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선호도 고작 1%인데... 의사들이 돼지·소 대신 권하는 고기

2025-04-1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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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식 탕으로 요리하면 끝내준다는 식재료

전라도식 오리탕 / 모비딕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전라도식 오리탕 / 모비딕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따끈한 오리탕 한 그릇이나 바삭하게 구운 오리로스가 생각날 때가 있다. 오리고기는 독특한 풍미와 쫄깃한 식감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고급 식재료지만 한국에선 돼지고기나 소고기와 견줘 상대적으로 큰 인기를 끌진 못한다. 식재료로서의 오리고기에 대해 알아봤다.

훈제오리 / 픽사베이
훈제오리 / 픽사베이

오리는 오리과에 속하는 조류다. 전 세계적으로 146종이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번식하는 오리는 흰뺨검둥오리와 원앙 두 종뿐인데, 흰뺨검둥오리는 전국 하천, 호수, 논 등 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다. 집오리는 야생 청둥오리를 가금화한 것이다. 이집트에선 기원전 2000년경부터 기른 기록이 있다. 한국에선 신라와 고려 시대부터 오리를 기른 흔적이 있다. 고려 시대엔 ‘고려 싸움오리’라는 이야기도 전해질 정도로 오리 사육이 일상적이었다. 일본에 3세기경 오리가 전해졌다는 기록을 보면, 한국에선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오리를 길렀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고기와 견줘 한국에서 오리고기는 많이 먹는 고기는 아니다. 2023년 오리 생산액은 1조 7234억 원이다. 많이 먹는 듯하지만 1인당 오리고기 연간 소비량은 1인당 연간 3.65kg에 불과하다. 돼지고기(30.0㎏), 닭고기(15.2kg)나 소고기(14.9kg)에 비해 훨씬 소비량이 적다.

오리고기 소비는 가금류 중 닭고기에 이어 2위지만 전체 육류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많지 않다.

2024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는 돼지고기다. 선호도가 63.2%에 이른다. 반면 오리고기는 선호도가 고작 1.0%에 그친다. 그래도 오리고기는 보양식으로 또 특별한 날에 찾는 고기로 꾸준히 사랑을 받는다.

한국에서 오리고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된다. 우선 오리로스. 얇게 썬 오리고기를 구워 반찬이나 소스와 함께 먹는 요리다. 오리백숙. 수삼, 대추, 마늘 등을 넣고 푹 고아 국물까지 깊은 맛을 내는 보양식이다. 훈제오리도 있다. 오리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훈제오리가 차지하고 있다. 데우기만 하면 소스에 찍어 먹거나 채소에 싸서 먹을 수 있어 간편하다. 고춧가루와 고추장으로 버무려 볶아내는 고추장 불고기도 맛있는 요리다.

오리 고추장 불고기 / 픽사베이
오리 고추장 불고기 / 픽사베이

오리탕도 별미다. 특히 전라도식 오리탕이 유명하다. 전라도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 중 하나인 오리탕은 특유의 깊고 진한 국물 맛으로 사랑받는 보양식이다. 특히 쌀쌀한 날씨에 뜨끈한 오리탕 한 그릇은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먼저 신선한 오리 한 마리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리는 깨끗하게 손질하여 큼직하게 토막 내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불순물을 제거한다. 냄비에 데친 오리고기를 넣고 물을 넉넉히 부어 센 불에서 끓이기 시작한다. 끓어오르면 떠오르는 거품을 걷어내고 중불로 줄여 오랫동안 푹 삶아준다. 오리 육수는 오리탕의 깊은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우려내는 것이 핵심이다.

오리 육수가 충분히 우러나는 동안 오리탕에 들어갈 채소를 준비한다. 전라도식 오리탕에는 미나리가 듬뿍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미나리는 깨끗하게 씻어 5~6cm 길이로 썰어 준비한다. 그 외에도 취향에 따라 대파, 깻잎, 부추 등을 추가해도 좋다. 특히 깻잎은 오리 특유의 잡내를 잡아주고 향긋한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오리 육수가 충분히 우러나면 삶아진 오리고기를 건져내 먹기 좋은 크기로 찢거나 썰어 다시 냄비에 넣는다. 이때 육수의 양이 너무 줄었다면 물을 조금 더 보충해준다. 이제 오리탕의 맛을 결정짓는 양념을 할 차례이다. 고춧가루, 다진 마늘, 다진 생강, 된장, 들깨가루, 후추 등을 넣어 간을 맞춘다. 특히 들깨가루는 전라도식 오리탕의 걸쭉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중요한 재료이므로 넉넉하게 넣어주는 것이 좋다. 양념의 양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조절하되 처음에는 조금씩 넣어가며 맛을 보는 것이 좋다. 들깨가루 대신 들깨를 믹서기에 갈아서 사용하면 더욱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양념이 잘 풀어진 오리탕이 다시 끓기 시작하면 준비해둔 미나리를 듬뿍 넣고 살짝만 더 끓여준다. 미나리는 너무 오래 끓이면 숨이 죽고 질겨지므로 마지막에 넣어 신선한 향과 아삭한 식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대파, 깻잎, 부추 등을 넣을 경우에도 미나리를 넣는 시점에 함께 넣어 살짝만 끓여준다.

마지막으로 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부족한 간은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맞춘다. 완성된 오리탕은 뜨거운 상태로 뚝배기에 담아내면 더욱 먹음직스럽다. 푹 삶아 부드러운 오리고기와 향긋한 미나리, 그리고 깊고 진한 국물은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줄 것이다. 밥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고 술안주로도 훌륭하다.

전남 화순시엔 오리날개를 치킨처럼 튀겨 술안주로 내놓는 오리날개튀김이 유명하다. 유황오리라는 독특한 요리도 있다. 오리에게 유황을 조금씩 먹여 기름을 빼낸 뒤 조리하는데, 기름기가 적어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외국에선 요리법이 더 다채롭다. 프랑스에선 오리 콩피가 대표적이다. 오리를 기름에 재워 낮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익혀 만든다. 부드럽고 진한 풍미를 자랑한다. 오리 스테이크(마그레 드 카나르)도 인기 있다. 가슴살을 바삭하게 구워 발사믹 소스나 꿀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오리 스테이크 / 픽사베이
오리 스테이크 / 픽사베이

중국에선 북경오리구이(베이징 덕)가 대표적이다. 오리를 꼬챙이에 매달아 황금빛이 날 때까지 구운 뒤 얇게 썰어 밀가루 피에 파와 양념장을 얹어 싸 먹는다. 미식가들은 살코기보다 지방이 붙은 껍질을 더 선호하는데,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북경오리구이 외에도 오리 소시지나 오리 떡갈비 같은 가공식품도 있다.

오리고기 맛은 닭고기와 확연히 다르다. 부드럽고 쫄깃한 살코기에 지방층이 더해져 고소하면서도 누린내가 거의 없다. 껍질은 바삭하고, 살코기는 돼지고기와 비슷해 처음 먹는 사람은 돼지고기로 착각할 정도다. 오리 특유의 향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양념이나 채소로 쉽게 잡을 수 있다.

영양 면에서도 오리고기는 매력적이다. 오리고기의 지방은 70% 이상이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뤄져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심혈관 건강에 유익하다. 포화지방산이 많은 돼지고기나 소고기에 비해 건강에 덜 해롭다. 의사들이 소고기나 돼지고기 대신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는 오리고기와 흑염소 고기를 추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다만 오리고기에도 포화지방이 포함돼 있으니 과식은 피해야 한다.

단백질 함량은 100g당 약 18g으로, 닭고기(20g)와 비슷하고 돼지고기(17g)보다 약간 높다. 칼로리는 100g당 약 200kcal다. 닭고기(165kcal)보다 높지만 소고기(250kcal)보단 낮다. 오리고기가 알칼리성이라는 속설이 있지만 과학적으론 근거가 부족하다. 대신 파, 부추 같은 채소와 함께 먹으면 지방의 느끼함을 잡고 영양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껍질이 맛있긴 하지만 지방 함량이 높다. 껍질을 제거하거나 기름을 빼고 조리하는 게 좋다. 누린내를 줄이려면 조리 전 소주, 맛술, 마늘, 생강으로 밑간을 하거나 반나절 이상 숙성시키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전라도 오리탕에 대해 소개하는 모비딕 유튜브 채널의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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