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를 넘나든다는 전설까지… 발견 자체가 '지진 징조'라는 괴이한 물고기

2025-04-10 08:17

add remove print link

심해에 살지만, 해류 변화로 인해 가끔 표층 가까이 떠오르는 '물고기'

가끔 해변에 떠밀려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괴이한 물고기가 있다. 발견 자체가 드물어 등장할 때마다 뉴스에 오르곤 한다. 두꺼운 종이를 씹는 듯한 맛이 난다고 알려진 이 물고기는 '산갈치'다.

울산해양경비안전서는 2015년 3월 19일 울산 북구 정자항 남방파제 테트라포트 인근에서 낚시 중이던 박 모씨가 떠내려온 산갈치를 발견하였다고 19일 밝혔다. / 뉴스1
울산해양경비안전서는 2015년 3월 19일 울산 북구 정자항 남방파제 테트라포트 인근에서 낚시 중이던 박 모씨가 떠내려온 산갈치를 발견하였다고 19일 밝혔다. / 뉴스1

산갈치는 이악어목 산갈치과에 속한 경골어류로, 길쭉하고 리본 같은 몸을 가진 심해어다. 몸길이는 최대 8m까지 자랄 수 있고, 붉은색 도살핀(등지느러미)이 머리 위로 길게 뻗어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용이나 전설 속 생물처럼 보인다.

비늘이 없는 은빛 몸통은 빛을 반사해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갈치와 비슷한 생김새지만, 갈치가 농어목에 속하는 반면 산갈치는 전혀 다른 종이다.

산갈치는 주로 수심 400~600m의 심해, 특히 점심해수대(bathypelagic zone)라 불리는 깊은 바다에서 살아간다. 평소에는 사람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해류 변화로 인해 가끔 표층 가까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동해와 제주도 근해에서 간혹 발견된다.

2017년 강원도 강릉에서 여러 마리가 해변으로 떠밀려온 사례, 2022년 경북 포항 칠포해수욕장에서 1m와 2m 크기의 개체가 발견된 경우 등이 있다. 일본, 대만, 미국 캘리포니아 등 태평양 연안에서도 종종 목격된다.

산갈치 자료 사진. / d3_plus-shutterstock.com
산갈치 자료 사진. / d3_plus-shutterstock.com

산갈치는 역사 속에서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져 왔다. 한국에서는 ‘하늘의 별이 떨어져 물고기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질 정도로 영물로 인식됐다. 옛사람들은 거대한 크기와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용 또는 바다의 정령과 연결 지었고, ‘산갈치’라는 이름도 "산과 바다를 오가는 생물"이라는 설에서 유래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 달 중 15일은 산에서, 15일은 바다에서 산다는 전설도 있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산갈치를 ‘류구노츠카이’(용궁의 사자)라 부르며 바다 신의 사자로 여겨왔다.

산갈치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 중 하나는 지진과의 관계다. 지진 징후가 감지되면 해저에서 가장 먼저 반응해 해수면에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져 ‘지진 물고기’라 불리기도 한다.

2017년 강릉에서 산갈치가 출몰한 뒤 4개월 후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2011년 일본 동일본 대지진 직전에도 산갈치가 연안에서 발견된 바 있다.

유튜브 'SBS 뉴스'

산갈치는 심해에 서식하기 때문에 발견되는 일이 드물다. 연안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대부분 죽었거나 상태가 나쁜 개체다. 국립생물자원관 자료에도 산갈치가 연안에 나타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기록돼 있다. 이 때문에 발견될 때마다 뉴스에 오르곤 한다.

산갈치는 과연 어떤 맛일까. 워낙 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두꺼운 종이를 씹는 듯한 맛이 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달걀 흰자 같은 식감에 은은한 단맛이 있다는 말도 있다. 과거에는 "한센병에 약효가 있다"는 속설로 비싼 값에 거래된 적도 있다.

한편, 과거 대만의 한 다이빙 강사가 발견한 11m 산갈치는 몸에 구멍이 나 있었고 움직이지 않았다. 살아있는 개체를 건지더라도 수압 차이로 금세 죽을 수 있어, 생포 후 관리하려면 특수 장비와 환경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울산 북구 강동 산하해변에서 2014년 1월 14일 오전 길이 3m, 폭 25㎝, 무게 10㎏ 가량의 대형 산갈치가 발견됐다. / 뉴스1
울산 북구 강동 산하해변에서 2014년 1월 14일 오전 길이 3m, 폭 25㎝, 무게 10㎏ 가량의 대형 산갈치가 발견됐다. / 뉴스1
home 조정현 기자 view0408@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