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괴물 취급 생태교란종인데... 미국선 없어서 못 먹는 식재료
2025-04-0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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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보다 훨씬 맛있다는 말 듣는 이색 식재료

늪지대에 숨어 있다가 긴 목을 순간적으로 뻗어 먹잇감을 낚아채는 거북이 늑대거북은 그 이름만으로도 위협적인 존재감을 뿜어낸다. 강력한 턱과 날카로운 발톱, 톱니 모양의 꼬리를 가진 이 파충류는 평범한 거북이 이미지를 완전히 깨부순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 남부를 주 서식지로 삼고 있는 늑대거북은 단순한 민물거북이 아니라 생태계를 뒤흔드는 포식자이자 최근 한국에서도 골칫거리로 떠오른 생태계 교란종이다. 늑대거북에 대해 알아봤다.
늑대거북은 늑대거북과에 속하는 거북의 일종이다. ‘늑대처럼 긴 꼬리’나 ‘늑대처럼 사나운 성격’에서 이름이 유래됐다고 추정된다. 이 녀석의 외형은 딱 봐도 범상치 않다. 등갑 길이는 25~47cm, 꼬리와 목, 머리까지 합치면 70~90cm에 달하고, 몸무게는 6~10kg 정도 나간다. 악어 꼬리처럼 톱니 모양의 용골이 돋아난 긴 꼬리와 굵고 긴 다리, 날카로운 발톱이 특징이다. 어렸을 땐 등갑에 세 개의 용골이 튀어나오지만, 성장하면서 점차 평평해진다. 수명은 거북답게 50~60년으로 길다. 꾸준히 먹이를 주면 6~7년이면 성적으로 성숙해진다. 암수 구분은 쉽지 않지만 성체가 되면 총배설강(소화기관, 비뇨기관, 생식기관의 출구가 하나로 합쳐진 곳) 길이로 구별할 수 있다. 다만 어릴 땐 비슷해서 등갑이 20cm 이상 돼야 확실히 알 수 있고, 수컷이라도 암컷처럼 짧은 경우도 있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늑대거북의 성격은 포악함 그 자체다. 물속에서 재빠르게 움직이며 긴 목을 스프링처럼 움츠렸다가 뻗어 사냥한다. 강한 턱과 발톱으로 어류, 양서류, 파충류, 절지동물, 심지어 새나 작은 포유류까지 잡아먹는 잡식성 포식자다. 육식을 선호하지만 사냥 성공률이 높지 않아 주로 수초나 느린 갑각류, 사체를 먹는 스캐빈저(청소동물) 생활을 한다. 거북이 전용 사료도 잘 먹는다. 특히 매복 후 기습하는 방식으로 호저 같은 동물도 사냥할 만큼 위협적이다. 영어 이름 스내핑 터틀(Snapping Turtle: 물어 뜯는 거북)이 딱 들어맞는다. 수영 실력도 뛰어나 깊은 수심에서도 문제없이 헤엄치며, 물 밖 먹잇감을 물어 끌고 가 익사시키는 전법을 쓴다.
늑대거북의 주 서식지는 미국 플로리다, 텍사스 같은 지역과 멕시코, 캐나다 남부다. 구대륙(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유럽)엔 원래 자연 서식하지 않았다. 진흙 속 매복과 빠른 움직임 덕에 야생에서 마주치면 악어거북보다 더 위협적이다. 꼬리도 튼튼해서 잡고 들어 올리면 마구 버둥댄다. 민첩한 몸, 긴 목, 강한 턱으로 온몸이 흉기나 다름없다. 성체는 사람 앞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당당히 쳐다볼 만큼 겁이 없다.
한국에선 늑대거북이 언제부터 살기 시작했는지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다. 다만 애완용으로 수입되다 방생되면서 야생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2022년 10월 28일 늑대거북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고 이후 수입과 사육이 금지됐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방생된 개체들이 적응하며 번식한 흔적이 보인다. 지난해 11월 경기 이천시 구피천에서 거대한 늑대거북이 포획됐고, 강원 원주시, 경남 등지에서도 방생된 개체들이 잇따라 발견됐다. 유튜버 헌터퐝은 창원시 논에서 새끼와 성체가 잡힌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붉은귀거북처럼 전국으로 퍼질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2022년 금호강, 2023년 탄천에서 발견됐다.
늑대거북은 먹을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일본, 중국 등지에서 식용으로 쓰인다. 특히 중국엔 대규모 늑대거북 농장이 있다. 매년 수십만 마리를 생산한다. 일본에서도 방생 피해가 크지만 식용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미국에서 늑대거북을 비롯한 거북류는 인기 식재료였다. 18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거북 수프는 고급 요리로 여겨졌다. 유명 레스토랑은 물론 가정에서도 즐겨 먹었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들도 거북 수프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는 과거처럼 많이 먹진 않는다. 맛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늑대거북 요리는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 전통적인 음식으로 남아 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와 루이지애나 일부 지역에서는 늑대거북 수프를 맛볼 수 있다. 또한 일부 야생 생존 전문가나 사냥꾼들 사이에선 수프나 탕 요리의 재료로 쓰인다. 하지만 개체수 보호를 위해 잡는 양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부지만 식용으로 쓰인다. 자산먹보와 헌터퐝 같은 유튜버가 늑대거북 요리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요리법은 다양하다. 자산먹보는 늑대거북 스튜를 만들었다. 앞다리와 뒷다리를 손질해 핏물을 빼고, 레몬 주스, 월계수 잎, 파슬리 가루, 양파를 넣어 20분 삶은 뒤, 감자, 당근, 베이비콘, 홀 토마토, 다진 마늘, 설탕을 추가해 50분 더 끓였다. 헌터퐝은 용봉탕을 선보였다. 자라 용봉탕처럼 늑대거북 살을 넣고 끓여 깊은 맛을 냈다. 두 영상 모두 손질이 까다롭다고 언급했다. 지방이 많고 살이 질겨 오래 삶아야 한다고 했다.
맛은 어떨까? 자산먹보는 스튜의 국물을 “하루종일 먹어도 될 만큼 맛있다”고 평했다. 뒷다리는 질겼지만 앞다리는 부드럽고 쫀득쫀득해 닭고기 같은 느낌이라며 “진짜 맛있다”고 했다. 발바닥에 대해선 “닭발 비슷하고 예상외로 맛있다”고 전했다. 헌터퐝은 용봉탕 국물에 대해 “기름지며 삼계탕보다 깊은 맛”이었다고 했다. 목 살에 대해선 “닭고기보다 부드럽고 맛있다”고 했다. 둘 다 비린내가 없다고 강조했다.
먹을 때 주의점은 크다. 생태계 교란종이라 사육하는 건 불법이다. 요리 과정에서 핏물을 빼지 않으면 맛이 떨어질 수 있다. 잡을 땐 더 조심해야 한다. 자산먹보는 “목이 순간적으로 뻗어나와 뒤쪽을 어설프게 잡으면 100% 물린다”고 경고했다. 헌터퐝도 “손가락 나갈 수 있다”며 앞쪽 접근을 피하라고 했다. 꼬리를 잡는 게 안전하지만, 발톱과 체중 때문에 버둥대면 놓치기 쉽다.
늑대거북은 생태계 골칫거리다. 적응력이 뛰어나 한국 하천에서 천적이 거의 없다. 수달이나 맹금류란 천적이 있긴 하지만 성체는 자라마저 잡아먹을 만큼 강하다. 방생되면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여름철 피서객을 공격할 위험도 있다. 일본에선 살얼음 속에서 호흡하는 모습이 찍혀 놀라운 적응력을 증명했다.
생태계 교란종, 식용 동물, 위험한 포식자로서의 삼중주를 이루는 늑대거북을 마주친다면 그 맛을 떠올리기 전에 먼저 안전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