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팩에 100만 원...중국선 버리는데, 한국 일본에서 '황제 대접' 받는 식재료
2025-04-0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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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별미로 여겨 각종 고급 요리의 주재료로 사용
중국에서는 ‘쓸모없는 부산물’로 여겨져 버려지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한 팩에 100만 원을 호가하는 귀한 진미로 통한다. 겉보기엔 평범한 생선알처럼 보이지만, 한 번 맛보면 잊기 어려운 고소하고 진한 풍미로 ‘황제 대접’을 받는 대반전 식재료. 바로 ‘숭어알’ 이야기다.

생선알 중에서도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어란이 있다면 단연 숭어알이다. ‘어란(魚卵)’은 생선의 알을 가공해 만든 고급 식재료로 지역과 문화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소비된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어란, 그중에서도 숭어알을 최고급 별미로 여겨 각종 전통요리, 고급 요리의 주재료로 사용하지만 중국에서는 뜻밖에도 숭어알을 거의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식재료로 취급한다.
중국에서는 숭어를 주로 양식용 혹은 회유성 어류로 잡지만, ‘알’은 시장에서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져 따로 수거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 보통은 폐기하거나 어류 사료로 전환된다. 중국 대형 생선시장이나 온라인 마켓을 살펴봐도 숭어알 자체를 구매하거나 조리해 먹는 사례는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전통 식문화와 재료 선호의 차이, 생선 내장류에 대한 인식이 이러한 차이를 만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한국과 일본에서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한국에서는 숭어알로 만든 어란을 ‘밥도둑’을 넘어서는 고급 식품으로 대우하며, 명절이나 귀한 손님상에도 오를 만큼 귀하게 여긴다. 봄철인 4~5월은 숭어가 알을 품는 시기로, 이 시기부터 숭어알을 얻기 위한 ‘수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란 중에서도 숭어알이 가장 맛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지만 이를 가공하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숭어를 취급하는 횟집과 수산시장을 일일이 돌며 ‘막 떠온’ 숭어를 확보해야 하고, 피를 빼는 작업은 숭어를 잡은 지 24시간 이내에 반드시 마쳐야 한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알을 감싼 막이 얇아져 찢어지기 쉬워지고 품질도 눈에 띄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작업이 몰리는 시기에는 “하루에 30kg씩 알을 손질해도 밤을 새우기 일쑤”라고 토로할 만큼 시간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고된 노동이 따른다.

피를 제거한 숭어알은 곱게 간 천일염으로 염장 처리되며, 보통 20일에서 30일간 말린 뒤 3개월간 숙성을 거친다. 두고두고 먹기 위한 보존식이기에 염장 처리는 필수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든 어란은 시중에서 한 팩 가격이 최고 1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별미로 유통된다. 특히 명절 선물, 잔칫상, 제사 음식 등 ‘격식 있는 자리’에 어란은 빠지지 않는 고급 식재료로 꼽힌다.
일본 역시 숭어알을 가공한 ‘카라스미(からすみ)’를 최고급 진미로 친다. 일본 3대 진미 중 하나로 손꼽히며, 사케 안주 또는 고급 다이닝의 정찬 코스로 등장한다. 일본에서는 오키나와, 나가사키 등지에서 숭어알을 염장 후 말려서 섭취하는 전통이 있으며 가격대도 한국 못지않게 높은 편이다. 숙성 상태와 원산지, 제조 방식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지만 수만 엔을 호가하는 상품도 적지 않다.
한국과 일본이 숭어알을 고급 식재료로 ‘황제 대접’하는 데 비해, 중국에서는 ‘쓸모없는 부산물’로 취급하는 식문화의 차이는 매우 흥미롭다. 같은 생선에서 나오는 알이라도 문화에 따라 가치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점에서, 식재료는 단순히 영양소나 맛만이 아니라 문화와 전통이 얽힌 상징성까지 함께 소비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중국과 문화권을 공유하는 대만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에서는 ‘우위즈’(烏魚子)라 불리는 숭어알 염장 건조 식품이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고급 진미로 자리 잡고 있다. 명절 선물이나 귀빈 접대용으로 쓰일 만큼 귀하게 여겨지며, 한국이나 일본과 유사한 방식으로 말리고 숙성시켜 풍미를 끌어올린다. 같은 중화권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식재료의 운명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숭어알처럼 하나의 재료를 두고도 전혀 다른 평가와 운명을 맞는 사례는 식문화 비교의 대표적 예시로 꼽힌다. 이러한 차이는 소비 방식뿐 아니라 재배·가공·유통의 전통에서도 비롯되는 만큼, 그 나라의 미각과 철학을 비추는 창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