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이 먹던 고급재료인데 사람들 잘 몰라…일본서 인기라는 '반전 채소'
2025-04-0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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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귀한 별미, 잊혀진 채소의 비밀
임금님이 먹던 고급 밑반찬이었지만, 지금은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바로 '울외'라고 하는 채소에 대한 이야기다.
전라북도 군산과 정읍 등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생산되는 울외는 과거 왕실과 부유층 밥상에 오르던 귀한 재료였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서는 생소하고 활용도도 낮아 시장에서 찾기 어려운 채소로 남아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오히려 그 가치를 재조명받으며 전통 장아찌 문화 속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울외는 박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참외, 박, 오이와 유사한 외형을 가졌다. 외피는 희거나 연한 녹색을 띠고, 길쭉하고 찌그러진 달걀 형태의 열매가 특징이다. 과육이 두껍고 연하지만 저장성이 낮아 생으로 유통되기 어렵고, 주로 절임용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울외는 장아찌로 가공되어 소비되는 방식이 정착돼 있다.
울외 장아찌는 삼국시대부터 부유층 사이에서 별미로 즐겨졌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절임 음식이 발달한 일본 나라 지역에 울외가 전파됐고, 현지에서는 술지게미에 박아 숙성시키는 방식으로 발전해 '나라즈케'라는 전통 장아찌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 나라즈케는 고급 반찬으로 취급되며, 장어 등 느끼한 요리와 함께 제공돼 뒷맛을 정리해주는 식재료로 인식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울외라는 명칭조차 생소하다. 울외는 '우리(瓜)'라는 일본식 단어와 '참외'의 '-외'가 합쳐져 일제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이름으로, 본래의 고유한 명칭이라기보다는 일본어 영향을 받은 조어다. 이처럼 일제강점기 군산 지역에 청주 양조장이 있었고, 술지게미가 다량 생산되던 환경에서 울외 장아찌 문화가 다시 한국으로 역수입되며 일부 지역에서 전통이 이어져 왔다.

군산과 정읍, 순창 등 전북 지역은 지금도 울외를 제한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울외를 수확한 당일 바로 절이거나 장아찌로 가공하지 않으면 상품성을 유지하기 어려워 즉시 처리하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울외 장아찌는 길이로 반을 갈라 씨를 긁어내고 소금물에 절인 뒤, 술지게미와 설탕, 청주 등을 넣고 항아리에서 수개월간 숙성시킨다. 이 과정을 거친 울외는 새콤달콤하고 아삭한 식감을 지니며, 먹고 난 뒤 뒷맛이 개운한 것이 특징이다.
울외에는 무기질, 섬유소, 비타민 B, 비타민 C 등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으며, 특히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에게 수분과 영양을 동시에 보충해주는 식품으로 적합하다. 열량도 100g당 36kcal로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장어와 함께 먹으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고 여겨 함께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울외 장아찌는 오래 숙성될수록 색이 진해지며 맛이 깊어진다. 짠맛이 강할 경우 물에 식초를 약간 넣고 한 시간 이상 담가두면 짠기를 줄일 수 있다. 얇게 썰어 그대로 먹거나 참기름, 마늘, 고춧가루 등을 곁들여 반찬으로 즐길 수 있으며, 도시락 반찬이나 전통 한정식의 고급 밑반찬으로도 활용된다. 냉장 보관 시에는 1~2년까지 장기 보관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