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스포츠지” 김연경 은퇴 경기 후 패배한 상대팀이 준비한 깜짝이벤트
2025-04-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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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 흥국생명에 패배했으나 김연경 위한 현수막 이벤트로 감동 안겨
배구선수 김연경의 은퇴 무대에서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져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김연경이 속한 흥국생명은 지난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 홈 경기에서 상대팀 정관장을 세트 스코어 3-2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흥국생명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승리하며 통합우승을 일궜다.
이날 마지막 경기를 펼친 김연경은 우승 트로피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들고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은퇴한다"라며 "오늘 마지막 경기에서의 내 모습을 팬들이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정상에서 은퇴하게 돼 정말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연경의 MVP 투표에는 이견이 없었다. 기자단 투표에서 31표를 독식하며 2018-2019시즌 이재영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만장일치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이날 김연경은 팀 내 최다인 34점을 올렸다. 허벅지와 무릎 통증에도 굴하지 않고 온몸을 날려 상대의 공격도 거뜬히 막아냈다. 특히 5세트 13-12, 14-13에서 보인 혼신의 수비는 이날 그의 활약 중 최고로 꼽혔다.
김연경은 경기 종료 후 "아직 더 뛸 수 있는데 왜 은퇴하냐고 아쉬워하시는 분도 있지만 나는 정상에 있을 때 은퇴하고 싶었다"라며 "V리그로 돌아온 뒤 계속 준우승만 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별을 하나 추가해 다행이다. 내가 정말 원하던 마무리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3세트 24-24에서 메가왓티 퍼티위가 공격 범실을 했는데 내가 네트 터치를 해 상대에게 점수를 내줬다. 그게 내 마지막 장면으로 기억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시 기회가 왔다"라며 "고희진 (정관장) 감독님이 경기 뒤에 '네 수비 때문에 흥국생명이 우승했다'라고 축하 인사를 해주셨다. 정관장 선수들도 정말 좋은 경기를 해줬다"라고 했다.

특히 이날 팬들에게 감동을 안긴 건 상대팀 정관장이 김연경을 위해 준비한 깜짝이벤트였다.
정관장 측은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김연경 선수의 앞날을 정관장이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준비해 왔다. 이를 본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네티즌들은 "스포츠 정신 미쳤다ㅠㅠㅠㅠㅠㅠ", "멋있다 ㅠㅠ", "ㅠㅠㅠㅠ이게 바로 스포츠다..", "스포츠맨십 멋지다", "뭐야 나 울어ㅠㅠㅠㅠㅠㅠㅠㅠ", "와.. 명승부에 명결말", "정관장 진짜 끝까지 멋지다", "준우승인데 현수막 센스 미쳤다", "와 멋지다 ㅋㅋㅋ 승패 상관없이 펼치려고 준비했나 보네", "이게 스포츠지.....ㅠㅠ" 등 반응을 보였다.
김연경은 "사실 내가 애주가인데 이번 시즌에는 금주를 했다. 오늘은 동료들과 회식하면서, 못다 한 얘기를 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여행도 다니고, 여유 있게 지낼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또 "김연경재단에서 많은 활동을 할 계획이다. 그 이후의 진로는 쉬면서 차분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챔피언결정전을 3경기 만에 끝냈다면 아주 쉽게 '다음에 태어나도 배구 선수로 뛰겠다'라고 답했을 텐데"라며 "아마도 다시 태어나도 배구를 하겠지만 선택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배구 선수라는 직업이 참 힘들다. 나도 힘든 순간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많은 팬이 와주셔서 힘을 냈다. 나와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팬, 최근 새로 유입된 팬 등 다양한 팬들이 있는데 모든 분이 내게 힘이 됐다"라며 "팬들 덕에 행복한 배구 인생을 살았다"라고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