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유해식물 지정됐는데... 알고 보면 고급 나물이라는 반전 식재료

2025-04-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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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식도락가들의 입맛 돋구는 한국 나물

칡덩굴 제거 작업 / 연합뉴스
칡덩굴 제거 작업 / 연합뉴스

봄엔 산과 들에 다양한 산나물이 돋아난다. 그중에서도 칡순은 독특한 맛과 향으로 나물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식재료다. 칡은 뿌리로 차를 만들거나 즙을 내는 식물로 알려졌지만 어린순인 칡순도 훌륭한 봄나물로 먹을 수 있다.

칡덩굴 / 연합뉴스
칡덩굴 / 연합뉴스

칡순은 독특한 맛과 영양으로 주목받는 나물이다. 칡의 어린순을 채취해 나물로 요리하면 씁쓸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다. 건강에도 이로운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칡순은 칡의 어린잎과 줄기를 말한다. 채취 시기는 보통 봄에서 초여름, 그러니까 4월 말부터 6월 말까지가 적당하다. 이때가 지나면 순이 굳어지고 질겨져서 나물로 먹기 힘들어진다.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칡순을 찾으려면 덩굴이 얽힌 곳을 눈여겨봐야 한다. 어린 순은 길이가 10~20cm 정도 되고, 연한 녹색을 띠며 부드럽다. 채취할 땐 손으로 꺾거나 가위를 써서 자른다.

칡순나물 / 젠쏘 유튜브 영상 캡처
칡순나물 / 젠쏘 유튜브 영상 캡처

칡순 나물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채취한 칡순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2~3분 데친다. 너무 오래 데치면 식감이 물러지니 주의해야 한다. 데친 칡순은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낸다. 그다음 간장 2스푼, 다진 마늘 1티스푼, 참기름 1스푼, 깨소금을 넣고 버무린다.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나 멸치액젓을 추가해도 된다. 이렇게 만든 칡순 나물은 씁쓸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처음 먹으면 약간 거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씹을수록 부드러운 뒷맛이 남는다. 된장으로 무쳐도 맛있다. 생으로 먹는 것도 가능하지만 데치는 게 나물 특유의 풍미를 살리는 데 좋다. 말려서 보관하면 나중에 차로도 끓여 먹을 수 있다.

칡순 나물에서 기대할 수 있는 효능도 무시할 수 없다. 칡순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아서 갱년기 증상을 겪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된다.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또 숙취 해소에 좋은 성분이 있어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먹으면 속이 편해진다. 차가운 성질 덕분에 여름철 몸의 열을 내리는 데도 유용하다. 기관지를 보호하고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는 얘기가 있다. 다만 몸이 찬 사람은 과식하면 배탈이 날 수 있으니 양을 조절해야 한다.

칡은 콩과에 속하는 다년생 덩굴식물이다. 아시아가 원산지다. 한국의 산과 들 어디서나 자생한다. 뿌리와 줄기가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높이 10m 이상 자라며, 나무나 바위를 감고 올라가는 특성이 있다. 잎은 크고 세 갈래로 나뉘며, 여름엔 보라색 꽃을 피운다. 과거엔 구황작물로 사랑받았다. 배고픈 시절, 칡뿌리를 캐서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뿌리에서 녹말을 추출해 국수나 떡을 만들기도 했다.

칡뿌리 / '쇼오츠' 유튜브 영상 캡처
칡뿌리 / '쇼오츠' 유튜브 영상 캡처

칡뿌리엔 또 다른 효능이 있다. 갈근이라 불리는 뿌리는 약재로 오랫동안 쓰였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술독을 풀고 갈증을 멈추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혈당 조절에도 효과가 있다. 에스트로겐 함량이 높아 갱년기 완화에 좋고, 카테킨과 철분도 풍부하다. 칡뿌리를 캐는 시기는 늦가을에서 이른 봄, 그러니까 11월부터 3월까지가 적합하다. 이 시기에 뿌리에 영양분이 집중돼 약효가 강하다. 캐낸 뿌리는 씻어서 말리거나 즙을 내 먹는다. 직경 13cm 이상인 굵은 뿌리가 맛과 효능 면에서 낫다.

그런 칡이 요즘엔 엄청난 번식력으로 인해 골칫거리로 여겨지고 있다. 칡은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칡을 비롯한 덩굴류가 한국의 산림을 파괴하고 있다. 칡은 수목의 생장을 막고 고사를 유발하며 자연경관을 해친다. 하루 30~40cm씩 자라는 빠른 번식력 때문에 주변 나무를 감아 빛을 차단하고 결국 나무를 죽인다. 뿌리는 굵고 깊어 토양 속 덩이줄기에서 계속 새 뿌리를 내린다. 이 때문에 제거가 쉽지 않다. 삽과 곡괭이로 캐내도 완전히 없애기 힘들고, 작업은 체력적으로도 큰 부담이다. 나무나 바위를 이겨내고 주변 식물을 고사하게 만들며 산림을 황폐화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이런 점 때문에 유용한 점이 많음에도 국내에선 칡을 유해식물로 지정했다. 산림 일자리 사업으로 캔 뿌리를 가져다주면 지방자치단체가 돈을 주는 수매 사업까지 존재한다. 소중한 먹거리와 약재로 쓰이는 동시에 생태계의 적으로 취급받는 셈이다.

'봄철 별미 칡순 나물, 채취에서 무침까지 전과정 보여 드립니다'란 제목으로 '일상의서프라이즈 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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