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세종으로 수도 완전 이전... 대통령실도 세종 이전' 추진할 듯
2025-04-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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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신행정수도법 재추진 가능성

오는 6월 4일 조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세종 수도 이전'을 밀어붙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대한민국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완전 이전하는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차기 정권 출범 시 대통령실 세종 이전 가능성을 검토하라'는 이 대표의 지시에 따른 후속조치라고 한국일보가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 말을 빌려 7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충청권이 지역구인 강준현(세종을)·복기왕(충남 아산갑) 의원의 주도로 작성됐다. 복 의원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 건설기획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한국일보는 이 대표가 대선 국면 이전부터 직접 챙겨온 어젠다인 '세종 수도 이전'을 대선 간판 공약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당장 민주당은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을 22년 만에 재추진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행정 수도 완전 이전 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에는 구체적으로 △대통령 집무실 세종시 전면 이전 △국회 본원의 완전 이전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입법부와 행정부 기능을 모조리 세종으로 내려보내자는 것이다. 그간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 실태와 행정 기능을 일괄 이전했을 때 효용성과 당위성 등도 검토했다.
해당 내용을 보고받은 이 대표는 세종 수도 이전에 공감대를 표하며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을 재추진하는 방안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신행정수도법은 노무현 정부가 행정 수도 이전을 추진하며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관습헌법에 해당한다"며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무산된 바 있다.
세종 수도 이전은 애초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 해소를 위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하면서 본격화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통령 직속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을 발족해 행정수도 이전 작업에 착수했고, 국회는 2003년 12월 여야 합의로 신행정수도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2004년 1월 공포됐고, 같은 해 8월 정부는 충남 연기군·공주시 일대를 신행정수도 입지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관습헌법"이라며 신행정수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행정수도 이전은 사실상 좌초됐고, 이후 정부는 헌재 판단을 피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새로 제정해 현재의 세종시 건설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의지를 갖고 직접 지시하면서 민주당은 22년 만에 해당 법안 발의에 착수했다. 당내에선 충청권이 아닌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 법안 발의에 나서는 아이디어까지 검토되고 있다. 균형 발전의 진정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차원이다. '위헌 논란'에 대비해 입법 후 헌재 판단을 받아본 뒤 개헌으로 추진하는 플랜B도 구상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세월이 20년이나 흘렀고, 서울 집중화 현상은 더욱 심화된 만큼 헌재의 판단도 국민들 의식도 달라졌다"며 "수도 이전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문화하는 공약을 발표했을 때도, 이를 개헌 사안으로 다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각에선 세종 수도 이전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차기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을 세종에 꾸리자는 제안도 나온다. 현재 마련돼 있는 국무총리 세종 관저를 대통령 관저로, 세종정부청사 중앙동을 대통령 집무실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다.
'세종 수도 이전'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지만 위헌 논란 끝에 미완으로 남은 민주당의 과업이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를 세종으로 옮기려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시도는 2004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좌절됐다. 노무현 정부는 신행정수도를 충청권에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하며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했고, 국회도 이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서울 거주 시민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관습헌법’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해당 법률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헌재는 2004년 10월 선고에서 8명 재판관 중 5명이 위헌 의견을 내며 “국가의 수도는 단순한 행정구역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과 직결되는 헌법적 사실이며, 수도 이전은 헌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로 인해 수도 이전은 법적으로 불가능해졌고, 당초 구상했던 ‘신행정수도’는 물거품이 됐다. 이후 정부는 행정기관 일부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헌재 결정은 ‘관습헌법’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통해 법률을 무력화시킨 사례다. 당시에는 수도를 규정한 조문이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수도 이전이 가능하다고 보는 해석도 있었지만, 헌재는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오랜 역사 속에 국민의 인식과 국가 운영의 기초가 되어왔다”고 판단했다.
결국 노무현 정부의 수도 이전 구상은 법적인 벽에 가로막혀 좌절됐고, 그로부터 20년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세종은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불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다.
이 대표로선 위헌 논란 끝에 미완으로 남은 민주당의 과업을 계승해 국가 균형 발전의 그림을 완수하겠다는 구상을 세웠을 수 있다. 저성장 시대 인구절벽과 수도권 과밀화 등 국가적 난제를 해소할 개혁 어젠다로 부각시키는 동시에 역대 대선 캐스팅보트로 작동해온 충청권 민심 공략 카드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는 아내 김혜경 씨가 충북 충주 출신인 점을 부각해 '충청사위론'을 어필했었다.
당내에선 신중론도 제기된다. '충청 잡으려다 수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수도권 출신 중진 의원은 행정수도 완전 이전은 수도권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청와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국일보에 밝혔다. 다른 수도권 의원도 세종에는 귀빈을 모실 숙소·공항이 미비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수도권 의원은 청와대는 이미 보안이 뚫려버린 공간이라며 지역균형 발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세종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세종 수도 이전은 장기 과제로 돌리더라도, 차기 정권이 출범하면 당장은 용산 대통령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현실론이 우세하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