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관세 폭탄의 파편, 중국을 넘어 한국에 꽂히다

2025-04-0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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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에 동시 의존 구조… '샌드위치 리스크' 현실화

AI 툴로 제작한 트럼프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주석 이미지.
AI 툴로 제작한 트럼프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주석 이미지.

미국이 중국의 보복관세에 대응해 중국산 제품에 120%의 관세 폭탄을 투하하면서 글로벌 무역 질서에 또 한 번 충격이 예고되고 있다. 당장 미국과 중국 양국 간의 충돌처럼 보이지만, 중간재를 공급하거나 두 나라에 높은 무역 의존도를 가진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인 여파가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50% 대중(對中) 관세 추가 조치가 9일(이하 현지 시각)부터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펜타닐 유입을 명목으로 중국에 10%씩 두 차례 관세를 책정했다. 여기에 지난 2일에는 34%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이에 반발해 34% 보복 관세로 맞서자, 철회하지 않으면 50% 관세를 더 물리겠다고 위협했다. 중국이 물러서지 않고 미국산 대두 관세 대폭 인상 등 6가지 대응조치로 맞서자 50% 관세 추가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로써 트럼프 2기 출범 이후의 미국의 대중 관세 누적치는 104%가 됐다. 분석가들이 트럼프 정부 이전 기존 관세율을 11~20%가량으로 추산하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에 대한 전체 관세율은 120%를 넘길 수 있다.

미중 관세 전쟁이 격화되자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얽힌 한국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국 모두와 높은 무역 의존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중 충돌이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닌 경제 전반을 흔들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중에 동시 의존… '샌드위치 리스크' 현실화

한국은 수출의 약 40%를 미국과 중국에 기대고 있다. 중국은 한국 제조업의 '생산 기지'이자 '수출 창구'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으며, 미국은 최대 소비 시장 중 하나다.

문제는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이 제품이 최종 조립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구조가 많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는 결국 중국 생산물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이에 투입되는 한국산 부품·소재 수요도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 기업은 직간접적으로 중국을 거쳐 미국 시장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미중 간 관세 충돌은 곧 한국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불안에 기업 실적·투자 심리 위축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화학 등 주요 수출 품목은 미국과 중국이 모두 핵심 파트너다. 양국 간 통상 마찰이 길어질 경우, 부품 공급망의 혼선과 원자재 가격 변동성, 물류비 상승 등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제조 기업들이 중국을 회피해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한국 기업들도 거점을 동남아·인도로 분산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으로는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기업 투자 심리에도 찬물을 끼얹을 전망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단순히 관세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설계를 강요하는 신호”라며 “중소·중견기업일수록 적응 여력이 부족해 타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역 갈등의 여파는 외환시장에도 빠르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미중 무역 충돌이 고조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원화 약세가 심화하고, 수입 물가 상승→국내 물가 상승이라는 연쇄 반응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은 단기적 관세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장기화가 우려된다”며 “정부는 공급망 안정화 전략과 함께 수출 시장 다변화, 내수 보강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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