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고춧가루 한 잔이 감기에 좋다? 믿지 말아야 할 민간요법
2025-04-0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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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 넣은 소주가 감기와 다이어트에 좋다는 말, 팩트체크 해보니

SNS와 유튜브에서 떠도는 건강 루머 중 하나가 바로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면 살이 빠진다’는 주장이다. 일부 영상에서는 “소주 한 병에 고춧가루 한 숟갈을 넣고 잠자기 전에 마시면 다음 날 아침에 땀이 쭉 빠지고 몸무게가 줄어든다”는 후기가 소개되기도 한다. 게다가 이 조합이 감기에도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도 덧붙여진다. 과연 이 민간요법, 믿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 먹는 방법은 과학적으로 다이어트 효과나 감기 치료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먼저 다이어트 효과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자. 고춧가루의 주성분인 캡사이신은 분명히 체온을 올리고 일시적인 대사량 증가를 유도하는 성분이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캡사이신이 지방 연소를 촉진하고 식욕을 다소 억제할 수 있다는 결과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캡사이신’이 아니라 ‘소주’다. 소주는 알코올 농도 17~20%에 달하는 고도주로, 몸속에서 먼저 간에서 해독되며 그 과정에서 간에 큰 부담을 준다. 술 자체는 칼로리가 높고, 지방 분해를 돕기보다는 오히려 지방 합성을 촉진시킨다. 특히 알코올이 들어오면 간은 지방보다 알코올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체지방 연소가 느려진다. 즉, 소주는 다이어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고춧가루까지 더하면 자극은 두 배가 된다. 위벽이 약한 사람은 속쓰림이나 위염 증상을 겪을 수 있고, 빈속에 마셨을 경우에는 구토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일시적인 체중 감소가 있다면 그것은 ‘살이 빠진 것’이 아니라 ‘수분이 빠진 것’에 불과하다. 땀을 흘리거나 설사를 하면서 탈수가 발생하면 체중계 숫자는 줄 수 있지만, 이는 지방 감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감기에 좋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매운 음식을 먹고 땀을 흘리면 일시적으로 코막힘이 뚫리거나 기분이 나아질 수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증상 완화’일 뿐 감기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회복을 돕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소주는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소다. 술을 마시면 체내 염증 반응이 증가하고, 백혈구의 방어 기능이 떨어진다. 결국 감기나 바이러스 감염에 더 취약해진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알코올은 감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특히 발열이나 몸살 증상이 있을 때는 절대 권장하지 않는다. 탈수와 간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춧가루의 경우에도 위장 장애나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감기로 인해 체력이 떨어졌을 때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민간요법 중에는 그저 심리적 안정감이나 체험담에 기대어 퍼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건강은 경험보다 과학을 따르는 것이 더 안전하다. 마치 한방에 해결해주는 비법처럼 들리는 ‘소주+고춧가루’ 조합은 실제로는 탈수, 위염, 간 손상 등 부작용의 위험이 크다.
정말 감기에 효과적인 대처 방법은 수분 섭취, 휴식, 충분한 수면, 그리고 필요할 경우 진통해열제 복용이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규칙적인 식단 조절과 유산소 운동, 충분한 수면이 답이다. 자극적인 민간요법에 기대기보다, 검증된 방법으로 건강을 지키는 것이 더 오래, 더 확실하게 몸을 변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