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슘이 멸치의 '9배'… 봄철에만 잠깐 맛볼 수 있다는 별미 해산물
2025-04-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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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하얗게 변해 백어라는 별칭을 가진 '물고기'
봄철 서해안에서 잠깐 잡히는 물고기가 있다. 흰베도라치의 어린 치어인 실치는 뚜렷한 까만 눈동자와 투명한 몸을 지녀 ‘백어’라고도 불린다. 실치에 대해 알아보자.

실치는 흰베도라치의 어린 치어를 뜻한다. 흰베도라치는 멸치과가 아닌 도다리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성체가 되면 10cm 정도까지 자란다. 실치로 불릴 때는 보통 2~5cm 정도로 작고 투명한 상태다. 살아 있을 때는 몸이 맑아 까만 눈동자만 또렷이 보이고, 죽으면 하얗게 변해 백어(白魚)라는 별칭도 있다.
주로 바다와 하천이 만나는 기수 지역에서 살다가 산란기인 2~5월에 내만이나 하천, 호수로 올라간다. 한국에서는 서해안, 특히 충남 당진 장고항 같은 곳에서 많이 잡히고, 일본 아리아케해와 미카타 호수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실치와 뱅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물고기다. 뱅어는 연어목 뱅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한국, 일본, 러시아의 민물에 분포한다. 다 자라면 10cm 내외다. 뱅어는 남획과 환경 파괴로 인해 어획량이 크게 줄었고, 실치가 그 자리를 대신해 뱅어포로 쓰이고 있다.

멸치와도 차이가 있다. 멸치는 멸치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몸길이가 10~15cm까지 자란다. 등은 청색, 배는 은백색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멸치는 연안 회유어로, 한국 전 연안에서 잡힌다. 실치는 멸치보다 훨씬 작고 투명하며, 비늘이 없어 부드럽다. 멸치는 산란기인 5~9월에 주로 알을 낳지만, 실치는 2~5월이 제철이다.
실치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생으로 먹으면 은은한 단맛이 나고, 말리면 고소함이 더해진다. 뱅어포로 구우면 바삭하면서 짭짤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전라도에서는 삶아서 말린 뒤 튀기거나 볶아 먹었고, 일본에서는 회로 먹거나 알을 국수처럼 즐겼다.
실치는 급한 성격 탓에 잡히면 금세 죽는다. 마검포항, 장고항 등에서는 갓 잡은 실치를 초고추장에 비벼 먹기도 한다. 실치는 영양가 높은 생선으로도 유명하다. 100g당 칼슘은 900mg으로, 멸치의 100mg을 훌쩍 넘는다.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돕고, 오메가3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뱅어포는 간단히 양념해 구우면 매콤 고소한 반찬이 되고, 전으로 지지면 간식이나 안주로 좋다.
실치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맛과 건강을 책임져왔다. 환경 변화로 점점 귀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봄이면 얕은 바다에서 실치잡이 배가 분주히 움직인다. 실치 한 줌이면 밥상이 풍성해지고, 뼈째 먹는 그 고소함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