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성폭행범을 석방한 법원 (인천)
2025-04-0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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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 사건으로 많은 것을 잃었고...”
인천 한 축제장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도주한 뒤 7년 만에 붙잡힌 30대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여현주 부장판사)는 9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교육행정직 공무원 A(36)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사회봉사 120시간과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아울러 아동·청소년이나 장애인 관련 기관에 5년간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술에 취한 피해자를 상대로 성적 욕망을 충족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해자는 사건 발생 이후 최근까지 우울증과 불안 증세로 고통받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날 법원에 합의서가 접수됐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힌 점,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여 부장판사는 선고 후 “합의서를 접수하고 양형에 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피고인도 이 사건으로 많은 것을 잃었고, 피해자가 용서한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말했다.
구속 상태로 1심 재판을 받아온 A 씨는 판결로 곧바로 석방됐다.
앞서 지난달 1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고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A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A 씨는 2017년 9월 인천의 한 축제장 옆 천막에서 공범 B 씨와 함께 여성을 성폭행한 뒤 도주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사건은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아 미제로 남았지만, 2023년 공범 B 씨가 경기 과천시에서 또 다른 성폭행 사건으로 검거되면서 A 씨 범행도 드러났다.
경찰은 B 씨의 DNA가 2017년 사건 현장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했고, B 씨가 “A 씨와 함께 범행했다”고 진술하면서 A 씨의 신원도 특정됐다.
A 씨는 붙잡히기 직전까지 경기 지역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행정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공범 B 씨는 별도의 성폭행 사건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