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비싼 생선 중 하나... 한국인들도 좋아하는 '생선계 꽃등심'

2025-04-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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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도 인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생선 중 하나로 꼽혀

메로로 불리는 파타고니아이빨고기. / 'Journeyman Pictures' 유튜브
메로로 불리는 파타고니아이빨고기. / 'Journeyman Pictures' 유튜브

남극의 깊은 바다에서 은밀히 헤엄치며 수십 년을 살아가는 신비로운 물고기가 있다. 메로란 이름으로 유명한 파타고니아이빨고기(Patagonian toothfish)다. 비막치어라고도 부르는 독특한 이 물고기는 생김새와 맛으로 전 세계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동시에 남획 논란으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생선 중 하나로 꼽히는 메로에 대해 알아봤다.

메로 / 'Wilson da Silva' 유튜브
메로 / 'Wilson da Silva' 유튜브

메로는 남극 주변의 차가운 바다에서 살아가는 심해어다. 남극해와 남아메리카 남단, 남극 수렴선 근처의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에서 발견된다. 구체적으로 칠레와 아르헨티나 해안, 사우스조지아, 포클랜드 제도, 케르겔렌 제도, 크로제 제도, 프린스에드워드 제도, 허드·맥도널드 제도, 맥쿼리 제도 같은 곳이 주요 서식지다.

메로는 생애 주기에 따라 서식 깊이가 달라지는 신기한 물고기다. 어린 시절엔 300m 이내의 얕은 물에서 지내지만, 성체가 되면 2500~3000m까지 내려가며, 주로 1000m 깊이에서 산란한다. 몸집은 크고 늘씬하며, 머리는 넓고 눈이 큰 게 특징이다. 몸 색깔은 갈색에서 회색까지 다양하고, 큰 비늘로 덮여 있다. 최대 2.3m까지 자라며 무게는 100kg을 넘기도 하지만, 상업적으로 잡히는 건 보통 7~10kg 정도다. 느리게 성장하는 장수 물고기다. 수명이 50년 이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메로의 생태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다. 심해어인 까닭에 제대로 연구가 제대로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메로를 잡는 방법은 주로 심해에서 이뤄진다. 과거엔 바닥 트롤 어업으로 많이 잡았는데, 해저 생태계를 망가뜨려 문제가 됐다. 요즘은 대부분 롱라인(긴 줄 낚시)으로 잡고, 일부 지역에선 통발을 쓰기도 한다. 롱라인은 오징어나 고등어를 미끼로 깊은 바다에 줄을 늘어뜨려 메로를 낚아 올리는 방식이다. 칠레나 아르헨티나 같은 곳에선 소규모 연안 어업도 있지만, 대규모 상업 어업은 남극해에서 주로 진행된다. 이런 어업은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가 관리하며, 합법적인 어획량을 엄격히 제한한다. 다만 불법 어업(IUU)이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1990년대엔 불법 어획이 3만2000톤에 달했지만, 2010년엔 1615톤으로 줄었다고 CCAMLR이 추정했다.

한국에서 메로는 고급 생선으로 꽤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일식집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최고급 재료로 쓰인다. 한국인은 메로를 주로 구이로 먹는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이 주요 소비국이다. 미국에선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한 접시에 70~110달러(약 10만~16만원)나 될 정도로 비싸게 팔린다. 일본에선 메로란 이름 그대로 고급 횟감으로 사랑받는다. 유럽에서도 프랑스와 영국 같은 나라에서 고급 요리 재료로 쓰인다.

메로 요리는 다양하다. 흰 살이 단단하고 촉촉해서 어떤 조리법에도 잘 맞는다. 지방이 풍부한 까닭에 직화로 구웠을 때 가장 맛있다. 구우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진다. 뜨거운 오븐에 로스트하거나 바비큐로 굽는 조리법도 널리 알려졌다. 찜으로 요리하면 보다 촉촉한 질감을 살릴 수 있다. 날로 먹을 땐 얇게 썰어 회나 스시로 즐긴다.

메로 스테이크 / 'Our State On A Plate' 유튜브
메로 스테이크 / 'Our State On A Plate' 유튜브

지방이 많은 건 메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지방 함량이 많아 뜨거운 열을 가해도 쉽게 마르지 않는다. 메로가 미식가들 사이에서 ‘바다의 와규’ ‘생선계의 꽃등심’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방이 워낙 풍부해 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설사할 정도다.

맛은 메로의 최대 매력이다. 살은 눈처럼 하얗고, 씹을수록 달콤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퍼진다. 버터처럼 녹는 느낌에 기름기가 적당히 배어 있어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질감은 촘촘하고 두툼해서 씹는 재미가 있고, 생으로 먹을 땐 쫄깃함이 더해진다. 구웠을 땐 살짝 고소한 향이 나며, 조리법에 따라 맛의 층이 달라진다. 다른 생선보다 강하지 않은 향 덕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이런 맛 때문에 ‘하얀 금’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메로회 / '얌야미YamyamiTV' 유튜브 영상 캡처
메로회 / '얌야미YamyamiTV' 유튜브 영상 캡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메로는 비싸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생선으로 불릴 정도다. 한국에선 냉동 메로 목살이 200g에 1만원가량에 팔린다. 워낙 고급 생선인 까닭에 남획이 횡행했다. 메로의 인기가 남획이란 그림자를 드리운 이유다. 긴 수명과 늦은 성숙, 낮은 번식력으로 인해 메로는 남획에 유독 취약하다. 1990년대엔 불법 어업이 성행하며 개체 수가 급감했다. 특히 1997년 불법 어획량이 3만2000톤에 이를 때가 위기의 절정이었다. CCAMLR은 이를 막으려 총허용어획량(TAC)을 정하고, 불법 어업 감시를 강화했다. 2000년엔 어획 문서 제도(CDS)를 도입해 합법 메로만 유통되게끔 추적했다. 그 결과 불법 어업은 95% 이상 줄었지만, CCAMLR의 감시를 받지 않은 곳에선 여전히 과어획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수입하는 메로의 상당량이 불법 어획으로 잡은 것이다.

메로는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징어, 갑각류,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사는 메로는 고래, 물범, 거대 오징어의 먹잇감이다. 과도한 어획은 이 먹이사슬을 흔들 수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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