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는 게 아니라 명상입니다” 요즘 뜨는 마인드풀니스의 정체

2025-04-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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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완화, 집중력 향상, 감정 조절까지.. '마인드풀니스 명상'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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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광고 회사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부터 아침에 10분씩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딱히 뭘 하는 것도 아니다. 숨을 쉬는 데 집중하고,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을 따라가지 않으려 애쓴다. 처음엔 심심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덜 흔들리고 하루가 덜 피곤해졌다”고 말한다. 그녀가 시작한 건 ‘마인드풀니스 명상’이다.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는 단순한 명상 그 이상이다. 지금 이 순간의 감각, 생각,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이다.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고,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차리는 데 집중한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마음은 하루 중 절반 이상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데 쓰인다고 한다. 마인드풀니스는 바로 그 ‘생각의 방황’을 멈추고 현재에 뿌리내리게 돕는다.

이 명상법은 불교의 위빠사나 수행에서 비롯됐지만, 종교적 색채는 거의 없다. 1970년대 말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의 존 카밧진 박사가 이를 심리치료에 적용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마인드풀니스는 불안장애, 우울증, 만성통증, 스트레스 등 다양한 정신적·신체적 문제에 효과적인 치료 보조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미국에서는 정신건강 클리닉, 군부대, 심지어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인드풀니스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마인드풀니스 명상’, ‘MBCT(마인드풀니스 기반 인지치료)’ 같은 키워드가 포털과 유튜브에서 검색 상위권에 오르기 시작했고, 관련 앱도 인기다. 대표적으로 ‘마보’, ‘코끼리’, ‘캄(Calm)’ 같은 앱이 사용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과도한 정보와 자극을 받는 MZ세대 사이에서는 ‘디지털 디톡스’ 차원에서 이 명상을 찾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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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마인드풀니스 명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까.

첫째, 스트레스 완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마인드풀니스 명상이 스트레스 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의 활동을 줄이고, 전전두엽 피질의 활동을 증가시켜 감정 조절 능력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는 집중력 향상이다.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에 따르면 하루 27분씩 8주간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실시한 참가자의 뇌에서는 집중력과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의 회백질이 실제로 두꺼워졌다.

세 번째는 감정 조절이다. 무조건 긍정적인 감정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불쾌하거나 불안한 감정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통해 정서적 회복 탄력성이 강해진다. 이로 인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의 재발률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영국 보건당국(NHS)은 우울증 재발 방지를 위해 ‘MBCT’ 프로그램을 공식 권장한다.

이 명상법은 특별한 장비나 시간, 장소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매력이다. 기본적으로는 조용한 곳에 앉아 호흡에 집중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떠오르는 생각을 없애려 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인식만 하는 게 핵심이다. 최근에는 걷기 명상, 식사 명상, 심지어 업무 중 마인드풀니스 실천법 등 다양한 변형 버전도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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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마인드풀니스 명상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심각한 정신 질환이 있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같은 특정 증상이 있는 사람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 명상에만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명상은 치료의 보조 도구일 뿐, 전문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마인드풀니스 명상이 확산되는 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스마트폰, 업무, SNS 알림 등 끊임없이 쏟아지는 자극 속에서 사람들은 ‘제대로 쉬는 법’을 점점 잊고 있다. 그런 시대에 마인드풀니스는 뇌를 잠시 멈추게 하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게 하는 유일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home 노정영 기자 njy222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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