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엄청나게 잡혔는데... 한국인 식탁서 아예 사라진 한국 물고기
2025-04-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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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도 부족해 다른 물고기에게 이름 내준 비운의 생선

뱅어란 이름의 물고기가 있다. 한때 한강에서 대동강까지 얼음 구멍을 뚫고 횃불로 유인해 잡아 한국인의 식탁을 풍성하게 채운 물고기다. 날로 먹거나 말려서 포를 만들어 구워 먹던 뱅어는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별미였다. 하지만 이제 뱅어는 우리의 밥상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어획량이 급감하며 시장에서도 식당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생선이 됐다. 비운의 물고기 뱅어에 대해 알아본다.
뱅어는 뱅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다. 몸길이는 10cm 안팎에 불과하다. 몸은 가늘고 길며 흰색에 약간 투명한 빛깔을 띤다. 배를 따라 작은 검은 점들이 흩어져 있다. 암컷은 비늘이 없지만 수컷은 뒷지느러미 근처에 큰 비늘이 한 줄로 늘어서 있다. 한자로는 ‘백어(白魚)’라 불렀다. 죽으면 몸이 하얗게 변하는 모습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뱅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도 살지만, 주로 강이나 호수 같은 담수에서 발견된다. 한국에선 한강, 임진강, 대동강, 금강, 낙동강 유역에서 흔히 잡혔다. 일본과 러시아 극동 지역, 중국 연안에서도 서식한다.
뱅어의 생태는 독특하다. 4~5월이면 산란을 위해 기수역에서 하천으로 올라와 알을 낳는다. 알은 수심 2~3m 깊이의 물풀에 붙여놓는다. 부화한 새끼는 봄까지 산란장 주변에서 지내다 여름이면 연안이나 호수로 이동한다. 알에서 나온 지 1년 만에 성숙해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으며 자란다. 이동성이 강한 까닭에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생활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생태 덕에 뱅어는 한때 한국과 일본의 강과 연안에서 풍부하게 잡혔다.
한국에서 뱅어는 오랜 세월 사랑받은 식재료였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경기도 양천현 굴포에서 겨울철 뱅어가 많이 잡혀 조정에 진상됐다는 기록이 나온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뱅어가 여러 지역의 토산물로 소개된다. 조선시대 문인 허균은 성소부부고에서 “얼음이 얼 때 경강에서 나는 뱅어가 매우 좋고, 1~2월에 잡힌 것은 희고 국수처럼 가늘다”라고 설명하며 그 맛을 극찬했다. 송남잡지에는 뱅어를 멸조어, 회잔이라 부르며 한강과 임진강, 대동강, 금강, 영남 김해 등지에서 잡혔다고 전한다. 뱅어는 주로 겨울밤 얼음에 구멍을 뚫고 횃불로 유인해 그물로 건져 올렸다. 날것으로 무쳐 회로 먹거나, 말려서 뱅어포로 만들어 구웠다. 국을 끓이거나 젓갈로 담가 먹기도 했다. 특히 뱅어포는 바삭하고 고소한 맛으로 겨울철 술안주로 제격이었다.
뱅어의 맛은 담백하면서도 독특하다. 생으로 먹을 때는 부드럽고 살짝 단맛이 도는 식감이 특징인 것으로 알려졌다. 뱅어포는 말린 뒤 구우면 고소함이 배가 돼 씹을수록 은은한 감칠맛이 퍼진다. 크기가 작아 뼈째 먹어도 부담 없고, 칼슘 함량이 높아 영양 면에서도 좋다. 이런 영양과 맛 덕에 뱅어는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뱅어는 이제 한국에서 거의 잡히지 않는다. 1980년대만 해도 꽤나 잡혔지만 1990년대 들어 급격히 줄었다. 강과 연안의 환경 변화, 수질 오염, 무분별한 어획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강 개발과 댐 건설로 뱅어가 오가던 물길이 막히고 산란지가 파괴된 탓도 크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변하면서 뱅어의 서식 조건도 나빠졌다. 결국 뱅어는 한국 식탁에서 점점 멀어졌다. 마트나 시장은 물론 식당에서도 뱅어를 찾기 어렵다. 요즘 팔리는 뱅어포는 뱅어가 아니라 실치로 만든다. 한국에서 거의 사라진 것도 부족해 다른 물고기에게 자기 이름을 내준 셈이다.
일본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일본에선 뱅어를 ‘시라우오(白魚)’라 부르며 여전히 식재료로 쓴다. 주로 홋카이도, 시즈오카, 후쿠오카 같은 연안 지역에서 잡힌다. 선도가 좋은 생물 뱅어는 군함말이에 얹은 뱅어 초밥으로도 즐긴다. 부드럽고 달큰한 맛으로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기다. 국물 요리에 넣어 감칠맛을 더하기도 한다. 일본 외에도 중국 연안과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뱅어를 소비하지만 일본만큼 뱅어가 식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곳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의 뱅어 소비는 역사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한국에선 뱅어가 서민의 먹거리로, 겨울철 흔한 별미로 통했다면, 일본에선 고급 요리의 재료로 대접받았다. 에도시대 문헌에도 시라우오가 귀한 생선으로 기록돼 있다. 오늘날 일본의 뱅어 요리는 대중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동시에 갖는다. 반면 한국에선 뱅어가 점차 잊혀가는 음식이 됐다.
뱅어의 쇠퇴는 단순히 한 어종의 이야기가 아니다. 강과 바다를 오가며 생명을 이어가던 뱅어는 환경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존재였으리라. 한국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뱅어의 서식지를 앗아갔고, 그 결과 우리의 식문화도 한 조각을 잃었다. 일본에서조차 뱅어 어획량이 줄고 있는 걸 보면 뱅어란 이름의 작은 물고기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이 설명하는 뱅어
하구와 인접한 연안 주변에 서식하는 식용 가능한 어류로 체장은 10cm에 이른다. 두부는 종편되어 있으며, 체측은 측편되어 있다. 몸은 긴 막대형이다. 전체 체색은 유백색이거나 투명하다. 안경은 흑색이다. 꼬리지느러미는 진회색이며, 뒷지느러미는 연회색이다. 등지느러미, 가슴지느러미 및 배지느러미는 투명하다. 등지느러미는 체측 후단부에 있다. 미병부 등 쪽에 기름지느러미가 있다. 가슴지느러미는 체측 중앙에 있다. 수컷의 가슴지느러미는 전반부의 연조가 다른 연조에 비하여 약간 길게 발달되어 있으며, 암컷은 다른 연조와 동일하며 외연은 둥글다. 배지느러미는 복부에 위치하며 체측 중앙에 있고 그 후단은 등지느러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뒷지느러미 기저 시점은 등지느러미 기저 시점보다 약간 후방에 위치하며 기저 길이는 등지느러미 기저 길이보다 현저히 길다. 수컷 뒷지느러미 기저상단의 체측에 비늘이 겹쳐 있다. 수컷의 뒷지느러미 연조 길이는 암컷보다 약간 길고 외연은 약간 둥글다. 암컷의 뒷지느러미 외연은 약간 오목하다. 꼬리지느러미는 정형이다. 주둥이의 전방 외연은 무딘 둥근 형태이다. 주둥이 전방의 상하악은 동일하다. 상악 후단은 눈 전방에 이른다. 상악, 하악 및 구개골에 작은 이빨이 있다. 혀에 이빨이 없다. 웅기, 울산, 부산에 서식하며, 세계적으로는 일본, 러시아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