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 아니다...한국선 인기 없는데 미국서 코카콜라 이어 2위인 탄산음료

2025-04-0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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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페퍼에마저 뒤진 펩시콜라 '초비상'

코카콜라 / 픽사베이
코카콜라 / 픽사베이
한때 코카콜라를 제치고 미국 탄산음료 시장의 정상을 노렸던 펩시가 이제는 닥터 페퍼에게도 밀려 3위로 추락했다는 소식이 3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렸다. 오랫동안 코카콜라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콜라 전쟁’의 한 축을 담당했던 펩시는 이제 2위 자리마저 닥터 페퍼에게 내줬고, 이로 인해 음료 사업을 되살리기 위한 대대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펩시콜라 / 펩시콜라 인스타그램
펩시콜라 / 펩시콜라 인스타그램

WSJ 보도에 따르면, 펩시콜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닥터 페퍼에 뒤져 3위로 떨어졌다. 음료 업계 데이터 분석 전문지 베버리지 다이제스트(Beverage Digest)의 자료를 보면,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는 판매량 기준 19.2%로 여전히 1위를 지켰고, 닥터 페퍼와 펩시콜라는 각각 8.3%를 기록했다. 하지만 소수점 이하를 보면 닥터 페퍼가 8.34%, 펩시가 8.31%로 근소한 차이로 닥터 페퍼가 앞섰다. 이는 펩시가 약 40년간 유지해온 2위 자리를 잃은 역사적인 순간이다. 뒤이어 코카콜라 소유의 스프라이트가 8.1%, 다이어트 코크가 7.8%로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펩시의 몰락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 아니다. 2010년 이후 펩시의 탄산음료 판매량은 32%나 줄었다. 같은 기간 코카콜라의 판매량 감소율(14%)보다 훨씬 큰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전통적인 파란 캔 펩시콜라의 판매 부진이 두드러졌다. 반면 닥터 페퍼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늘리며 2000년대 초반 5.5% 수준에서 현재 8.3%까지 성장했다. 닥터 페퍼는 독특한 23가지 맛의 조합과 오묘한 느낌의 대안 음료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며 젊은층, 특히 Z세대에서 인기를 끌었다.

펩시는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공격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WSJ는 펩시가 대표 브랜드인 펩시콜라의 판매를 되살리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펩시의 북미 음료 사업 책임자인 라마 크리슈난은 매일 오전 5시부터 판매 팀과 회의를 하고, 오전 7시엔 매니저들과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있다. 또한 월마트, 달러 제너럴, 세븐일레븐 같은 대형 유통업체 매장을 직접 돌며 점검에 나서고 있다.

그의 팀은 제품 배치, 진열 상태, 계산대 근처 쿨러에 펩시가 눈에 띄게 놓였는지 등을 평가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크리슈난은 "어쩌면 우리가 초점을 잃었을지도 모른다"고 인정하며 이제 그 초점을 되찾으려 한다고 밝혔다.

펩시는 1980년대 유명했던 ‘펩시 챌린지’를 올해 다시 부활했다. 또한 펩시 제로 슈거와 코카콜라 제로 슈거를 비교하며 소비자들에게 맛 대결을 제안했다. 새 캠페인에선 펩시가 음식과 더 잘 어울린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체 연구를 통해 맛과 탄산감이 음식과 조화를 이룬다고 주장했다. 슬로건은 "모든 버거엔 펩시가 어울린다"로 정했다. 또 소셜미디어 광고 예산을 늘리고, ‘언더커버 에이전트’ 캠페인을 통해 패스트푸드점에서 몰래 펩시를 제공하는 마케팅도 시작했다. 이런 노력 덕에 올해 파란 캔 펩시 판매는 5.8% 늘었다. 펩시 제로 슈거와 와일드 체리 펩시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펩시 앞엔 여전히 험난한 길이 놓여 있다. 오랜 세월 펩시를 유통해온 독립 유통업체들은 브랜드 상황이 이보다 나빴던 적이 없다고 토로한다. 일부는 펩시 대신 C4 에너지 같은 경쟁 음료를 유통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펩시가 과거 건강 제품과 스낵에 너무 치중하며 음료 본업을 소홀히 한 게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인드라 누이 전 CEO 시절 펩시는 사브라 후머스나 네이키드 주스 같은 건강 제품과 록스타 에너지 드링크, 포피 같은 프리바이오틱 음료(19억5000만 달러에 인수)에 마케팅을 쏟았다. 게토레이와 마운틴듀 같은 주력 음료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제 펩시는 스낵과 음료를 통합된 유통 팀으로 관리하며, 같은 매장에 레이즈와 펩시를 따로 배송하는 비효율을 줄이려 한다.

닥터 페퍼의 성공 요인은 다양하다. 1885년 텍사스 와코에서 시작된 이 음료는 코카콜라와 펩시보다 먼저 나왔고, 남부 지역에서 충성도 높은 팬층을 키웠다. 1970년대부터 독특한 맛을 전국적으로 알리며 세를 넓혔다. 최근엔 딸기 앤 크림, 크리미 코코넛 같은 새로운 맛을 출시하며 틱톡의 ‘더티 소다’ 트렌드(소다에 우유나 크림을 섞는 방식)를 활용했다. 닥터 페퍼는 코카콜라나 펩시와 달리 레스토랑 체인과 독점 계약에 얽매이지 않고 양쪽 모두와 제휴하며 유통망을 넓혔다.

펩시의 어려움은 미국인의 음료 소비 트렌드 변화와도 맞물린다. 탄산음료 소비가 줄고 에너지 드링크, 콤부차, 건강 음료로 수요가 옮겨갔다. 건강 전문가들이 설탕 음료를 ‘독’이라 부르며 압박을 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게토레이마저 스포츠 음료 시장에서 경쟁에 밀리며 펩시의 고민을 키웠다. 펩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닥터페퍼 / 닥터페퍼 인스타그램
닥터페퍼 / 닥터페퍼 인스타그램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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