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선 엄청나게 팔리는데... 한국에선 존재감이 제로인 음료

2025-04-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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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와 사이다에 가려 영 힘을 못 쓰는 이 음료

진저에일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진저에일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톡 쏘는 청량감에 생강의 매콤한 향이 얽히며 혀끝을 자극하는 진저에일. 진저에일은 해외에선 콜라와 사이다처럼 사랑받는 음료다. 영국 펍부터 미국 가정의 식탁까지 진저에일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매혹적인 음료가 왜 한국에선 별다른 인기가 없는 것일까.

진저에일은 생강을 주성분으로 한 탄산음료다. 기본적으로 물, 설탕, 탄산, 생강 추출물로 만든다. 브랜드에 따라 레몬이나 라임 같은 감귤류 향을 더하기도 하고, 꿀이나 시나몬 같은 부재료로 풍미를 살리기도 한다. 전통적인 제법은 생강을 갈아 설탕물에 끓인 뒤 발효해 탄산을 자연스럽게 내는 방식이었지만, 요즘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며 인공 탄산을 주입한다. 색깔은 맑은 황금빛부터 어두운 갈색까지 다양하고, 생강 함량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캐나다 드라이 같은 브랜드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피버트리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생강의 톡 쏘는 매운맛을 강조한다. 알코올은 안 들어가 있지만 칵테일 베이스로 쓰이면서 모스코 뮬이나 다크 앤 스토미 같은 술의 단짝으로도 유명하다.

해외에서 진저에일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영국에선 18세기부터 생강 맥주의 후손으로 발전하며 대중 음료로 뿌리내렸다. 19세기엔 소화 불량 치료제로 약국에서 팔렸고, 금주법 시기 미국에선 무알코올 대체 음료로 각광받았다. 오늘날 미국에선 슈웹스, 캐나다 드라이 같은 브랜드가 콜라나 사이다만큼 흔히 보인다. 2022년 미국 음료 시장 조사에 따르면, 진저에일은 탄산음료 카테고리에서 상위 5위 안에 드는 인기를 누린다. 캐나다에선 ‘캐나다 드라이’라는 이름이 자국 브랜드로 사랑받으며, 특히 추운 겨울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경우도 많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선 여름철 더위를 식히는 음료로, 아이스크림을 띄운 ‘진저에일 플로트’가 별미다. 유럽에선 프리미엄 브랜드가 생강의 강렬한 맛을 내세워 고급 칵테일 바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아시아권 일본에서도 진저에일은 편의점과 카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됐다.

2023년 기준 국내 탄산음료 시장규모(판매액 기준)는 2조7910억원이다. 코카콜라가 전체 시장의 34.8%를 차지하고 그 뒤를 칠성사이다(15.4%)나 펩시(13.7%), 밀키스(5.7%) 같은 제품이 이었다. 국내 토닉워터 시장의 규모는 약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위스키가 떠서 이 정도다. 진저에일 시장 규모는 이보다는 작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할 수 있다. 진저에일이 칵테일 믹서는 물론 단독으로 음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출액이 높다곤 볼 수 없다.

한국에선 왜 진저에일이 콜라나 사이다처럼 사랑받지 못하는 것일까. 이유는 몇 가지로 좁혀진다. 먼저 한국인의 입맛과 생강의 관계를 봐야 한다. 생강은 한국 요리에 자주 쓰이지만, 주로 김치, 육수, 양념장처럼 조연 역할로 등장한다. 생강 특유의 매운맛과 향이 음료로 독립적으로 나설 때 낯설게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다. 진저에일의 톡 쏘는 생강 맛은 한국인들의 대중적 취향과 거리가 있다. 콜라와 사이다라는 압도적인 제품 앞에서 진저에일은 영 맥을 못 춘다.

마케팅과 유통의 문제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해외에서 진저에일은 슈웹스, 캐나다 드라이 같은 브랜드가 100년 넘게 시장을 키워왔다. 반면 한국에선 진저에일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건 2000년대 이후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도 진저에일은 콜라, 사이다와 견줘 존재감이 매우 약하다. 콜라와 사이다라는 양강 속에서 진저에일은 겨우 틈새시장을 노리는 존재다.

한국의 음료 소비문화가 진저에일의 매력을 살리기 어렵다는 점도 요인일 수 있다. 해외에선 진저에일이 식사와 함께하거나 칵테일로 즐기는 다용도 음료로 자리 잡았다. 미국 식당에선 버거와 함께, 영국 펍에선 맥주 대용으로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한국에선 식사 중 음료가 주로 물, 국, 차로 한정되고, 탄산음료는 간식이나 단독으로 마시는 경향이 강하다. 게다가 생강차처럼 따뜻한 생강 음료가 이미 익숙한 한국에서 차가운 생강 탄산음료는 어색하게 다가올 수 있다. 일본처럼 진저에일이 카페 메뉴로 보편화된 사례도 한국에선 드물다.

진저에일의 매력은 분명하다. 생강의 알싸한 맛은 소화를 돕고, 탄산의 청량감은 더위를 날린다. 영국에선 ‘스톤스 진저 와인’처럼 알코올을 섞은 변형이 인기 있고, 미국에선 ‘리드 진저 브루’ 같은 수제 브랜드가 생강의 깊은 풍미를 강조한다. 한국에서 진저에일의 잠재력을 눈여겨볼 수는 없는 것일까. 예컨대 매운 떡볶이나 튀김과 페어링하면 생강이 매운맛과 기름진 맛을 잡아줘 의외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진저에일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진저에일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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