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윤 전 대통령 파면하기까지 111일이나 걸린 이유 6가지

2025-04-0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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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땐 63일, 朴 땐 92일 걸렸는데 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탄핵심판 선고를 하고 있다. / 뉴스1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탄핵심판 선고를 하고 있다. / 뉴스1

헌법재판소가 4일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111일 만에 나온 결과다.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중 심리 기간이 가장 길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땐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 땐 92일 걸렸다.

심리가 길어진 이유 중 하나로 헌재가 방대한 증거와 증인 진술을 꼼꼼히 검토한 점이 꼽힌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11차례 변론이 열렸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 증인 16명이 출석해 신문받았다. 이 과정에서 헌재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자료를 면밀히 살피느라 시간을 썼다.

윤 전 대통령 형사재판도 심판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1월 19일 구속됐고, 지난달 7일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됐다. 이 기간 헌재는 형사재판과 탄핵심판의 경계를 조율하느라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구속과 석방 과정을 지켜보며 헌재는 결정에 앞서 법적 쟁점을 추가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내부의 평의 과정도 심리가 길어진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변론 종결 후 재판관들은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평의에 들어갔다. 선고 전까지 38일간 평의가 이어졌는데, 이는 노 전 대통령 때의 14일, 박 전 대통령 때의 11일과 비교해 훨씬 길다. 재판관 8명이 모두 참여한 평의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결정문 문장을 다듬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줄이려는 헌재의 신중한 태도도 심리 기간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부지법 폭동 사태(1월 19일)가 벌어진 뒤 사회적 혼란을 고려해 속도를 늦췄을 수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찬반 시위가 계속됐고, 지난달 31일에도 헌재 앞에서 양측 집회가 열렸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는 극단적 대립을 완화하기 위해 변론 종결 후 선고를 3월에서 4월로 넘겼고, 선고 기일은 지난 1일에야 공지했다. 이는 헌재가 사회적 파장을 감안해 마지막까지 고심했음을 보여준다.

다른 사건과의 병행 처리 역시 일정 지연의 이유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최우선으로 삼았지만, 2월 27일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위헌 결정, 지난달 13일 검사 3인 탄핵심판 기각, 지난달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기각 등 다른 주요 사건을 먼저 처리했다. 이런 일정 조율로 윤 전 대통령 사건이 뒤로 밀렸고, 지난달 말까지도 선고 기일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사건에 집중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다.

심리가 길어진 데는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을 깊이 고민한 점도 작용했을 수 있다. 4일 선고에서 헌재는 "비상사태가 아님에도 불법 계엄을 선포했고, 국회의 계엄 해제 시도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런 판단을 내리기까지 헌재는 헌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따졌다. 과거 대통령 탄핵심판보다 쟁점이 복잡했고, 군 투입과 내란 혐의 같은 중대한 사안을 다루다 보니 신속함보다 정확성을 택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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