 5가지
보랏빛 꽃으로도, 아삭한 무침 반찬으로도 익숙한 도라지. 관상용으로도 아름답지만, 뿌리는 오랫동안 식재료이자 약재로 사랑받아 왔다. ‘길경(桔梗)’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도라지는 특히 폐 건강에 좋기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도라지는 우리 몸에 어떤 도움을 줄까?
1. 기관지 건강 개선 – 기침과 가래 완화
도라지의 대표적인 효능은 바로 호흡기 개선이다. 한방에서는 도라지를 예로부터 폐를 보호하고 기침을 멎게 하는 ‘길경(桔梗)’으로 활용해왔다. 특히 기관지 점막을 진정시켜 목이 칼칼할 때 섭취하면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2. 면역력 강화 – 사포닌이 풍부하다
도라지에는 인삼과 비슷한 사포닌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이 성분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바이러스나 세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항염작용 및 항산화 효과를 통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3. 혈액순환 촉진 – 콜레스테롤 개선
도라지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식이섬유와 사포닌을 포함하고 있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고지혈증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심혈관 질환이 걱정되는 중장년층에게 특히 좋은 식품이다.
4. 항산화 작용 – 노화 방지와 염증 완화
플라보노이드와 사포닌 등의 항산화 성분은 활성산소 제거에 탁월해 세포 노화를 늦추고 염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꾸준히 섭취하면 몸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5. 소화 개선과 피로 해소
도라지에는 위를 보호하고 소화를 돕는 성분도 들어 있어, 기름진 음식을 섭취한 후 함께 먹으면 속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도라지청이나 도라지차는 기침이 잦고 입맛이 없을 때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품으로 활용도가 높다.
도라지는 단순히 맛있는 나물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한국 식문화와 함께해온 귀한 식재료다. 도라지 무침이나 생채, 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며, 일상 속에서 건강을 챙겨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