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풀인 줄...4월에 잠깐 나오는데 한국 사람들 대부분 몰라서 못 먹는 귀한 나물

2025-04-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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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귀한 봄철 보약

겨울에 자라 봄을 알리는 특별한 전령사가 이달 초 제철을 맞았다. 그 정체는 바로 다른 산나물과 달리 독특한 생태를 가진 '전호나물'이다. 전호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귀한 봄철 보약임에도 놓치기 쉬운 나물이다.

눈 속에서도 자라는 전호 / 온라인 커뮤니티
눈 속에서도 자라는 전호 / 온라인 커뮤니티

전호(前胡)는 대부분의 식물과 정반대의 생활 주기를 갖고 있다. 여타 식물들이 시들어가는 가을 10월경에 싹을 틔우고, 한겨울에도 잎을 달고 생존한다. 심한 한파만 아니라면 1~2월에도 눈 속에서 파릇파릇 자라며, 깊은 산속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식물이다.

쌍떡잎식물 산형화목 미나리과에 속하는 전호는 생약명으로는 '산아삼'이라 불린다. 영어로는 '카우 파슬리(Cow Parsley)'라 하며, 일본에서는 '야마닌진(山人参)'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산에서 자라는 인삼'이라는 뜻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전호는 약효가 뛰어난 나물로 인정받고 있다.

전호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캄차카반도, 시베리아, 유럽 등 널리 분포한다. 국내에서는 특히 울릉도와 흑산도에 군락지를 이뤄 이들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요즘은 전국 각지에서 소득 작목으로 재배되고 있으나, 산약초의 특성상 씨앗의 발아율이 낮은 편이다. 싱싱한 상태에서만 식용으로 쓸 수 있어 마트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렵다. 산나물꾼 사이에서는 야생에서 구할 수 있는 귀한 산채로 대접받는다.

전호는 숲 가장자리와 같이 습기가 약간 있고 서늘하면서도 겨울에는 따뜻한 해양성 기후에서 잘 자란다. 높이는 1m 내외로 곧게 자라며, 굵은 뿌리에서 줄기가 나와 가지가 듬성듬성 갈라진다. 5~6월에는 산형꽃차례로 흰 꽃이 피어난다.

전호나물 꽃 / 유튜브 '청산별곡TV'
전호나물 꽃 / 유튜브 '청산별곡TV'

전호나물의 외관은 당근이나 쑥갓 잎과 비슷하고 줄기는 보라색을 띠지만 미나리와 유사한 모습이다. 일반적인 산나물이 질기다는 선입견과 달리, 전호의 어린잎과 줄기는 매우 부드러워 나물로 즐기기 좋다.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난 전호는 칼슘, 칼륨, 비타민C, 무기질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이러한 성분 덕분에 기침이 심한 감기나 천식에 효능이 있고, 뼈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피를 맑게 해주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 건강을 증진시켜 성인병 예방에 좋다. 소화 촉진과 피로 회복에도 효과가 있어 봄철 보약으로 손색이 없다.

전호는 3월 중순부터 채취가 가능하지만, 너무 어린 순은 약효가 부족하다. 3월 말부터 4월 초순에 채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강한 향이 특징인 전호는 생채나 샐러드, 전, 장아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할 수 있다.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은 "삶아서 데치는 것보다 생채로 양념해 먹으면 더욱 진한 향을 맛볼 수 있다. 쌈 채소로도 그만이다. 돼지고기와 곁들여 먹으면 잘 어울리는 나물"이라고 설명했다.

전호나물 무침 / 유튜브 '4월의라라'
전호나물 무침 / 유튜브 '4월의라라'

가장 일반적인 조리법인 전호나물 무침은 나물을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천일염을 넣고 살짝 데친 후, 찬물에 열기를 식혀 준비해주면 된다. 물기를 잘 짜낸 전호나물은 조선간장, 깨소금, 다진마늘, 들기름으로 조물조물 무쳐주면 된다. 식성에 따라 된장이나 고추장 양념으로 무치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전호의 잎, 줄기, 씨앗, 뿌리를 모두 활용한다. 생채는 샐러드나 페스토로, 끓이면 수프나 스튜의 풍미를 더하는 허브로 사용한다. 씨앗을 갈아 향신료처럼 활용하기도 하며, 뿌리는 당근 대용으로 쓰인다. 서양 전통 의학에서는 소화기 장애, 호흡 곤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보며, 모기 퇴치제로도 활용한다.

그러나 야생에서 전호를 채취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유독한 식물인 유럽독미나리나 나도독미나리와 혼동하기 쉽기 때문이다. 어린잎 상태에서는 특히 구분이 어렵지만, 성장하면 차이가 드러난다. 유럽독미나리는 전호보다 잎이 훨씬 잘게 갈라지고, 나도독미나리는 줄기 전체에 붉은 얼룩이 있어 구별할 수 있다.

울릉도에서는 전호를 인삼만큼 효능이 좋다고 여길 정도로 귀하게 여긴다. 한겨울에도 따뜻한 햇살만 나면 얼굴을 내미는 이 나물은 그 생명력과 정성, 향기 가득한 기품으로 봄철 식탁에 특별한 영양과 맛을 선사한다. 아직 전호를 접해보지 못했다면, 4월의 짧은 제철을 놓치지 말고 이 귀한 봄나물의 맛과 영양을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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