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은 빠지지만 탈모 올 수도..” 꿈의 비만약 '위고비' 오남용 경고등
2025-04-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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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비만치료제로 불리는 ‘위고비’.. 효과만큼 부작용 및 오남용 우려도 커져
봄 날씨가 찾아오고 얇아진 옷으로 갈아입자 겨울 동안 체중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 A씨. 그녀는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위고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존의 운동이나 식이요법보다 훨씬 빠르고 효과적으로 살이 빠졌다는 후기가 이어지면서, 병원에서 처방을 받고 주사를 맞기 시작한 것이다. 불과 몇 주 만에 체중이 4kg 이상 줄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지만, 변비 증세가 심해지고 탈모 증상까지 찾아오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병원을 다시 찾게 됐다.

이처럼 요즘 다이어트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위고비’는 과연 무엇이며,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위고비(Wegovy)’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은 주사제다. 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로,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에 사용되던 성분이다. 체내에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처럼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 적게 먹어도 배가 쉽게 차고, 덜 배고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섭취량이 줄어 체중이 감소하게 된다.
위고비는 특히 고도비만이나 비만 관련 질환(고혈압, 고지혈증, 제2형 당뇨 등)이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처방된다. 단순히 체중 감량 목적만으로는 처방이 어려운 전문의약품이며, 미국에서는 BMI 30 이상 또는 BMI 27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2023년 식약처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는 일부 병원에서만 제한적으로 처방되고 있다.
최근에는 위고비가 다이어트를 원하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신의 주사’, ‘다이어트 비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SNS에는 “위고비 맞고 한 달 만에 5kg 감량”, “요요도 없고 식욕도 줄었다”는 식의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폭발적인 인기는 헐리우드 배우들과 셀럽들이 위고비 사용 사실을 밝히면서 더욱 확산됐다.

하지만 위고비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부작용과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구토, 복통, 변비, 설사 등이 있다. 이외에도 담낭질환, 급성 췌장염, 저혈당, 심박수 증가 같은 중대한 이상반응도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체중이 급격하게 빠지면서 탈모나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위고비는 주 1회 피하주사 형태로 복부, 허벅지, 팔뚝 등에 놓으며, 용량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며 사용한다. 하지만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며, 임의로 용량을 조절하거나 무자격자에게 시술받는 것은 위험하다. 또한 약물 사용만으로 모든 체중 감량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식단 조절과 운동 등 기본적인 생활 습관 개선이 병행돼야 건강한 감량이 가능하다.

더불어 위고비는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사용이 제한되며, 임산부나 수유 중인 여성도 금기 대상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를 무시하고 처방 기준을 넘겨 사용하는 사례가 발견되면서 식약처가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위고비의 수요가 늘면서 병의원이 허가 범위를 벗어나 처방하거나, 해외 직구 형태로 위법 유통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위고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관계자는 “위고비는 일정 조건 하에만 사용할 수 있는 전문약물이며, 단기 감량 후 중단하면 다시 원래 체중으로 회귀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생활습관 교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