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흔한 잡초인데...알고 보니 임금님 수랏상 오른 진귀한 '나물'

2025-04-08 15:28

add remove print link

뿌리는 약재로 쓰여 약초꾼들이 꼽은 삼(蔘) 중의 왕

겉으로 보기엔 그냥 들판에 자라는 풀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임금님 수랏상에까지 오르던 진귀한 나물이 있다. 바로 미나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어수리’다. 산과 들에 흔하게 자라는 이 풀이 사실은 오랜 전통 속에서 귀한 약초로, 그리고 봄철 최고의 별미로 대접받아온 나물이라는 사실은 의외다.

임금님 수랏상에 올랐다는 귀한 나물 어수리 / 유튜브 'NBS투데이'
임금님 수랏상에 올랐다는 귀한 나물 어수리 / 유튜브 'NBS투데이'

‘어수리’는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 가장 먼저 산속 흙을 뚫고 올라오는 대표적인 산나물이다. 전국 산지나 골짜기, 물가에서 자생하는 어수리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눈을 뚫고 싹을 틔워 ‘봄을 알리는 나물’로도 불린다. 3월에서 5월까지가 제철로, 이 시기 어수리는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향이 절정에 달해 나물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어수리는 단순히 맛있는 나물이 아니라, 역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식재료다. 예로부터 임금님의 수랏상에 진상되었던 귀한 나물이기도 하며, 특히 강원도 영월에서는 단종이 유배됐을 당시 백성들이 정성껏 바쳐 올린 '진상 나물'로 구전되고 있다. 실제로 강원도 영월 지역 전설에 따르면 단종이 유배되었을 때 백성들이 정성껏 바친 산나물이 바로 어수리였고, 왕에게 올린 나물이라 해서 ‘어수리(御-)’, 즉 ‘임금님께 바치는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설은 오늘날에도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유래 중 하나다.

향긋한 내음과 쫄깃한 식감, 그리고 건강에 좋은 효능까지 갖춘 어수리는 ‘약초꾼들이 꼽은 삼(蔘) 중의 왕’이라 불릴 정도로 귀하게 여겨진다. 실제로 약초꾼들 사이에서는 ‘왕삼’이라는 별칭으로 통하며, 예로부터 뿌리는 약재로 쓰여 오며 그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최근에는 자연 채취에 그치지 않고, 경상북도 영양·봉화, 강원도 태백·영월·인제 등지에서 하우스 재배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우스 재배를 통해 생산 시기와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제철이 아닐 때에도 일부 지역에선 신선한 어수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어수리는 생으로 쌈을 싸 먹어도 좋고, 살짝 데쳐 무쳐 먹어도 훌륭한 봄철 별미다. 대표적인 반찬으로는 ‘어수리 나물무침’이 꼽힌다. 손질한 어수리를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낸다. 이후 다진 마늘과 대파, 참기름, 들기름, 국간장 또는 된장을 넣고 조물조물 무치면 어수리 특유의 향긋함과 쌉싸름한 맛이 어우러진 건강한 나물이 완성된다.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 덕에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다른 산나물과 함께 조리해도 궁합이 좋으며, 된장국이나 찌개에 넣으면 깊은 향이 더해져 입맛을 살려준다. 특히 생선을 조릴 때 바닥에 어수리를 깔아두면 비린내 제거에 효과적이다. 특유의 향이 강하지 않고 은은해 다양한 식재료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어수리의 또 다른 매력이다.

유튜브, NBS투데이

무엇보다 어수리는 건강 식재료로도 손색이 없다. 무기질, 섬유질,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봄철 기력을 보충하는 데 제격이다. 동의보감에는 어수리의 뿌리를 ‘독활(獨活)’이라 하여 약재로 사용해왔다는 기록이 있으며, 피를 맑게 하고 노화 방지, 당뇨 개선, 관절염과 종기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한방에서는 항염 및 해열 작용이 뛰어나 각종 염증성 질환에 활용하기도 한다.

식물학적으로 살펴보면, 어수리는 줄기가 곧고 성인 여성 키에 이를 만큼 자라며, 속이 빈 원기둥 모양에 거친 털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잎은 깃털처럼 나뉘며 세로로 줄이 있고, 줄기 끝에는 20~30개의 꽃자루가 갈라져 하얀 꽃을 피운다. 여름철에는 복산형의 꽃차례를 이루며, 씨앗은 특이한 무늬가 있는 편평한 타원형이다.

어수리는 겉보기엔 그저 그런 잡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오랜 역사와 식문화를 간직한 ‘보물 같은 나물’이다. 계절의 경계에서 태어나 사람들의 식탁을 향긋하게 물들이고, 약재로도 귀하게 여겨지는 어수리. 봄이 찾아오면 산을 닮은 그 향기를 따라 우리의 식탁에도 어수리가 찾아오길 기대하게 된다.

2017년 3월 23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모델들이 어수리 나물을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2017년 3월 23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모델들이 어수리 나물을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어수리의 건강적 효능 5가지> 우선, 항염 효과가 탁월해 관절염이나 종기, 신경통과 같은 염증성 질환에 유익하다. 이는 어수리의 유효 성분이 체내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또한 혈액 정화 작용도 뛰어난데, ‘동의보감’에서는 어수리가 혈을 맑게 하고 기운을 북돋는 약초로 기록돼 있다. 이로 인해 혈액 순환 개선은 물론,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어수리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노화를 늦추는 데도 효과적이다.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데 기여하며, 이는 피부 건강 유지나 전반적인 노화 방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당뇨 예방과 혈당 조절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어수리는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당 대사를 원활히 돕는 미량 영양소들이 포함돼 있어 꾸준히 섭취할 경우 혈당 관리에 유리한 작용을 한다.

마지막으로, 소화 촉진 및 장 건강 개선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어수리는 쌉싸름한 맛과 향이 위액 분비를 촉진하고, 섬유질이 장 운동을 도와 변비 예방에도 좋다. 봄철 입맛이 없을 때 향긋하게 무쳐낸 어수리 나물은 입맛을 돋우는 동시에 위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