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가 무모한 지도자를 이긴 방식’ 기사 게재한 뉴욕타임스

2025-04-06 11:53

add remove print link

‘한국, 계엄 사태 겪으며 민주주의의 회복력 증명’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4일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시민들이 TV 생중계를 시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4일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시민들이 TV 생중계를 시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 뉴스1

한국 사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를 겪으며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증명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각) 분석했다.

서울발 기사 ‘한국 민주주의가 무모한 지도자를 이긴 방식’에서 NYT는 지난 4개월 동안 한국 민주주의가 취약성과 강인함을 동시에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민주주의의 약한 고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반면, 그 이후 시민과 제도의 대응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단단하게 뿌리내렸는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NYT는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민주주의 취약점이 드러났다고 했다. 오랫동안 아시아 민주화의 모범으로 꼽히던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은 외국 학자들에게 충격적이었다. 기사는 학자들의 말을 빌려 “한국에서 이런 일이 가능했다면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학자들은 계엄령은 한국 민주주의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고, 권력자의 일탈이 제도를 흔들 수 있다는 취약점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NYT는 계엄령 이후 4개월을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입증한 시간으로 봤다. 윤 전 대통령이 군을 동원해 국회를 장악하려 했을 때 시민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분노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맨몸으로 군대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국회는 계엄 해제를 위한 투표를 할 시간을 확보했고, 결국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며 사태를 마무리했다. NYT는 이 일련의 과정을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를 극복한 증거로 평가했다.

특히 NYT는 한국인에게 민주주의가 공짜로 얻어진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문과 투옥, 유혈 사태를 겪으며 수십 년간 싸워 쟁취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기사는 “한국인들이 민주주의를 삶에서 매우 소중히 여긴다”며 “독재 종식, 자유선거 실시, 권력 남용 지도자 축출 같은 정치적 전환점은 모두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뒤에 이뤄졌다”고 썼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에 맞선 저항도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셈이다.

NYT는 이번 사태를 외부에서 보면 198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민주적 제도의 승리로 보인다고 했다. 1980년대 한국을 취재했던 언론인 출신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의 쿠데타 시도에 대한 대응은 한국 민주주의가 성숙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사회의 즉각적이고 대규모 반발, 특히 1980년대 독재를 겪지 않은 젊은 세대의 열정에 주목했다. 젊은 세대가 독재의 귀환이란 위험을 처음 경험하며 거리로 나섰고, 그 힘이 사태를 뒤바꿨다고 스나이더 교수는 분석했다.

스나이더 교수는 또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결정에 보수 성향 재판관들도 동참한 점을 높이 샀다. 이는 사건의 명백함을 보여줄 뿐 아니라 한국이 이념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을 증명했다고 봤다. 계엄령이 단순한 정치적 실험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었기에,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 교수도 비슷한 시각을 내놨다. 그는 “한국인들은 계엄령과 최루탄으로 가족을 잃고 고통받았던 1980년대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며 “윤 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더든 교수는 계엄령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건드렸고 시민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면서 윤 전 대통령 결정은 시대착오적이었고, 실패는 필연적이었다고 분석했다.

NYT는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되짚으며 이번 사태가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강조했다. 1980년대 군사정권에 맞선 투쟁, 1987년 직선제 쟁취, 이후 여러 권력 남용 사례를 극복한 경험은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단단하게 했다. 매체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은 그 뿌리를 흔들려 했지만 시민과 제도가 이를 막아냈다고 했다.

4일 제주시 이도이동 제주시청 앞에 모인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를 지켜보다 파면이 선고되자 환호하고 있다. / 뉴스1
4일 제주시 이도이동 제주시청 앞에 모인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를 지켜보다 파면이 선고되자 환호하고 있다. / 뉴스1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