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짧아 이 때만 노리는 별미인데…해외에서는 존재도 잘 모른다는 '식재료'
2025-04-0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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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시작을 알리는 식재료
‘봄이면 생각나는 나물’ 중에서 유독 인기 있는 식재료가 있다.

가장 먼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식재료가 바로 ‘두릅’이다. 특유의 쌉쌀한 맛과 은은한 향으로 입맛을 돋우는 두릅은 매년 봄철마다 시장과 마트에 등장하며 제철을 알린다. 그러나 이 두릅이 해외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식재료라는 사실은 의외다.
두릅은 엄밀히 말하면 채소가 아니다. 나무에서 자라는 새순으로, 정확히는 ‘두릅나무의 어린 순’을 말한다. 밭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산이나 밭 주변에 자라는 두릅나무에서 순이 돋아날 때 이를 잘라 채취하는 방식이다. 재배보다는 채집에 가까운 방식으로 생산된다.
두릅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참두릅’이라 불리는 두릅나무에서 나오는 순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개두릅’ 혹은 ‘음나무순’으로 불리는 종류다. 참두릅은 가시가 적고 향이 부드러워 대중적으로 유통되며, 일반적으로 봄나물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은 이 참두릅이다. 반면 개두릅은 가시가 많고 향도 진해 일부 지역에서만 선호된다.
◈ 향을 살리는 간단한 조리법
조리법은 단순하지만 그 향과 맛은 깊다. 가장 많이 소비되는 방식은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두릅 숙회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고 접시에 담아내면 끝이다. 두릅전도 봄철 입맛을 돋우는 별미다.

데친 두릅에 밀가루와 달걀물을 입혀 지져내면 간단한 봄 제철 찬이 된다. 비빔밥 재료로도 손색이 없다. 두릅을 데쳐 얹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으면 향긋한 봄기운이 입 안 가득 퍼진다. 된장에 무쳐 먹는 레시피도 대중적이다. 된장에 다진 마늘과 들기름, 깨소금을 더해 무치면 구수하면서도 향긋한 밥반찬이 완성된다.
◈ 해외 식탁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
이처럼 한국에서는 봄을 대표하는 식재료로 여겨지지만, 두릅은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두릅을 영어로 설명할 때도 ‘tree shoot(나무 순)’ 또는 ‘aralia elata sprout’ 등으로 번역되지만, 현지 시장이나 레스토랑 메뉴에서 보기는 힘들다. 이는 식문화의 차이 때문이다. 두릅의 쌉쌀한 맛, 약간 퍽퍽한 질감, 강한 향은 서구권에서 익숙한 채소 기준과는 다르다. 더불어 데치거나 손질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도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에 쉽지 않은 요소다.

건강 측면에서 두릅은 봄철 보양식으로도 주목받는다. 사포닌과 비타민C, 칼슘,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혈액순환을 돕고 피로 회복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사포닌 성분은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유의 쓴맛은 입맛을 돋우는 데 그치지 않고 체내 노폐물 배출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다만 생으로 먹을 경우 쓴맛이 지나치게 강할 수 있어 반드시 데쳐 먹는 것이 좋다.
봄은 짧고, 두릅의 제철도 그리 길지 않다. 3월 말에서 5월 초 사이, 산이나 들,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두릅은 자연이 잠시 허락한 봄의 맛이다. 단순한 조리법으로도 깊은 맛을 낼 수 있고, 영양까지 고루 갖춘 두릅은 한국 식문화 안에서 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식재료 중 하나다. 해외에서는 좀처럼 맛볼 수 없는 특별한 향과 맛이기도 하다. 이 짧은 시기를 놓치지 않고 두릅 한 접시를 밥상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봄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