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알레르기 심한데… 벚꽃 보러 가도 될까?

2025-04-0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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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꽃놀이, 괜찮을까? 벚꽃 시즌 알레르기 걱정이라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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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주말을 맞아 연인과 벚꽃 명소인 여의도를 찾았다가 결국 진통제와 항히스타민제를 챙겨 먹어야 했다. 환절기 감기인 줄 알았던 콧물과 재채기, 목 간지러움이 알고 보니 꽃가루 알레지 증상이었던 것. 그녀는 “벚꽃은 그냥 보기만 하는 거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며 “예전에는 없던 증상이 나타나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봄철 야외활동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특히 벚꽃 시즌을 전후해 꽃놀이 인파가 몰리는 시기에는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난다.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사람은 물론, 과거에 증상이 없던 사람에게도 갑자기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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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꽃가루 알레르기라 하면 색이 선명하고 향기가 진한 꽃들에서 나올 것 같지만, 실제 원인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벚꽃처럼 관상용으로 키우는 꽃은 꽃가루가 무겁고 크기 때문에 바람에 쉽게 날리지 않아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경우는 드물다. 문제는 도로변, 공원, 산책로에 자생하는 수목류에서 나온다. 대표적으로 자작나무, 오리나무, 참나무, 느릅나무, 플라타너스, 밤나무 등이 있다. 이 나무들은 바람을 통해 꽃가루를 퍼뜨리며, 공기 중에 부유하는 시간이 길어 호흡기와 눈, 피부에 강한 자극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3~5월 사이 봄꽃과 나무들의 개화 시기가 겹치면서 꽃가루 농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특히 4월 초중순은 자작나무 꽃가루가 가장 활발히 퍼지는 시기다.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 시기 수도권과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자작나무 꽃가루 농도가 ‘매우 높음’ 수준에 도달하는 날이 많다. 알레르기 환자 입장에서는 벚꽃이 아니라 벚꽃 명소 주변의 자작나무나 참나무가 더 위협적인 존재인 셈이다.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은 일반적인 감기와 비슷해 방치하기 쉽다. 그러나 반복되면 만성 비염이나 천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주요 증상으로는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눈 간지러움, 눈물, 목 이물감, 기침 등이 있으며,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나 두통, 발열로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알레르기성 천식이 있는 사람은 꽃가루 노출이 천식 발작을 유발할 수 있어 야외활동 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예방과 대응은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꽃가루 농도가 높은 날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가장 좋다. 불가피하게 외출할 경우에는 마스크와 안경, 모자 등을 착용해 꽃가루와의 직접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외출 후에는 옷을 털고, 손과 얼굴을 깨끗이 씻는 것도 중요하다. 집 안으로 꽃가루가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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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나 코 스프레이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으며, 증상이 심하거나 만성적인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알레르기 원인을 진단받고 면역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자신이 어떤 식물의 꽃가루에 민감한지 미리 파악하면 야외활동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벚꽃놀이를 포기해야 할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벚꽃 자체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꽃가루 예보를 잘 확인하고 대비하면 벚꽃놀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꽃가루 농도가 낮은 이른 아침이나 비 온 다음날, 또는 실내에서 벚꽃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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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낭만과 불청객 꽃가루는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다. 특히 올해처럼 벚꽃 개화 시기와 자작나무 꽃가루 확산 시기가 겹칠 때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벚꽃은 그냥 보기만 해도 충분히 아름답다. 단, 그것을 편안히 즐기기 위해선 알레르기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먼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home 노정영 기자 njy222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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