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으뜸’인 생선… 월급 몇 달치를 줘야 먹을 수 있었다는 '민물고기'
2025-04-0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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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일미’로 불릴 만큼 뛰어난 맛을 지닌 민물고기
세종대왕 수라상에 올랐던 민물고기가 있다. ‘천하일미’로 불릴 만큼 맛이 뛰어나며, 옛 부자들은 단 한 마리를 위해 점원 몇 달치 월급을 쏟아붓기도 했다. '종어'에 대해 알아보자.

종어는 민물고기 중에서도 조금 특별하다. 잉어목 잉어과에 속하며, 몸길이는 20~40cm 정도다. 부드럽고 연한 육질이 특징인데, 이 점이 바로 ‘종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됐다. ‘종’은 ‘으뜸’을 뜻하고, 맛이 다른 물고기들보다 뛰어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로 강이나 호수의 맑은 물에서 살아간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금강, 한강, 낙동강 같은 큰 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토종 물고기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산업화와 하천 오염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점점 자취를 감췄다. 1980년대 이후로는 자연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아 멸종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다 2017년 금강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 희망의 불씨를 피웠다. 조선시대에 종어는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대왕 시절 종어를 진상 물품으로 바쳤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종어는 상류층 식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진미였다.
2017년 KBS는 1925년 동아일보 기사를 인용해 과거 전주 지역 부호 백인기가 종어를 즐겼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당시 그는 한 마리에 30원인 종어를 구하기 위해 거금을 들여 강경까지 사람을 보냈다. 교사 월급이 30~60원, 점원 월급이 15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종어가 얼마나 귀한 음식이었는지 알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종어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왔다.

양식은 종어 복원의 핵심 열쇠다. 2000년대 들어 국립수산과학원이 종어 인공 양식에 뛰어들었다. 2004년에는 1세대 양식 종어를 4~5년 키워 2세대 양식 종어를 얻는 데 성공했다. 완전 양식 기술을 개발한 셈이다. 2007년부터는 지자체에 어린 종어를 분양했고, 2009년에는 금강 하류에 5000마리의 어린 종어를 방류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2017년 충남 부여군 세도면 금강 중류에서 몸길이 23cm, 88g의 종어가 잡혔다. 당시 김봉석 중앙내수면연구소장은 연합뉴스에 “이번 포획은 종어 자원을 되살릴 가능성이 보인 첫 사례”라며 "앞으로 양식과 방류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어의 맛은 ‘천하일미’로 불릴 만큼 뛰어나다고 전해진다. 육질이 연하고 담백하며, 비린내가 거의 없다. 가시와 비늘도 적어 조리하기도 쉽다. 조선시대에는 주로 찜이나 구이로 먹었고, 때로는 국물 요리로도 활용됐다. 오늘날에는 양식이 드물어 맛볼 기회가 적지만, 복원에 성공하면 다시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종어의 부드러운 살과 깔끔한 맛이 현대인의 입맛에도 잘 맞을 거라고 평가한다.
종어는 생태적 가치도 크다. 금강에서 종어가 돌아왔다는 건 하천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적인 가치도 크다. 1925년 한 마리에 30원이었던 종어는 당시 물가를 고려하면 고급 식재료였다. 오늘날 양식 기술이 안정되면, 종어는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충남 부여군처럼 금강 유역 지자체들은 종어를 활용한 관광 상품이나 요리를 개발할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