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면 기름 나오는데… 신기하게 '봄나물'로도 인기 만점인 작물
2025-04-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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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습기를 잘 견뎌 이른 봄에 싹을 틔우는 '식물'
유채나물은 유채라는 식물의 어린 잎과 줄기를 뜻한다. 유채는 배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로, 꽃이 피기 전 어린 순을 따서 나물로 먹는다. 키는 80~100cm쯤 자라며, 잎은 두툼하고 살짝 거칠다. 봄이면 노란 꽃이 피는데, 이 꽃은 제주도나 남부지방에서 흔히 보인다. 유채는 씨앗에서 기름을 짜내 '채종유'나 '카놀라유'의 원료로도 쓰인다. 하지만 유채나물은 꽃이나 씨앗이 아닌, 그 이전 단계의 부드러운 잎과 줄기를 즐기는 음식이다.

이 식물은 주로 제주도와 전남, 경남 같은 남부지방에서 많이 자란다. 중국이 원산지이나, 한국에선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특히 제주도에선 유채꽃밭이 관광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유채는 추위와 습기를 잘 견디는 식물로, 겨울을 지나 이른 봄에 싹을 틔운다. 농약 없이도 잘 자라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에서도 재배되고, 유럽이나 뉴질랜드에서도 기름 작물로 키운다.
유채꽃은 제주도에서 봄의 상징으로 사랑받지만, 과거엔 식용으로 더 귀하게 여겨졌다. 1970년대 캐나다에서 에루크산을 줄인 카놀라 품종이 개발되면서 유채는 세계적인 기름 작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선 유채나물을 ‘하루나’나 ‘겨울초’라고도 부르며, 지역마다 이름이 달라 지역색을 느낄 수 있다. 제주도에선 유채꽃 축제가 열릴 때 나물을 함께 맛보는 행사도 열린다.
중국에선 유채를 오랜 기간 약재로 썼고, 한국에선 고려시대부터 먹거리로 활용된 흔적이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유채는 ‘운대’라 불리며 피부질환, 종기, 어혈을 푸는 데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엔 배추나 무가 귀할 때, 유채 잎으로 겉절이나 물김치를 담갔다.

유채나물의 제철은 3~4월이다. 꽃이 피기 전, 연하고 부드러울 때가 가장 맛있다. 이 시기에 수확한 유채나물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봄철 건강을 챙기기 좋다. 꽃이 피고 나면 줄기가 억세지고 맛이 떨어지니, 제철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유채나물엔 비타민 A와 C가 다른 채소보다 많이 함유돼 있다. 특히 비타민 A는 배추의 12배 수준이다. 이 성분은 눈 피로를 풀어주고, 춘곤증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섬유소도 오이의 1.5배 들어 있어 변비를 해소하고 장 건강을 돕는다.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엽산이 대장암 발병률을 30%까지 낮춘다고 발표했는데, 유채나물은 이 엽산의 공급원으로 손꼽힌다. 베타카로틴도 많아 면역력을 높여주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손발 냉증이나 염증 완화에도 좋다.
그럼 맛은 어떨까. 유채나물은 달콤하면서도 살짝 쌉싸름한 풍미가 특징이다.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퍼지고, 향이 입안에 남는다. 데치면 부드러우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어 나물로 먹기에 알맞다. 이 맛 덕분에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잘 어울린다. 제주도 사람들은 "유채나물은 씹을수록 봄이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다.
흔하게 먹는 유채나물 무침은 어떻게 만들까. 먼저 유채나물 200g을 깨끗이 씻은 뒤, 끓는 물에 소금 1작은술을 넣고 15초간 데친다. 바로 찬물에 헹궈 숨이 죽는 걸 막고, 물기를 꽉 짠다. 여기에 참기름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소금 0.5작은술, 통깨 1작은술을 넣고 조물조물 무치면 된다. 된장 1큰술이나 고추장 1큰술을 더해도 감칠맛이 살아난다.
겉절이를 만들 땐 유채나물 100g에 양파 1/4개, 당근 1/3개를 채 썰어 고춧가루 3큰술, 멸치액젓 2큰술, 올리고당 2큰술, 간마늘 1큰술, 식초 1큰술, 참기름 1큰술을 넣고 버무린다. 국을 끓일 땐 유채나물 60g을 데친 뒤, 된장 1큰술과 물 500ml에 넣고 5분간 끓이면 된다.
유채는 성질이 차가운 식물이므로, 몸이 찬 사람은 적게 먹는 게 좋다. 또한 과식하면 배탈이 날 수 있어 양을 조절해 먹는 게 바람직하다. 직접 채취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도로변이나 공단 근처에서 자란 유채나물은 중금속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뿌리째 뽑지 말고, 잎과 줄기만 조심스럽게 꺾어야 나중에 다시 자랄 수 있다. 너무 어린 순은 맛이 약하고, 꽃이 핀 건 질기니 피하는 게 낫다.
유채나물은 봄을 알리는 식재료이자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자연의 산물이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이 나물을 밥상에 올리면, 봄날의 따뜻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