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울수록 잘 팔린다... 갑자기 '사상 최고' 기록한 이 음료
2025-04-0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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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 불안할수록 많이 마신다는 음료의 정체

숨 가쁘게 변화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때로는 익숙함과 불변함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곤 한다. 국제 경제가 미국의 ‘관세 폭탄’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한때 건강에 대한 우려로 탄산음료 소비 감소라는 어려움을 겪었던 코카콜라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코카콜라가 가진 독특한 위상과 시대적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암호화폐마저 시장의 불안감 속에서 일시적인 피난처로 부상하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코카콜라의 꾸준한 상승세는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경기 방어주’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람들은 코카콜라 한 잔의 달콤함으로 위안을 얻고, 이는 곧 안정적인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1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경제가 불황일 때 오히려 강세를 보이는 코카콜라의 매력은 무엇일까.
코카콜라의 역사는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카콜라는 원래 원래 약용 음료로 판매됐다. 1886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약사 존 펨버턴이 두통 치료제를 개발하려다 우연히 코카 잎과 콜라나무 열매 추출물을 혼합해 탄산음료를 만들었다. 1888년 사업가 아사 그릭스 캔들러가 권리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캔들러의 마케팅 전략 덕에 코카콜라는 20세기와 21세기를 거치며 세계 탄산음료 시장을 장악했다.
그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과 프랜차이즈 시스템 도입을 통해 코카콜라를 미국 전역으로,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코카콜라 특유의 병 디자인과 로고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오늘날까지도 코카콜라를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남아있다.
2차 세계대전 중 코카콜라는 미군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미국과 자본주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해방 직후 미군을 통해 처음 소개됐다. 1968년 한양식품이 국내 첫 보틀링 파트너로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원액 생산과 마케팅을 한국 코카콜라 유한회사가, 완제품 생산과 유통은 LG생활건강 자회사인 코카콜라 음료 주식회사가 맡고 있다.
코카콜라는 단순히 하나의 음료가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를 아우르는 거대한 포트폴리오를 자랑한다. 코카콜라는 다양한 종류의 제품 라인을 확장해왔다. 오리지널 코카콜라를 비롯해, 설탕 함량을 줄인 다이어트 코크, 칼로리가 제로인인 코카콜라 제로, 카페인을 제거한 카페인 프리 코크 등이 대표적이다.
대표 제품인 코카콜라 외에도 환타, 스프라이트, 미닛메이드, 파워에이드, 조지아 커피, 토레타 등 200여 개 이상의 브랜드를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판매한다. 한국에서는 약 20여 개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다.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환타 같은 탄산음료부터 조지아 커피, 미닛메이드 주스까지 다양하다. 여러 제품 중 환타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서 코카콜라 원액 공급이 끊기자 과일 찌꺼기로 만든 대체 음료로 시작됐고, 이후 코카콜라가 공식 제품군에 포함했다. 인도에서는 마살라 향을 첨가한 썸즈업(Thums Up)이 독특한 현지화 사례로 사랑받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아야타카 녹차가 전통 찻집과 협업해 깊은 맛을 자랑한다.
코카콜라의 매출은 이 방대한 브랜드와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코카콜라의 지난해 매출은 471억 달러(약 69조 2200억원), 순이익은 106억 달러(약 15조 5800억원)에 이른다. 전 세계적으로 코카콜라 컴퍼니는 하루 평균 22억 잔의 음료를 판매하며, 연간 10억 달러(약 1조 46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만 21개에 이른다. 이 매출은 주로 탄산음료, 주스, 차, 커피, 생수, 스포츠 음료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발생한다.
코카콜라사는 원액을 제조해 전 세계 보틀링 파트너에게 공급하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 원액에 물, 탄산, 설탕 등을 섞어 완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각국 현지 업체가 담당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코카콜라 음료 주식회사가 이 역할을 맡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전달한다.
최근 코카콜라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배경은 눈여겨볼 만하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2일(현지시각) 관세 폭탄을 발표한 뒤 3일과 4일 미국 증시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다우, S&P500, 나스닥이 모두 급락했다. 애플 시가총액 3조 달러가 붕괴하는 등 기술주가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3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코카콜라가 경기 방어주로 꼽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닥치면 소비자들은 비싼 음료 대신 저렴한 콜라로 위안을 삼는 경향이 있다. 건강 우려로 탄산음료 소비가 줄었다는 과거의 어려움을 딛고, 오히려 경기가 나쁠수록 매출이 상승하는 아이러니가 코카콜라의 힘이다. 관세 전쟁으로 기술주들은 거세게 흔들렸지만 코카콜라는 안정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코카콜라의 매출 구조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지역별 특성도 눈에 띈다. 멕시코는 1인당 콜라 소비량이 미국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국가다. 여기서는 사탕수수 원액을 사용해 맛이 더 고급스럽다는 평을 받는다. 미국에서도 멕시코산 코카콜라를 역수입해 판매할 정도다. 반면 인도에서는 펩시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페루에서는 잉카 콜라가 여전히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코카콜라사는 잉카 콜라 지분 49%를 인수하며 현지 시장을 공략했다. 북한조차 코코아 탄산단물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것은 코카콜라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입증한다.
코카콜라가 사랑받는 첫 번째 비결은 바로 독보적인 맛이다. 코카콜라는 설탕과 캐러멜, 카페인, 천연 향료 등이 어우러진 독특한 조합으로 다른 어떤 음료와도 구분되는 강렬한 풍미를 만들어낸다. 수많은 유사 제품이 등장했지만 ‘역시 콜라는 코카콜라’라는 인식을 흔들지 못했다.
두 번째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다. 코카콜라는 20세기 초부터 ‘행복’, ‘열정’, ‘젊음’이라는 감정을 마케팅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다. ‘코카콜라를 마시는 순간, 삶은 조금 더 즐거워진다’는 메시지는 광고, 스포츠 후원, 대중문화와의 연결을 통해 소비자들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특히 크리스마스마다 등장하는 산타클로스 광고는 코카콜라가 만든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로, 지금의 빨간 옷을 입은 산타 이미지도 이 광고에서 비롯됐다.
세 번째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코카콜라는 전 세계 각국에서 해당 지역의 문화와 소비자 정서에 맞게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이 맛, 이 느낌’ 등의 슬로건을 내세워 젊은 층을 공략했고, 이후에도 아이돌 마케팅, 편의점 중심의 유통 확대 등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끌어올렸다.
네 번째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다. 앞에서도 언급했든 코카콜라는 제로콜라는 물론 라임콜라, 바닐라콜라 등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 재활용 가능 병, 설탕 함량을 낮춘 제품 등을 통해 환경과 건강을 고려하는 브랜드로 이미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코카콜라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판다. 페스티벌, 콘서트, 영화관, 놀이공원 등 특별한 순간마다 함께한 코카콜라는 소비자들의 추억에 깊이 각인돼 있다. ‘여름밤 해변에서 마신 차가운 코카콜라 한 모금’, ‘첫사랑과 나눠 마신 콜라’처럼 개인의 기억과 연결된 브랜드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