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휩쓸었는데...한 달 만에 '안방행' 소식 전해진 1700억 대작
2025-04-07 11:16
add remove print link
개봉 직후 국내 박스오피스 1위 휩쓸었던 제작비 1700억 대작 영화
사실상 극장 상영 종료 수순 최소 8,000만 달러(약 1,169억 원) 손실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휩쓸며 화려하게 출발했던 1,700억 원 규모의 SF 대작 '미키 17'이 북미 흥행 부진에 직면한 채 개봉 한 달 만에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됐다.

현지 시간 6일, 미국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미키 17'(감독 봉준호)을 오는 7일 오후 9시(미 서부 기준)부터 스트리밍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미 극장 개봉 이후 단 한 달 만에 이뤄진 전환으로, 사실상 극장 상영 종료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미키 17'이 애플TV와 판당고 등 복수의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동시 공개된다고 전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이 작품은 지난달 7일 북미 3,807개 극장에서 개봉한 이후 4일까지 총 1억 2,238만 달러(약 1,789억 원)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북미 매출은 4,468만 달러(약 653억 원), 북미 외 매출은 7,770만 달러(약 1,136억 원)이다. 그러나 1억 1,800만 달러(약 1,700억 원)의 순 제작비에 더해, 버라이어티 보도에 따르면 마케팅 비용만 8,000만 달러(약 1,169억 원)가 추가로 투입됐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3억 달러(약 4,385억 원)에 달하며, 지난달 하순 기준으로 예상 총매출은 1억 4,300만 달러(약 2,09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결과적으로 최소 8,000만 달러(약 1,169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극장이 수익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배급 구조를 고려할 때, 실질적인 손실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을 맡은 '미키 17'은 개봉 초기 미국 시장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을 보였다. 미 시장조사업체 시네마스코어의 현장 관객 대상 조사에서 '미키 17'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점인 'B' 등급을 받았다. 이는 대규모 제작비와 봉준호 감독의 명성을 감안했을 때, 기대 대비 아쉬운 성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한 미국의 영화·드라마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도 이날 기준 평론가 점수 77점, 관객 점수 73점(이하 100점 만점 기준)을 기록하며 다소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이는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치다. '기생충'은 평론가 점수 99점, 관객 점수 95점, '마더'는 각각 96점과 89점, '살인의 추억'은 95점과 92점을 기록한 바 있다.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2020년 아카데미 4관왕)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미국 대형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가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배급을 맡은 작품이다. 에드워드 에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하며, 죽음을 거듭하며 복제되는 소모품 인간 미키의 정체성과 운명을 둘러싼 SF 서사를 그려냈다.
국내에서는 개봉 전부터 실시간 예매율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3월 1일 개봉 당시 오프닝 스코어 24만 8,056명을 기록하며 '검은 수녀들'(16만 3,727명),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12만 3,237명), '히트맨2'(10만 621명) 등 2025년 상반기 주요 경쟁작들을 모두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 초기에는 CGV 골든에그지수 90%를 기록하며 관객 호응도도 높았다.
관객 리뷰에서는 “생각지 못한 슬픔과 감동이 공존한 영화”, “기생충처럼 전 세계가 공감할 작품”, “근래 본 SF 중 최고”,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 그 자체로 완성된 영화”, “근래 본 SF 영화 중 최고의 수작” 등 긍정적인 반응도 다수 확인됐다. 그러나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기대만큼의 화제성이나 흥행 동력을 얻지 못하며, 극장 성적만으로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처럼 '미키 17'은 국내와 일부 해외 시장에서 초기 반응은 좋았으나, 북미 시장에서의 흥행 실패로 인해 극장 수익 구조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남게 됐다. 영화계는 향후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부가 수익과 장기적인 콘텐츠 가치로 일부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이름값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의 글로벌 인지도를 바탕으로, OTT 시장 내 롱테일 성과가 어떻게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 실시간 예매율 순위 - 4월 7일 오전 10시 52분 기준
1위 ‘승부’ (17.2%)
2위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 (14.5%)
3위 ‘아마추어’ (10.8%)
4위 ‘야당’ (10.1%)
5위 ‘로비’ (8.8%)
6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7.4%)
7위 ‘드라이브 인 다이페이’ (4.9%)
8위 ‘베러맨’ (2.6%)
9위 ‘미스터 로봇’ (2.1%)
10위 ‘공포특급’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