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벼먹고 무쳐먹고…강원도 밥상에 빠지지 않는다는 밥도둑 '식재료'
2025-04-0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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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 지역 특산물로 지정하고 적극 판매
강원도 정선에 가면 시장 입구부터 퍼지는 향이 있다. 어릴 적 시골 부엌에서 맡던 듯한, 된장과 나물, 푹 익은 밥 냄새가 섞인 향이다. 이 향의 중심에 바로 ‘곤드레’가 있다.

곤드레는 정식 명칭이 고려엉겅퀴다. 들에서 자라는 자생 식물이지만, 강원도 정선·평창 등지에서는 일찍이 식재료로 길러왔다. 5월이면 산과 들판을 뒤덮는 곤드레를 캐고 다듬는 손길로 분주해진다. 어르신들은 이맘때 곤드레를 삶고 말려두며 말한다. “김치보다 먼저 담는 게 곤드레야”라고. 김치는 여름 지나 담지만 곤드레는 봄부터 준비하는 제철 음식이다.
◈밥도 없이 먹던 곤드레, 지금은 ‘곤드레밥’ 대표주자
곤드레의 식감은 부드럽고 향은 구수하다. 푹 삶아 밥 위에 얹고, 참기름에 비벼 먹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소금간 하나만으로도 맛이 완성된다. 다른 양념 없이도 밥 한 공기를 금세 비우게 만드는 그 특유의 향이 강원도 식탁을 지켜온 셈이다.

곤드레는 과거 보릿고개 시절 허기를 채우기 위한 생존 음식이었다. 봄철 식량이 부족할 때 뒷산에서 캐온 곤드레를 말려뒀다가, 쌀에 조금만 섞어 끓이면 나물밥이 됐다. 계절 따라 바뀌는 반찬 중에서도 곤드레는 오래도록 남는 주재료였다. 강원도 일대에서는 지금도 곤드레를 밥만이 아니라 국, 나물무침, 전 등에도 널리 쓴다.
특히 정선 지역은 곤드레밥을 지역 대표 음식으로 내세워 관광 식당마다 간판에 ‘곤드레밥 정식’을 걸어뒀다. 곤드레밥에 된장찌개, 열무김치, 두부부침 등을 곁들여 내는 상차림은 도시인들에게 ‘건강식’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 자생에서 재배로…곤드레의 신분상승
예전에는 산이나 밭둑에서 자라나는 곤드레를 그냥 캐다 먹었다. 요즘은 아예 하우스 재배까지 하며 품질 관리에 나섰다. 정선군은 곤드레 생산 농가에 재배 시설을 지원하고, ‘곤드레 특화 브랜드’를 만들어 지역 농산물로 육성하고 있다.

곤드레가 건강식으로 재조명되면서 도시에서도 수요가 높아졌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고, 위장 기능을 돕는 데도 좋다고 알려져 건강식품 시장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한방에서는 곤드레가 간 기능 개선과 피로 회복에 효과 있다고 전해진다.
냉동 곤드레, 말린 곤드레, 곤드레즙 등 가공식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과거 ‘촌스러운 나물’로 취급받던 곤드레는 지금 강원도의 명물이자, 소비자들에게는 힐링푸드로 각광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