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등이 ‘명문’이라며 극찬...파면 결정문 작성한 ‘재판관’, 문형배 아니었다
2025-04-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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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전원 일치가 만든 대통령 탄핵, 초유의 순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파면 결정을 이끈 결정문 초안은 헌법재판관 정형식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이번 사건의 주심 재판관으로서 결정문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일하게 윤 전 대통령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상징성과 주목도가 동시에 집중됐다.

최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재판관은 사건 초기 무작위 전자 배당을 통해 주심을 맡게 됐다. 주심 재판관은 사건을 총괄하고 쟁점을 정리하며, 결정문의 구조와 주요 판단을 사실상 주도하게 된다. 정형식 재판관은 대전고등법원장,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장 등 요직을 거친 고위 법관 출신으로, 평소 법리 판단에 신중하고 세밀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이번 심판 과정에서도 그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주요 쟁점을 부각시켰고, 이는 헌법재판소 내부의 논의와 결론 도출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 재판관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에서 보수 진영의 기대를 모았던 조한창, 김복형 재판관 역시 모두 파면 의견을 냈다. 이들 모두 과거 탄핵 심판 등에서 보수적 의견을 낸 이력이 있었기에 이번 만장일치 결정은 그 자체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당초 보수 진영에서는 최소 2~3명의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지만, 예상을 깨고 전원일치로 파면이 결정됐다.
헌재의 전원 일치 판단은 단순한 법적 결론을 넘어 정치적·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계엄령 선포 이후 극심하게 분열된 진영 간 갈등과 정치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결과에 대한 불복 시도를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도 함께 읽힌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이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국회에 군경을 투입하려 한 시도, 위헌적 포고령 발표, 선관위에 대한 강제수사 시도 등이 모두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이 같은 행위가 단순한 절차적 하자나 정치적 논란의 수준이 아니라 대통령직 자체를 박탈할 만큼 중대한 헌법 위반임을 인정했다. 결론에는 8명의 재판관 모두가 동의했으며, 별도의 반대의견은 제출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탄핵제도 및 심판절차에 대한 제언을 덧붙였다. 정형식 재판관은 “탄핵소추안의 발의 횟수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전문법칙의 완화 필요성을, 반대로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보다 엄격한 적용 필요성을 언급했다. 보충의견은 결론에 동의하되 논리나 법리적 해석을 보완하고자 할 때 제시되는 의견이다.
이번 결정문은 그 문장력과 설득력 측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법학교수회는 공식 성명을 통해 “장기간의 숙고를 거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유연한 논리로 결정문이 작성됐다”며 “권력의 원천인 국민을 존중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유시민 작가 또한 “이번 발표문은 보통 사람의 언어로 쓰여 있었다”며 “헌재의 진일보한 면모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SNS를 통해 “법률 문서에서 ‘저항’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긍정적인 문장으로 만나다니”라고 적었으며, 헌재 결정문의 문장을 직접 인용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도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마디 마디 조목 조목 짚었다”며 헌재 재판관들의 고심과 논리력에 경의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