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에 매운탕까지…유독 경상도 사람들 식탁에 빠지지 않는다는 ‘채소'

2025-04-0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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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향으로 호불호 갈린다는 채소

한입 넣자마자 입안 가득 퍼지는 향. 누군가는 “세제를 먹은 기분”이라고 표현하고, 다른 누군가는 “이 향 없으면 밥맛이 안 난다”고 말한다.

방아잎이 심어진 밭 / weha-shutterstock.com
방아잎이 심어진 밭 / weha-shutterstock.com

바로 방아잎 이야기다. 강한 향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이 식재료는 경상도 사람들에게 유독 사랑받는 존재다. 매운탕 한 그릇에도, 고등어조림에도, 쌈장 한 숟갈에도 방아잎이 빠지지 않는다. 외지인들에게는 낯설거나 심지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경상도 식탁에서 방아잎은 향신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방아잎은 흔히 ‘방아깨비’, ‘향채’, ‘참방아’라고도 불리는 향채소로, 민트와 들깨, 바질의 중간쯤 되는 강한 향을 가지고 있다. 이 향은 끓는 찌개 속에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음식 전체의 인상을 좌우할 만큼 존재감이 크다. 서울이나 경기 지역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지만, 경남과 부산, 밀양, 진주 등지에서는 오래전부터 가정집 텃밭에 빠지지 않고 심어지는 필수 향채소로 자리 잡아왔다. 특히 된장찌개, 고등어조림, 매운탕에 마지막에 방아잎 한 줌을 넣는 방식은 경상도 밥상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된장찌개를 예로 들면, 단순히 된장과 야채만 넣어 끓이는 것이 아니라 고추장, 다진 마늘, 방아잎이 함께 들어가야 비로소 제대로 된 ‘향 있는 찌개’가 된다. 고등어조림에 방아잎을 넣으면 생선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주면서도 감칠맛을 살려주고, 매운탕의 얼큰한 맛 사이사이에 퍼지는 향은 마치 시골 냇가에서 나는 풀 내음을 연상케 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매운탕의 사진 / Hyung min Choi-shutterstock.com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매운탕의 사진 / Hyung min Choi-shutterstock.com

방아잎은 또 다른 형태로도 활용된다. 가장 흔한 방식은 쌈장에 다져 넣는 것이다. 고기쌈을 먹을 때 방아잎이 섞인 쌈장은 입 안을 개운하게 정리해주고, 한층 더 깊은 맛을 준다. 또한 방아잎을 통째로 넣고 부쳐낸 ‘방아잎전’도 비 오는 날 막걸리와 함께 즐기는 별미로 꼽힌다.

최근에는 된장에 숙성시킨 방아잎 장아찌가 밥도둑 반찬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깍두기 김치에 방아잎을 섞어 독특한 향을 더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이처럼 경상도 식탁에서 방아잎은 단순한 향신채를 넘는 의미를 갖는다. 방아잎은 경상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고향의 맛’으로 각인되어 있으며, 타 지역 사람들이 방아 향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이유도 이와 관련 있다.

방아 나물 무침 / 유튜브, '자연음식산들바람' 캡처
방아 나물 무침 / 유튜브, '자연음식산들바람' 캡처

흥미로운 점은 방아잎이 최근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일부 청년 셰프들은 방아잎의 강한 개성과 향에 매료되어 이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방아잎을 갈아서 만든 페스토 소스는 바질 대신 한국적인 허브 향을 강조한 요리로, 퓨전 한식 레스토랑의 인기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방아잎을 얹은 곤드레 리소토, 방아잎을 섞은 크림치즈를 바른 포카치아 등 새로운 조합도 등장했다. 심지어 방아잎 오일을 따로 추출해 드레싱이나 향신료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향이 강해서 기피됐던 식재료가 요즘은 “독특하다”, “중독성 있다”는 이유로 오히려 매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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